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의 기본, CMA통장
재테크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금방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어려워서가 아닐까 싶다. 알고 보면 별거 아닌데 대부분 용어부터 어렵다. 심지어 소위 금융 전문가라는 이들은 그 박식함을 어려운 용어로 증명하려는 듯하다. 어려운 전문용어로 무장한 금융상품을 하나하나 벗겨보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재테크를 안내하고자 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재테크의 기본, CMA통장에 대해서 알아보자.
CMA란?
CMA[Cash Management Account], 우리말로 풀자면 종합자산관리계좌란다. 우리말이라는데 도통 무슨 소린지 감이 안 잡힌다. 그렇다고 또 돌아서지 마시라. 사실은 간단하다. ‘증권사에서 만들어 주는 통장’으로 이해하면 끝이다.
은행에 가서 거래를 하기 위해 계좌를 개설하면 아무 때나 수시로 입출금을 할 수 있는 통장을 만들 수 있듯이, 증권사에서 만들 수 있는 수시입출금용 통장이 바로 CMA다. 그 CMA에 있는 돈으로 필요하면 주식, 채권, 펀드 등도 살 수 있기에 종합적인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계좌라고 부를 뿐이다. 이 CMA는 은행처럼 실제 종이 통장을 발급받을 수도 있고, ATM기기 출금과 체크카드 사용은 물론,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폰 뱅킹 모두 다 가능하다. 여기에 각종 공과금이나 신용카드 결제금액, 휴대폰요금 자동이체 계좌로도 쓸 수 있다. 사용하기에는 아무런 차이점이나 불편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은행통장과 다를 게 없는 이 단순한 CMA통장이 왜 재테크의 필수 상품일까?
흔히 일반통장이라고 부르는 통장의 정식 명칭은 수시입출금식예금이다. 하지만 여기선 일반통장이라고 부르도록 하자. 정확한 명칭은 아니나, 익숙하지 않은 전문용어를 습득하는 것이 재테크는 아니다. 이 일반통장의 이자는 통상 연 0.1%, 우대금리를 더해봐야 0.2% 남짓이다. 1천만원을 1년 내내 넣어두면 이자로 1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마저도 세금을 떼이고 나면 8,500원도 안 된다. 그런데 CMA의 금리는 2016년 10월 기준으로 연 1.1~1.2%수준이다. 6개월짜리 은행 정기예금이 연 1%정도를 주는데 이보다도 높다.
그런 높은 이자를 매일 쪼개어 준다. 예를 들어 연 1.2% 금리의 CMA에 100만원을 넣어두면, 100만원의 1.2%인 12,000원을 365일로 나눈 32원을 매일 주는 식이다. 여기에 세금을 제하면 실제로는 28원이 이자로 붙는다. 여기엔 의무로 넣어 두어야 할 기간도, 최소한 넣어야하는 금액의 단위도 없다. 가정에서 상시 보유하고 있어야 할 비상금을 보관해두기에는 CMA를 따라올 것이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돈을 넣고 일정기간 묵혀놓는 은행 정기예금의 경우엔 약정된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해지하면 절반 정도의 이자만 준다. 따라서 비상금 외에도, 단기간에 쓰게 될지도 모르는 사용시기가 불명확한 돈이라면 괜히 1.5%짜리 정기예금을 가입했다가 중간에 깨는 것 보단 CMA에 두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증권사는 어떻게 이자를 줄까?
이쯤 되면 ‘도대체 증권사는 무슨 재주로 그럴 수 있나’ 싶을 것이다. 꼭 금융상품의 내부 구조를 일일이 다 알아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충이라도 이해하면 속이 편하다.
은행은 고객이 돈을 맡기면 다른 고객이나 기업에게 그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다. 그 이자 중 일부를 돈을 맡긴 사람에게 주고 일부는 은행이 가져가는데, 이 예금과 대출의 차액이 은행의 주 수입원이 되며 이를 예대마진이라고 한다. 일반통장에 있는 돈도 그러한 방식으로 이자를 주는데, 우리가 언제 그 돈을 빼 갈지 모르니 다른 사람에게 마음 놓고 빌려줄 수도 없어 쥐꼬리만큼 적은 이자를 주는 것이다.
