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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칼렛 Nov 28. 2022

그 아이도 할 수 있을까?

장애 아동과 친해지기

내 친구 서영이는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다.

얼마 전  제주에 출장 온 그녀는 우리 집에서 이틀 밤을  묵고 갔다. 밤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서영이는 소아마비로 의족을 차야 했던 어린 시절 얘기를 했다.

돌이켜보면 딱히 놀리는 사람은 없었지만 아이들과 쉽사리 친해지기 힘들었다고 했다.

아이들은 왠지 불편한 눈으로 서영이를 피해 갔다고 한다.


나랑은 어떻게 친했졌는지 모르겠고

자기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자기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때론 선망의 눈빛까지 보냈던 것 같다고 했다.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더니 깜짝 놀랐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 때문이다. 그 동화책에 나오는 클라라와 서영이를 대입시켰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학교 관사에 사는 선생님 딸이었다.

아주 작은 관사였지만 당시에는 보기 드문 양옥집이었다.

벚꽃이 흐트러지게 피어나고

화단에 노란 겹 장미가 피어났다.

교정의 향나무는 얼마나 잘 가꾸어져 있었으며

철철이 메리골드 샐비어 과꽃이 피어나는  넓은 운동장이 그녀의 정원이었다.  

기껏해야  물동이에 길어온 우물물이나  검은 가마솥의 숭늉을 먹던 나는 서영이가 교장선생님이나 드시던 화부 차(결명자차)를 아폴로 보온병에 싸 왔을 때 문화충격에 뒤척이는 밤을 보내야 했다. 나는 산골짝에 사는 하이 디고 서영이는 도회지에 사는 클라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그녀를 무시할 하등의 이유는 없었으리라.

나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꽂혀서 너를 클라라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말했더니

오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서영이는 행복하다고 했다.

그걸 미리 알았다면 더 행복하게 살았을것다며 지금이라도 말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나는 서영이에게 말했다.

서영아 그때 우리는 촌놈들이었잖아.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을 거야.

하얀 스타킹을 신고 원피스를 입은 아이도 너뿐이었고  철제 보조기구를  차는 아이도 너뿐이었어.

아마 우린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던 게 아니었을까?


어쩌면 우리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어찌 대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이 책엔  휠체어를 탄 친구가 전학 오는 얘기로 시작한다. 짝꿍인 나는 그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음악실에 가서 그는 노래를 부른다. 나처럼.

미술실에 가서 그는 그림을 그린다. 나처럼.

책을 읽으며 웃고, 점심시간에 음식을 나눠먹는다. 나처럼.

그는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

나도 그 아이처럼 친구를 사귄다.

그 아이와 나는 친구이다.


우리 어머니는 살아가는데 배움이 있어야 대접받고 산다고 했다.

나는 오늘 또 하나 배운다.

장애인들은 우리랑 똑같이 대해줄 때 가장 기뻐하는 것을.

우리랑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배운다.


#장애우와 친구하기

#알프스 소녀 하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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