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관하여,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 지금 수중에 여윳돈 1,000만 원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절친한 친구가 급전이 필요하다며 SOS 요청을 해 왔습니다. 딱 한 달만 쓰고 돌려주겠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론 빌려줘서는 안 되겠지요. 친할수록 돈 관계는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칼럼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1,000만 원을 빌려 준다고 가정해보죠. 그냥 빌려주려 했더니 친구가 한 달 이자는 반드시 쳐서 갚겠다며, 연 3% 정도면 어떻겠냐고 묻습니다. 뭐, 나쁘지 않습니다. 친구도 도와주고, 최근 은행 정기예금 이자율인 연 1.4%보다 더 높으니까요. 계산해보니 약 2만 5천원(천만원×3%×1/12) 정도를 한달치 이자로 받겠군요.
위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친구와의 돈 관계라는 다소 꺼림칙한 부분만 뺀다면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이야기죠?
자, 이번에는 위 이야기를 중세시대로 옮겨 적용해보죠.
# 마찬가지로 절친한 친구가 돈을 빌려 달랍니다. 집안에 꽁꽁 숨겨두었던 돈을 찾아 기쁜 마음으로 빌려줍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요? 친구가 마땅히 해야 할 이자 이야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서운하네요. 참다 참다 어렵사리 말을 꺼내봅니다.
그러자 친구가 말합니다.
이자? 이자라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고요. 네 돈을 대신 보관해 주는 셈이니 사실 보관료를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필요에 의해 빌리는 만큼 특별히 보관료를 안 받는 거라며 말이죠. 헐~ 기가막히고, 코가 막힙니다. 그렇지 않나요?
우리는 돈이 시간과 결합하면 당연히 이자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은행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사적으로 돈을 빌려줄 때도 이자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죠. 하지만 과연 이런 생각이 물 흐르는 것처럼 당연한 걸까요?
아니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은행의 시초는 중세시대의 금고업자들입니다. 은행의 근간이 되는 이자는 바로 중세시대의 금고업자들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죠.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봅시다.
중세시대, 은행이 생기기 전 사람들은 돈을 집 안에 보관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불안했죠. 그래서 금고업자들에게 돈을 맡겼고, 그들은 당연히 보관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급전이 필요했던 누군가가 금고업자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합니다. 자신의 돈은 아니지만, 금방 쓰고 돌려줄 뿐 아니라 사례금까지 얹어주겠다는 말에 혹해 금고업자는 몰래 돈을 빌려주게 됩니다. 약정한 날짜가 되자 돈이 회수되고, 동시에 짭짤한 부수입까지 생깁니다. 바로 ‘이자’의 첫 태동이었죠.
금고업자는 그 후로도 요청이 있을 때마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챙기게 됩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 즉 원래 돈의 주인들이 금고업자를 찾아와 왜 자신의 돈을 가지고 돈놀이(?)를하냐며 항의합니다. 그러자 당시 머리 회전이 빨랐던 금고업자는 재빨리 주판알을 튕기고는, 돈 주인들에게 자신이 버는 돈의 일부를 주면 어떻겠냐며 제안을 하죠.
보관료를 내야 했는데, 거꾸로 돈을 받을 수 있다니 이거 참... 그들은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로써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돈을 맡기면 보관료 대신 일정 금액을 주는 ‘이자’란 것이 생기게 되고, 이는 본격적인 은행업, 즉 금융(金融)이 시작되는 계기가 됩니다.
이때부터 우리의 머리 속에는 ‘돈이 돈을 낳는다’는 생각이 마치 진리처럼 자리잡게 됩니다.
이는 돈, 즉 화폐가 교환수단으로써의 역할뿐 아니라 상품처럼 거래대상이 된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금융(金融)이란 용어는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는 속된 말로 표현하면 ‘돈 놓고 돈 먹기’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뿐 아니라 중세 초기 때까지도 종교계에서는 돈을 빌려주더라도 절대 이자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했던 것입니다.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설 중에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상인 샤일록은 금고업자를 넘어 고리대금업자가 판을 치는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며, 이자로 인한 피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자로 인한 변화를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예로 설명해 볼까요? 우리가 매년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물가 상승은 ‘이자’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물가가 매년 올라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죠. 정부에서는 약 2~3%대로 물가상승률을 억제한다면 나름 선방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고요. 그런데, 과연 물가는 항상 오르는 게 당연한 걸까요? 아니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죠. 이는 무려 20년 동안이나 물가가 오르지 않는 현상인 디플레이션(Deflation)에지배당했던 일본 경제만 떠올려도 잘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물가란 거의 항상 오르는 것이란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요, 왜 그럴까요?
물가란 물건의 가격을 말합니다. 물가가 오른다는것은 반대로 화폐의 가치가 떨어졌음을 의미하며, 이는 일차적으로 화폐의 공급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많아졌기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 많은 국가들이 경기부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엄청난 양의 화폐를 찍어냈음을 상기해 본다면,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 물가의 상승은 ‘이자’ 때문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돈이 돈을 낳는 ‘이자’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돈은 많은 사람들의 금고로 수평 이동만 할 뿐 결코 늘거나 하지 않았죠. 하지만 이자가 생겨난 이후, 돈은 계속해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을 토대로 끝없는 증식의 힘을 보여주게 된거죠. 가정이긴 하지만 ‘이자’를 법적으로 허용치 않는다면, 더 이상 물가는 당연한 상승을 멈추게 될 것입니다.
돈에 관한 한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반드시 알아야 함에도 그저 당연시하며 넘어가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돈에 대해 모르면 모를수록 우리는 그저 돈을 추종하게 되며, 결국은 돈의 주인이 아닌 노예로 살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집니다. <모모>의 저자로 유명한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는 1994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생각할수록 이상한 건 자본주의 체제 하의 금융시스템이 아닐까요? 개인의 가치관에서 세계상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경제활동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문제의 근원은 돈에 있는 것입니다."
<엔데의 유언> 중에서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특히, 돈에 관한 한은 더욱 그렇습니다.
다음 3권의 책은 돈에 대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3단콤보’입니다. 순서대로 읽어보시면, 돈이란 놈의 본질이 조금씩 보이실 것입니다.
① <자본주의> (EBS 자본주의 제작팀, 가나출판사)
②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더숲)
③ <엔데의 유언> (카와무라 아츠노리 외, 갈라파고스)
돈, 이자, 물가의 본질과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비로소 돈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written by 차칸양 <불황을 이기는 월급의 경제학> 저자
'경제공부를 통한 직장인 삶의 개선'이라는 명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2012년부터 거시경제와 미시경제 등 경제전반에 대하여 학습하고, 더불어 직장인 스스로 경제적 관점에서의 삶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1년 프로그램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를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평범한 직장인에게 멀기만 한 경제를 좀 더 자신의 관점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트레이닝 시키고, 더 나아가 각자의 삶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 비전입니다.
* 뱅크샐러드는 4,200여 개 금융상품 중에서 내 상황에 딱 맞는 최적의 상품을 쉽게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