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이라는 단어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아는 분은 가뭄에 콩나듯 만나게 됩니다. 연말정산을 대비하기 위해 어떤 금융 상품에 가입하고, 어떤 서류를 내야하는지를 아는 것보다도 연말정산이 무엇이고, 왜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가장 기본적인 부분 몇가지를 짚어볼까 합니다.
연말정산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과세표준'입니다. 과세표준은 말 그대로 세금을 부과하는 데에 표준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흔히 회사에서 1년동안 받은 월급의 합계를 기준으로 세금이 책정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받은 돈의 합계인 '총급여'와 '과세표준'은 엄연히 다릅니다.
직장에서 돈을 받는 근로소득자이건 사업을 하는 사람이건, 모두 '과세표준'이라는 것을 계산해서 세금을 계산하는 이유는 바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비용이 든다'라는 대전제 때문입니다.
근로소득자이건 사업자이건 상관없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의 비용이 든다는 것을 감안하여 그것을 총 급여에서 빼고 남은 나머지가 바로 '과세표준'이 되는 거죠.
근로소득자의 경우에는 '돈 버는데 들어가는 비용으로 인정되는 것'들을 보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근로소득공제 (개인이 회사에서 일하는데 필요한 교통비, 식비, 생활비 등등 퉁쳐서 모든 근로소득에 반영되는 공제 항목)
인적공제 (본인 및 가족 부양에 들어가는 비용)
현금영수증이나 신용카드 등 소비금액
의료비, 보험료, 교육비, 주택자금, 기부금 등등 다양한 종류의 비용들
이러한 항목들을 나라에서 인정해주고, '이런 돈은 사는 데 꼭 필요한 돈이니까 소득이라고는 해도 바로 지출되었으니 세금 계산할때는 빼드릴게요'라고 하는 것이 과세표준의 정의가 됩니다.
과세표준을 알았으니 그 다음에 봐야할 것은 바로 세율입니다. 이 아이도 단어 그대로 세금이 매겨지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과세표준의 낮고 높음에 따라 세율이 달라집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세율은 누진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과세표준이 1200만원일때는 세율이 6%라서 세금을 72만원을 내다가, 1201만원이 되는 순간 전체 1201만원에서 15%를 계산해 갑자기 180만원을 내는 것이 아니라, 12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15%의 세율을 계산하게 됩니다.
만일 과세표준이 2200만원인 사람이라면 1200만원까지는 6%를 적용받고, 나머지 1000만원은 15%를 적용받아 최종 세금은 72만 + 15만 = 87만원이 되는 것이죠.
이제 여러분은 기본적인 연말정산 대화에 낄 기초적인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볼까요? 연말정산에 대비해야한다는 기사나 금융상품 광고를 보면 꼭 함께 나오는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라는 녀석들이죠.
과세표준과 세금을 이해하면 그 두가지는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소득공제
→ 소득에서 공제해줌
→ 과세표준이 줄어드는구나!
→ 세율을 한번 더 곱한만큼 세금이 줄어드는구나!
→ 내가 어느 구간에 있느냐에 따라서 절약되는 세금이 달라지는구나!
세액공제
→ 세금에서 공제해줌
→ 세금이 줄어드는구나!
→ 세율은 관계 없이 누구나 똑같이 절약되는구나!
직장인들의 연말정산에 대한 대화는 대부분 '올해는 얼마를 돌려받았다' 혹은 '올해는 얼마를 더 냈다'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내가 내야하는 최종 세금이 얼마인지 여부 뿐만 아니라 '내가 미리 낸 세금이 얼마인지'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회사에서 월급을 줄 때 떼어가는 세금은 사실 정확한 세금이 아닙니다. 올해 한해동안 내가 돈을 얼마를 쓰고, 병원에 얼마나 가고, 주택자금이나 교육비 등으로 얼마를 더 쓸지 모르는 상태에서 정확한 세금을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죠. 결국 회사에서 '원천징수(돈 줄때 세금을 미리 떼어가는 것)'를 할 때에는 작년의 데이터를 참고해 '대~충' 떼어갑니다.
얼마전부터는 회사마다 이 '대~충'의 범위도 80%, 100%, 120%로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는데, 결국 미리 떼어가는 세금은 큰 의미없이 떼어가는 것이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결국 연말정산의 결과로 돌려받는 돈이나 더 내게 되는 돈은 부수적으로 계산된 것일뿐, 최종적으로 그 해에 세금이 얼마가 나왔는지를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하답니다.
가끔 연말정산과 그에 따르는 여러가지 복잡한 서류제출(그나마 최근에는 많이 간소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탓에 머리가 아픈 분들이 '연말정산, 안하면 안되나요?'라고 묻기도 합니다.
그 분들의 진짜 속마음을 표현하자면 '서류 내는 것 귀찮은데 안하면 안될까요?'가 더 정확할겁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면 어떻게 될까요? 국세청은 각 회사에서 받은 여러분의 총 급여 액수에서 모든 사람이 받는 공제만 제외시킨 뒤 여러분의 세금을 산정하게 됩니다. 추가로 제출된 서류가 있든 없든간에 세금은 계산됩니다.
우리가 하는 연말정산이라는 행위는 바꿔 말하자면 '소득에서 제외되어야만 하는 비용을 증빙해서 내가 낼 세금을 깎는 행위'입니다. 서류를 챙겨서 제출하지 않으면? 안 내도 잡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본인만 안 내도 될 세금을 내는 꼴이 되어버리니 귀찮아도 잘 챙겨보는 것이 좋겠죠?
여기까지 읽으신 여러분은 이제 연말정산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틀을 튼튼하게 세우셨습니다. 이어지는 칼럼을 통해 여러가지 복잡한 연말정산 항목들을 하나씩 정복해 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
written by 빈누 <Financial Freedom> 블로거
파이낸셜프리덤(http://financialfreedom.kr)에 글쓰는 블로거. 본업은 엔지니어. 다른 사람들처럼 학자금 갚으며 시작된 사회인으로써의 금융 생활이 어느샌가 취미가 되어 보기 드문 재테크 덕후로 살아가고 있음. 경제적인 자유로 가는 길이 하나일 수 없듯이 잡식의 관심사를 보유. 절약, 저축, 투자, 금융 데이터 관리, 세금, 보험, 영어, IT, 자기계발 등 두서가 없어 블로그가 인기가 별로 없음. 그럼에도 누군가는 읽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될 수 있기를 바라며 열혈 블로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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