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모으고 싶은데 내 의지가 너무나도 박약하다면?
마시멜로 실험은 네 살짜리 아이들이 정해진 시간 안에 마시멜로 사탕의 유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고 분류한 다음, 그 아들이 청소년기와 성인기를 거치면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추적한 실험이다.
이 실험에 따르면, 마시멜로의 유혹을 잘 참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던데 반해,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비만, 약물 중독, 사회 부적응 등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고 한다. 마시멜로 실험은 참기 힘든 유혹 앞에서 만족을 지연시킬 수 있는 인내심을 기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저축을 통해 돈을 잘 모으고 불리는 능력은 ‘재테크 수익률’에 의해서가 아니라, 마시멜로의 유혹을 잘 물리쳤던 네 살짜리 아이들처럼 ‘얼마나 소비의 유혹을 잘 이기느냐’에 달려있다. 소비의 유혹을 잘 참아낸 사람들이 결국 좋은 지출 습관을 길러 시간이 흐를수록 부를 쌓아나가게 된다.
재테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달콤한 마시멜로의 유혹을 이길 수 있는 인내심은 필수고, 그러한 인내심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강제저축 시스템"이 필요하다. 간단하게 말하면, 월급을 받으면 저축부터 먼저 할 수 있는 자동 시스템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의지만으로 돈을 아껴 꼬박꼬박 저축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매번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도 자동으로 저축액이 쌓이는 시스템을 세팅해 놓아야 한다. 저축은 의지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0초 안에 끝나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평생을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달려 결승점을 통과해야 하는 마라톤과 유사하다.
다이어트에만 요요현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먹을 것, 입을 것을 극단적으로 통제하면서 무리하게 저축을 하다가 빨리 지쳐 요요현상을 겪는 사람들이 주변에 흔하다.
잘못된 다이어트는 계획적인 목표 설정과 지속적으로 실천이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 주먹구구식으로 무조건지 않고 단기간에 무리하게 살을 빼다 실패해 살을 빼기 전보다 더 늘어난 체중 때문에 지독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하는 다이어트다. 저축도 다이어트와 비슷하다. 무리하게 목표를 잡으면 반드시 탈이 난다. 저축을 무리하게 하다가 실패해 요요현상을 겪게 되면 지출이 더 늘어나는 것을 넘어 오랫동안 저축과는 담을 쌓게 될 수 있다. 1~2년이 지나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회복 불능 상태에 빠져있다. 요즘 말로 "이러려고 저축했나"라는 자괴감에 빠져 때늦은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강제저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저축"이 아니라 ‘가계부 쓰기’이다. 가계부를 쓰는 이유는 나에게 맞는 저축액을 찾기 위함이다. 자신이 한 달에 얼마를 쓰는지, 지출 내용 중에 불필요하게 많이 지출하는 항목은 없는지, 줄일 수 있는 내역은 있는지 등을 파악해 매월의 합리적인 저축액을 정해야 한다.
현재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지 않고 무조건 ‘한 달에 10kg 감량’이라는 무리한 목표를 잡다보면 다이어트에 실패하기 쉬운 것처럼, 저축 역시 자신이 실제로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을 넘어선 무리한 목표를 잡는다면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똑같이 월 200만원을 버는 사람이라도 월세, 대출상환 등 고정적인 지출이 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저축할 수 있는 적정 금액은 다를 수밖에 없다. 줄일 수 없는 부분까지 억지로 줄이려 하기보다는, 가계부를 살펴보며 합리적인 저축액을 정해보자.
목표 저축액은 약간 빠듯할 정도로 정하는 게 좋다. 무리할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의 지출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줄여내야만 가능할 정도를 목표 저축액으로 삼는 것이 적절하다.
적금이나 펀드와 같은 금융상품에 가입해 월급을 받자마자 다른 어떤 마시멜로성 소비 지출에 앞서 목표한 저축액만큼 먼저 빠져 나가도록 자동이체일을 지정해 놓아야 한다. 예를 들어 월급 200만원, 목표 저축액 100만원, 공과금/보험료 등 매달 나가는 돈이 30만원이라면 130만원은 월급이 입금되는 대로 빠져나가도록 하고, 나머지 70만원으로 한 달간 생활하도록 시스템화 하는 것이다.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공과금, 보험료 등 매달 나가는 돈과 적금/펀드 등 금융상품에 넣는 돈이 곧바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사전에 자동이체일을 세팅해 놓자.
소비성 지출은 가급적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나 현금으로 쓰는 습관을 들이자. 신용카드를 익숙하게 사용해왔기 때문에 부채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있지만, 신용카드는 엄연히 ‘단기성 부채’이며 마시멜로성 소비를 유혹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월급 200만원 중 130만원은 자동으로 빠져나가고 나머지 70만원으로 생활하도록 세팅을 해 놓았다면 ,통장에 남아있는 70만원만으로 한 달 간 지출해야 한다. 그런데 신용카드로는 당장 통장에 돈이 남아있지 않아도 지출을 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과소비가 쉬워진다. 불필요한 소비지출의 달콤함에 빠져 분수에 넘치는 충동 소비를 하게 되면 그 다음 달 저축은 당연히 펑크가 난다. 강제저축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어도 초과 지출한 신용카드 대금을 갚다보면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모든 것이 도루묵이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저축은 의지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때문에 ‘강제저축 시스템’과 동시에 ‘강제로 지출을 통제하는 시스템’ 역시 필요하다. 이것이 저축하고 남은 돈의 범위 이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체크카드나 현금 사용을 권장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월급을 받기 전에 돈이 떨어지면 월급 받을 때까지 돈을 쓰지 마라.
사실 돈이 떨어지면 지출을 줄이는 것이 맞다. 옛날 어르신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던 지출습관을 "신용카드"가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었지만, 돈을 잘 모으기 위해서는 옛날 어르신들의 방법이 옳다. 아무리 통장에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도록 강제저축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해도, "남은 돈"에서 쓰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요약하면, 가계부를 먼저 써라. 합리적인 저축액을 정하고 나서 저축부터 먼저하고 남는 돈을 쓰자. 신용카드보다는 현금이나 체크카드를 쓰고 월급 받기 전에 돈이 떨어지면 월급날까지 참아라. 반복하면 머지않아 두둑한 통장을 어루만지며 흐뭇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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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천
희망재무설계의 대표이자 '내통장 사용설명서'의 저자로 많은 분들의 재무적인 희망과 꿈을 이루는 것을 돕고 있다. '결혼과 동시에 부자되는 커플리치', '내 인생을 바꾼 두번째 수업 재테크'에 이어 '왜 내 월급은 통장을 스쳐가는 걸까?'를 출간했으며 '희망디자이너'라는 별명으로 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만들고 키우고 불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과 노력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