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설레게 하는 이상을 택할 것인가, 안정된 현실을 택할 것인가.
사랑은 늘 목마르고, 돈은 늘 부족합니다.
왜 그럴까요. '머리 속 이상'과 '실제 현실'의 어마어마한 차이 때문일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마술적 상상력은 성장하면서 이리저리 부딪혀서 점차 둥그스름하고 단단한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영글어가게 마련입니다. 그 과정에서 ‘적정’한 자기만의 이상과 현실 감각을 갖게 되지요.
물론 이 간극이 그리 어마어마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머리 속 어림셈이 현실의 논리를 잘 반영하고 있는 매우 희귀한(?) 부류의 사람이라면, 고통스러운 간극 대신 아마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 오는 절제와 수긍의 힘으로 소박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을 겁니다.
이들에겐 사실 교육이나 상담도 큰 의미는 없습니다. 남에게 묻지도 않죠. 혼자 알아서 자신의 필요에 맞게 잘 배분하고 안전한 범위 내에서 사랑도 하고 돈도 쓰면서 그럭저럭 불만 없이 살고 있을 것입니다. (절제하는 자에게 평화가 있을지니...)
그러나 저를 비롯한 정말 많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괴로워합니다. 첫사랑의 실패도 사랑의 원대한 이상이 현실의 파트너를 통해 '환멸'의 순간에 이르게 되고, 결국 고통스럽게 현실을 인정하는 과정이라잖아요.
물론 첫사랑은 실패해야 한다는 말이 횡행하는 것은, 이런 ‘환멸’의 과정이 내게 ‘관계’의 현실 논리를 가슴 깊게 가르쳐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를 설레게 하는 이상을 택할 것인가, 안정된 현실을 택할 것인가.
사실 이것은 이미 선택의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이상을 실현하려면 오랜 계획으로 자신을 통제하며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린 늘 현실에 선택 당하게 마련이죠. 현실 그 자체가 팩트 폭력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는 가장 냉혹한 현실 논리이자 영원한 팩트 폭력의 영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리더쉽 강사들이 가슴 설레는 당신의 꿈을 묻는다면, 생활경제코치인 저는 늘 ‘그걸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를 묻게 됩니다. 여기엔 수단으로서의 돈의 한계가 늘 등장하고, 돈 앞에 서면 소중한 내 꿈에서 ‘피익’ 힘없이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생계 유지에서 자아 실현까지 매 순간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을 구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돈에 구애 받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고 싶은 원대한 이상은 번번히 '돈' 앞에서 구겨지고 깨지기 십상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원대한 이상을 현실화시키려면 '오랜 계획'으로 자신을 통제하며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상을 정확하게 수치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대한 이상을 각박한 현실 속에 조율하는 법
A씨는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괴롭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자기 생겨먹은 대로 조언을 날립니다.
현실주의자들은 말하겠죠.
가장 위험한 도발꾼들은 이상주의자들입니다. 여행 경비를 보태줄 것도 아니면서 자기 욕망까지 보태서 호기롭게 부채질합니다.
과연 좋은 조언, 나쁜 조언이랄게 있을까요. 각자 생겨먹은 대로 조언하고, 또 각자 끌리는 조언을 택하겠죠.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느냐 못떠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뭔가가 하고 싶어지면 그때부터 계획을 세워서 준비라는 걸 하면 됩니다. 준비도 없이 기분 좋게 탁 떠나면 일상에 무리가 따를 수 있으니 가급적 위험 요소를 줄여야죠. 여행은 3개월이지만 먹고 사는 일상은 영원하니까요.
문제는 여기서 딜레마가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A씨는 준비하고 어쩌고 하느라 지금 당장 떠나지 않는다면 결국 유야무야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유레카! 정말 좋은 질문입니다. 준비라는 걸 시작하자마자 정말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것인지를 자신에게 되묻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됩니다. 제한된 시간과 소중한 돈을 들여 뭔가 다른 것을 하지 않고 ‘여행’을 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진짜 원하는 것을 얻는다면 시간과 비용은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경제적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본 원리입니다. 돈을 써서 뭔가를 선택하면 그에 상응하는 가치나 만족을 얻는 등가교환을 도모해야 합니다. 돈은 돈 대로 썼는데 괜히 돈만 날린 것 같고 별로 얻은 것이 없다고 후회하게 되면 이것은 내 영혼에 엄청난 상처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죠. 막연히 돈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매번 돈에 상처를 입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준비하는 과정에서 별로 절실하지 않은 것 같고 자꾸 돈이 아깝다고 느껴지면?
내가 여행도 못 떠나는 쪼잔한 사람인 게 아니라 그냥 여행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에 그 돈을 쓰면 되는 겁니다.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허세 가득한 판단과 질책보다 여린 녹음 같은 진심을 묻고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준비한 여행의 꿈은 날려버리거나 나중으로 미루면 되는 겁니다.
만약 절실하다면 현실의 부족한 시간과 돈을 쪼개어 준비하는 노력을 시작하면 됩니다. 이상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 무언가를 감수할 때 그 감수하는 여력으로 주어집니다. 이 때 여행은 내게 힘겨운 현실을 견뎌내고 인내하는 희망이자 소중한 목표가 되어줍니다.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벌써 그 이상의 가치를 얻는 셈입니다.
이제 비로소 계획 세우기에 돌입합니다. 어디어디를 다닐 것인지 대략적인 루트를 짜려면 정보를 조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것도 일부러 하려면 엄청 복잡하고 고된 일이지만, 내가 정말 가고 싶기 때문에 밤잠 줄여가며 조사를 해도 힘들지 않습니다. 개략적 루트가 나오면 대충 예산이 산출됩니다.
‘총 여행 예산 800만원.
현재 내가 모을 수 있는 최대한의 돈은 25만원.
다 모으려면 총 32개월, 2년 6개월 정도 소요됨.
추가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보태고, 일가 친척에게 펀딩을 조성해서 보태면
2년 정도 모으면 떠날 수 있겠다는 결론 도출!’
이변이 없다면 A씨는 2년 후면 3개월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을 겁니다. 물론 일상에 큰 무리는 없겠죠.
이상과 현실에는 분명 간극이 존재합니다. 나의 원대한 이상은 문제가 아니라 내 인생의 화두입니다.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빛깔의 이상을 갖고 있습니다. 경제는 이상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는 현실적 한계가 아니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제대로 방법을 찾도록 도와줍니다.
팩트는 자세히 보면 폭력이 아니라 조력입니다. 현실적 한계는 아까운 돈을 순간적 충동에 휩싸여 써버리지 않도록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줍니다. 당신의 소중한 이상에 경제적 플랜을 들이밀어보세요. 가짜 꿈을 걸러내고 진짜 꿈을 달성할 수 있도록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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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b by 박미정
문헌정보학을 전공했으나 사서가 될 생각은 못하고 문화기획, 벤처회사 홍보팀 등 평균 1년에 1직장을 거치며 파란만장한 직장생활을 경험했다. 불안정한 직군에서 열정을 담보로 땀흘린 결과 신용불량과 개인파산까지 겪고 시름하다 금융회사 FP로 취직, 제법 높은 실적을 올리며 모든 빚을 한번에 해결했다. 그러나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자신이 팔았던 투자성 금융상품들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며 고객들이 손해보는 것을 속수무책 지켜보며 현재의 금융경제 시스템에 회의를 느꼈다. 그렇게 돈 때문에 울고 웃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돈 관리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취지 하에 <M밸런스노트>를 개발해 적정소비생활을 통한 심신의 안정을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