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재무설계의 진실
재무설계를 잘 해서 부자가 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아주 훌륭한 재무설계사를 만나 제안을 충실히 수행했더니 부자가 되었다고 하는 사람도 없다. 재무설계로 더 이상 돈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도 없다.
재무설계란 갖고 있는 자산을 지키기 위한 개념이지, 자산을 불리거나 굴리기 위한 개념은 아니다. 워낙 재무설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백인백색의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재무설계를 통해 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 이미 부자가 되었기 때문에 그 부를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 재무설계다.
금융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에도 재무설계사가 있다. 그들은 고객을 만나 상담하는데 1시간에 100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재무설계사 1명, 변호사 1명, 세무사 1명 식으로 전담 팀을 이뤄서 한 개인의 금융 전반적인 모든것을 코치하고 자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은 고객의 자산 대비로 수수료를 받는다. 갖고 있는 자산이 100억 정도 되면 이 자산을 지키면 된다. 1년에 이자로 2%로 받아도 2억이나 된다. 이 정도의 자산을 갖게 되면 여러 가지 세금을 비롯한 각가지 귀찮은 일들이 많이 생긴다. 재무설계팀이 이런 모든 것을 전담해서 해결해 준다. 이들에게는 금융상품을 팔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미쳤다고 엉뚱한 상품을 팔아 수수료 받느니, 자산만 잘 지켜줘도 수수료로 0.5% 약정만 하면 1년에 0.5억이다. 이런 자산가 20명만 관리해도 10억이나 되는 수수료가 생기기 때문에 엉뚱한 짓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재무설계의 근본적인 태생은 보험에서 출발했다. 종신보험이 등장하면서 보험설계사가 전문가로 변모하게 되었는데, 전문가라는 호칭과 달리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다수 생겼다. 종신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고객이 어느 정도 차고 나니 그 다음에 나타난 것이 변액보험이다. 그 이후로 실손 의료보험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면서, 생명보험사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 것이 바로 재무설계였다. 이제는 금융상품 판매를 하지 않는 미국·영국방식의 재무설계사도 등장하고 있지만, 상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재무설계사와 그렇지 않은 재무설계사를 구분하기는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재무설계를 해 준다며 누군가 접근을 한다. 지금까지는 알지 못했던 금융 지식은 물론이고 수입과 지출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 충고와 조언을 듣는다. 내가 살면서 꼭 발생하게 되는 재무적 이벤트가 결혼, 주택 구입, 아이들 교육, 내 노후이다. 이런 것들은 분명히 돈 없이 할 수 없는 이벤트이다. 이 점을 부각하여 준비하라며 이야기해 준다. 분명히 타당성이 있고 맞는 말이다. 자연스럽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제안 받고 가입하게 된다.
재무설계사가 권유한 상품도 있고, 그가 추천한 금융사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보험과 펀드 쪽은 재무설계 담당자와 연계되어 있는 금융사에 가입하고, 적금은 재무설계 담당자가 직접 할 수 있는 상품이 없으니 추천한 금융사에 가입을 한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바로 금융상품을 가입한 액수에 있다.
수입에 비해 미래를 대비하는 상품에 너무 과도하게 가입할 때 문제가 된다. 어느 하나 쓸데없는 금융상품은 없다. 내 상황에 맞는 상품에 가입했는지가 문제가 될 뿐이다. 실제로 보험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만기까지 유지한 사례는 극히 미미하다. 3년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1년 미만도 몇 십 프로가 될 정도다. 미래를 대비한다고 현실은 무시할 때 그 폐해는 클 수밖에 없다.
가입한 재무 설계사와 다시 상담을 할 일은 드물기에, 본인 스스로 어느 정도의 금융 지식과 투자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재무설계는 그저 한 때의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 재무설계를 받는 순간에는 미래가 보이는 것 같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비참한 현실만이 보일 뿐이다.
성공하기 위해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성공한 사람을 흉내내는 것이다. 어느 누구나 주변에 부자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있다. 그들에게 물어봐라. 당신이 지금처럼 부자가 되기 전부터 보험에 가입한 액수가 크고 금융상품에 많이 가입했는지 말이다. 열심히 돈을 모으고 종자돈을 마련하는 시기에는 아마도 단 한 명도 그렇지 않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자신이 아직 부자가 아니고 갖고 있는 돈이 적다면, 쓸데없이 다양한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휘둘리지 말고 적금을 해야 한다. 은행에서 불입하는 적금일 필요는 없고, 펀드로도 가능은 하다. 단, 그 기간이 3년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그렇게 목돈을 만들어 그때 가서 재무설계를 통해 금융상품을 가입하라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재무설계를 받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 일이다. 최소한 나보다 금융상품에 대해 더 공부하고 지식을 많이 쌓아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이니 말이다.
하지만 내 돈의 주인은 나다. 나 보다 내 돈을 소중하게 여길 사람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 어떤 훌륭한 재무설계사에게 상담을 받는다 할지라도 나만큼 내 돈을 소중하게 여겨 불려주고 굴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재무설계사를 만나 조언 듣고, 그들의 제안에 귀 기울이고, 제안한 포트폴리오를 관심 갖고 가입하는 것을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제안은 당신에게도 좋지만, 재무설계사에게도 좋은 결과로 제안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코 재무설계사의 이익을 포기하며 제안하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 금융 지식 쌓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면, 재무설계로 부자가 된 사람은 없다. 스스로 금융지식을 쌓아 종잣돈을 모으고 부자가 된 후 재무설계사를 통해 그 부를 더욱 굳건히 지킨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written by 이재범 <후천적 부자> 저자
천천히 꾸준히 읽고 보고 쓰고 투자하는 삶 - 현재 ‘핑크팬더’라는 닉네임으로 1년에 200권 내외 독서와 리뷰를 작성합니다. 부화뇌동하며 단기간 시세차익에 기뻐하거나 손실에 비관하지 않는 투자가 중요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를 위해 긴 호흡으로 현금흐름을 중시하며 천천히 꾸준히 투자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과 블로그(blog.naver.com/ljb1202)를 통해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