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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크샐러드 Oct 28. 2016

금융 vs 노트북

금융상품도 최저가를 검색할 수 있을까?

20년 전 : 용산의 기억


막 서울에 상경했던 스무 살, 노트북을 사러 용산전자상가에 간 적이있습니다. 지금은 양심적인 업체들이 늘어났지만, 그 시절 ‘용던’이라는 명칭으로 대표되는 그곳의 악명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손님 맞을래요’라는 명언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컴퓨터에 대해 해박하지 않은 사람이 가면 바가지 쓰기 딱 좋은 곳이었고, 불안한 모습으로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고 촌티 가득한 저는 손쉬운 타겟이었을 겁니다. 

                              

 매장엔가 끌려 들어간 저는 게임도 잘 돌아간다는 (하지만 알고보니 내장그래픽밖에 없는) DELL 인스피론 어쩌고 노트북을 현금구매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게 20만원 정도를 더 비싸게 주고 산 것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GTA3 이라는 대작게임이 나왔는데, 물론 제 노트북에서는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모두 실화입니다.


20년 후 현재 : 가격비교 사이트의 나비효과


다행히 지금은 이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바로 다나와 같은 가격비교 사이트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이트들은 어떠한 모델의 노트북이든, 그 시점의 대한민국 최저가로 판매하는 곳을 보여줍니다. 가격비교사이트뿐만 아니라, 왠만한 쇼핑몰들은 모두 상품을 낮은 가격 순으로 정렬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말 연필 한 자루도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겁니다.

     

이러한 사이트의 출현은 본질적인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바로 구매 의사결정에 있어 핵심 요인인 ‘가격’의 정보 비대칭성이 해소되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거래가 성사될 수 있는 최저 가격은 얼마인가?’ 라는 문제에 대해, 소비자는 항상 판매자들 대비 절대적인 정보 약자였습니다. 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일부 소비자들은 적정 가격에 흥정해서 물건을 살 수 있었지만, 그런 이들은 소수였고, 대다수는 저처럼 판매자를 믿고 가격을 지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클릭 몇 번으로 최저가를 찾는 게 가능해지자, 시장 논리에 의해 판매자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더 가격을 낮추려고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쟁이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왔음은 물론입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러한 ‘가격비교’ 구매 환경은 전자제품, 의류, 생필품, 항공권 등 거의 전 분야로 퍼져 나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20년 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상품이 판매되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금융상품입니다.




금융상품 구매 방법은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금융상품 중 가장 친숙하다고 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예로 들어 봅시다. 15년 전에는 어떤 과정을 거쳐 신용카드를 선택했을까요? 주거래 은행의 창구 직원이 추천해서, 카드사 다니는 지인이 가입해 달라고 부탁해서, 또는 TV나 신문 광고 등을 보고 별 생각 없이 고르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지금도 2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조금 더 똑똑하게 카드를 고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20년 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카드를 선택합니다. 이렇게 선택한 카드는 분명 나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주는 카드가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마치 20만원 더 주고 구입한 제 노트북처럼 말입니다. 



금융사들에게도 변명거리는 있습니다. 금융상품은 그 구조가 노트북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적어도 동일한 부품을 사용한 동일한 노트북이라면, 사용자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퍼포먼스 또한 동일할 것입니다. 하지만 금융상품은 조금 다릅니다. 신용카드의 경우, 동일한 카드라고 해도 개개인의 소비습관에 따라그 혜택은 천차만별입니다. 만약 모든 카드의 혜택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동일하다면, 마치 노트북의 가격을 비교하듯 연회비만 비교하면 될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마치 20년 전 용산에서 노트북을 구매하듯, 어림짐작 수준으로 좋은 카드를 고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금융상품도 최저가 고르듯 고를 수는 없을까?


그럼 금융상품은 10년 뒤에도, 5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걸까요? 조금 더 나은 방법, 조금 더 소비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다행히도 금융상품이 노트북보다 나은 게 하나 있다면, 그것은 금융은 ‘숫자’로 이루어진 상품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어떤 금융상품이 나에게 제공해주는 혜택을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꽤 어렵게 들리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꽤 단순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여기 이렇게 돈을 쓰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이 사람은 마치 최저가로 노트북을 사듯, 나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주는 카드를 찾아 가입하고 싶어합니다. 현재 가입 가능한 카드를 찾아보니, 아래의 A,B,C 딱 세 개의 카드밖에 없습니다. 혜택 내용도 무척 단순합니다.

 


고등학교 사칙연산 수준의 계산을 해 보면, A카드는 13,000원 혜택, B카드는 20,000원 혜택, C카드는 15,000원 혜택을 주며, 따라서 B카드가 가장 좋은 선택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 세계의 소비자와 카드는 훨씬 더 복잡합니다. 저렇게 단순하게 소비하는 소비자도 없을 뿐더러, 카드는 3개만 있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에만 3,000개가 넘습니다. 이 3,000개 카드의 이것저것 혜택 내용과 조건 등의 가짓수는 무려 26만 개에 달합니다. 


누군가가 이 3,000개가 넘는 카드의 모든 정보들을 꼼꼼하게 정리하고, 수천만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의 각기 다른 소비 패턴을 잘 정리할 수단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어쩌면 이런 방법은 그냥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금융상품 선택의 대안을 찾다


이쯤 되면 눈치채셨겠지만, 저희가 안드로이드에서 출시한 뱅크샐러드 앱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입니다. 3,000개 카드의 26만개 혜택 정보를 수집하고 검증하는 데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카드사 문자를 자동으로 인식해, 소비 정보를 카드 혜택 데이터와 대조해서 혜택 금액을 계산하는 알고리즘도 개발했습니다. 그 결과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클릭 몇 번으로 최저가 노트북을 고르듯, 나에게 가장 큰 혜택 금액을 주는 카드를 터치 몇 번으로 고를 수 있는 앱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고른 카드가 정말 좋은 카드가 맞을까요? 저희도 사실 그 부분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최근 6개월 동안 뱅크샐러드 앱에서 카드를 추천받은 3천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카드 소비 금액의 3% 정도, 금액으로 따지면 연 20만원정도의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연간 카드 사용 금액이 약 40조 정도인데, 전 국민이 뱅크샐러드를 통해 추천받은 카드를 쓰는 행복한 가정을 해 본다면, 이론적으로는 1조 2천억원 정도의 혜택이 소비자들에게 추가로 돌아가는 셈입니다. 



삶에 더 보탬이 되는 금융을 위해


이렇게 산술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제외하더라도, 저희가 기대하는 효과는 또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의 금융이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돌려주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가격비교가 대세가 되면서 판매자들은 소비자들에게 더 싼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경쟁은 심지어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들에게도 고스란히 혜택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예로, 이제는 용산 전자상가에 가더라도 예전처럼 바가지가 그렇게 심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격정보가 투명해지자, 판매자들도 예전처럼 바가지를 씌우기보다는, 정직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손님과의 신뢰를 쌓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저희는 한국의 금융에도 이와 같은 변화가 일어나길 바랍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상품이 주는 혜택이 투명해지고, 이것을 기준으로 소비자들이 금융상품을 선택하기 시작한다면, 금융사들 또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경쟁할 것입니다. 그러면 설사 뱅크샐러드를 쓰지 않는 고객이라도, 금융으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사회는 좀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뱅크샐러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 뱅크샐러드의 금융상품 추천 방식은 현재 카드, 예금, 적금까지 구현되었으며, CMA, 대출 등 다른 영역까지 확장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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