우리 가게는 일단 비건 가게가 아니다. 우리 가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비건 가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그러나 우리 가게는 그냥 작은 분식집일 뿐이다. 종종 비건이라거나, 채식주의자라거나 하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묻는 경우가 있다.
가능한 먹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추천을 해주기는 한다. 그러나 참 애매하다. 일단 비건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우리 가게의 김치도 먹지 못한다. 이유는 김치에는 액젓이 들어가는데 비건들은 액젓을 먹지 않는다. 그래서 비건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는 김치에 액젓이 들어있다고 설명해 준다. 우동국물도 줄 수 없다. 우동국물에도 피시소스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면 정말 줄 수 있는 게 계란과 무생채를 뺀 비빔밥과 계란을 뺀 쫄면 밖에 없다.
채식주의자라고 하는 사람에게는 먹을 수 있는 범위를 물어봐야 한다. 계란을 먹는 사람이 있고, 생선까지는 먹는 사람이 있고, 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맞춰서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할 수 있는 만큼 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어마어마한 손님이 왔다. 비건이라고 해서 비빔밥과 쫄면을 이야기했더니 안된다고 하면서 오로지 야채만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미안하지만 할 수 없다고 했다. 손님은 열심히 설명을 했고, 나도 열심히 설명을 해서 돌려보냈다. 나는 지속적으로 해줄 수 없는 것은 하지 않는다. 지난번에는 해줬는데, 왜 안 해주느냐는 말을 듣기 싫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 같아서 지속적으로 해줄 수 없는 일은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오로지 야채로만 하는 요리를 계속해주기도 어려울뿐더러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아서 해 줄 수 없었다. 그런데 돌려보냈던 손님은 야채들을 바리바리 사서 가게로 다시 와서는 그걸로 요리를 해달라고 했다. 정말 미안하지만 할 수 없다고 하고 돌려보냈다. 걱정되는 마음은 들었지만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비건이나 채식주의는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본인이 선택하는 생활습관이다.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우리 가게는 비건이나 채식주의 가게가 아니다.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해줄 수 있지만 그 이상의 것을 바라는 건 안된다고 생각한다. 비건식을 원하신다면 비건 가게를 찾아주시는 게 서로에게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