한편 증권사를 보자면, 증권사가 갖고 있는 자산 중엔 국가나 공공기관, 은행에서 발행한 채권이란 것이 있다. 쉽게 말해 국가나 은행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떼일 염려가 없는 위험도가 아주 낮은 안전한 자산들이지만 보통 만기가 길고, 액수가 크다. 안정적인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반면에 현금화하기엔 어려운 것들이다. 그래서 증권사는 이러한 채권을 담보로 고객에게 돈을 빌린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는 채권을 발행한 후 고객에게 팔면서 일정기간이 지나면 증권사가 되사주겠다고(=갚겠다고) 하는 약속을 하는 좀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이를 어려운 말로 RP(환매조건부채권)이라고 하는데, RP형 CMA는 이 RP라는 것에 자동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사실상 돈을 넣는 고객의 입장에선 이런 복잡한 과정이 보이지 않으니 은행과 다를 바가 없다.
결국 은행의 일반통장에 돈을 넣는 것은 아무런 담보 없이 은행을 믿고 빌려주는 셈이고, 증권사의 CMA는 꽤 안전한 채권이 담보로 잡혀있는 것이다.
CMA도 여러 종류가 있던데?
앞서 언급된 RP형 CMA외에도 MMW형, MMF형, 종금형 등 종류가 많다. 그런데 이는 ‘운동화 밑창의 문양이 빗금이냐 지그재그냐’를 따지는 것과 비슷하다.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차이는 거의 없다. 어려운 금융상품을 쉽게 풀어보는 본 칼럼의 목적상, 알아봤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각각의 장단점은 생략한다. 종금형을 제외하곤 투자되는 방식이나 대상은 비슷한데, 그저 평균적으로 금리가 높고 큰 폭의 금리변동이 없는 RP형 CMA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한편 종금형 CMA의 경우 예금자보호가 되는데, 이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예금자보호는 해당 금융기관이 파산했을 때의 안전장치인데,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 CMA라 하더라도 CMA에 넣은 돈은 신용도가 높은 국고채나 금융채에 투자되기 때문에 증권사가 파산 시에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증권사 고르는 법 & 통장 만드는 법
자, 그럼 어느 증권사의 CMA가 가장 좋을까? 고민할 필요 없다. 은행의 일반통장도 어느 은행을 가건 비슷한 이자를 주듯이 CMA도 이자는 비슷하다.
*2016년 10월 말 기준 주요증권사 RP형 CMA금리
: 동부증권 1.25% / 미래에셋대우증권, 현대증권 1.15% / 삼성증권, 한화증권 1.1%
단지 차이가 있다면 자신들의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얹어주는 혜택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이러한 혜택도 송금수수료나 출금수수료 면제 정도면 충분하다.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서 이자를 조금 더 주겠다는 CMA보다는 별 조건 없이 평균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곳이면 충분하다.
증권사를 결정했다면 굳이 방문할 필요 없이 ‘비대면 계좌개설’을 통해 집에 앉아서도 CMA통장개설이 가능하다. 성년일 경우에 한해 본인명의 스마트폰으로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회원가입과 신분증 촬영의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된다. 본인확인 전화통화 후 2~3일만 기다리면 집으로 카드가 배송된다. 방법은 각 증권사의 홈페이지에 자세히 명시되어 있으니 인터넷 쇼핑하는 기분으로 차근차근 따라해보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엔 생소하기도 하고, 증권사 영업점을 찾기도 어려워서 개설하지 않았다지만, 이제는 안 쓸 이유가 없다. 아직 CMA통장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만들자. 재테크는 실천이다. 백날을 공부해도 당신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당신의 돈도 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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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현우 행복자산관리연구소 소장
대한민국의 재무설계는 아직도 대부분 금융상품 판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넉넉히 드리고 싶은 부모님 용돈, 가족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여행, 지켜주고 싶은 자녀들의 꿈, 갈수록 늘어가는 대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넘쳐나는 상황에서 재무관리의 본질은 뒤로한 채 감언이설로 포장된 재테크는 결국, 상품판매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러분께 일확천금의 길을 보여드릴 순 없지만, 올바른 정보전달과 각 가정에 맞는 객관적인 조언을 통한 재무상담을 지향합니다. 부족하나마 지면을 통해 똑똑한 금융소비자, 현명한 돈 관리의 주체가 되시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