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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칼렛 Oct 24. 2021

이어도에서 온 여인

여돗할망 이야기

집으로 돌아와 꿈에 그리던 아들 마농을 만나 늙은 시아버지를 봉양하며 살려 했지만, 시아버지는 그 옛날 돌아가시고 아들마저 어미를 그리워하다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찢어졌어요. 

늙은 여인은 강심에게 물었어요.

“댁이 진짜로 이어도로 간 우리 집안 강심 할머니라면 내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

“뭐든지 물어보시오.”

“이어도로 떠나기 전 아드님에게 증표로 주고 간 물건을 기억하시겠습니까?”

강심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어요.

“증표랄 것은 없지만 동전 두 닙을 아들 손에 쥐여 주었소. 아들이 열 살 되던 해, 목간 하나가 떠밀려왔는데 남편이 이어도에서 살고 있으니 찾으러 오라는 사연이었어요. 그래서 시아버지에게 배를 한 척 지어달라고 하여 남편을 찾아 나섰지요. 제 치맛자락을 부여잡으며 서럽게 우는 아들에게 동전 두 닙을 쥐여 주며 장날 꿩엿을 사 먹으라 하고 달랬습니다.”

“아이고. 그 사연은 우리 집안사람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이야긴데 어찌 그리 소상히 알고 있습니까. 진정 당신이 고려 때 이어도로 떠난 강심 할머니가 맞는가 봅니다.”

늙은 여인은 강심을 한 무덤가로 인도했습니다.

“여기가 강심 할머니의 아들 되시는 마농 할아버지 묘소입니다. 마농 할아버지는 그 동전을 죽을 때까지 손에 꼭 쥐고 한시도 놓지 않고 살았다고 합니다. 돌아가시면서도 어머니가 주고 간 동전을 무덤가에 묻어달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기셨지요. 여기 무덤 앞에 말이죠. 어머니가 이어도에서 돌아와 자신을 찾으면 증표로 삼기 위해서요.”

늙은 여인은 무덤 한구석을 파고 대나무로 만든 긴 장대를 깊숙이 밀어 넣었어요. 긴 장대를 좌우로 흔드니 뭔가 딸그락 걸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여기인 듯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을 파보니 강심이 아들 마농에게 준 동전 두 닢이 그대로 있었어요. 강심은 아들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어요.

강심은 이어도 여인들이 목에 걸어 준 각종 금은보화를 팔아서 큰 서당을 지었어요. 강심이 이어도에서 돌아온 후 마을에는 글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어요. 강심은 전복 씨를 바다에 뿌려 누구라도 부지런한 여인이라면 물질하여 가져갈 수 있도록 하였어요. 또 이어도에서 가져온 백 가지 씨앗을 중산간 마을에 뿌려 농사를 짓게 하였어요. 그 후 탐라의 여인들은 바다에 뿌려진 전복을 따고 밭에 뿌려진 곡식을 거두며 자식을 공부시키며 잘살게 되었지요.

사람들은 강심을 이어도에서 살아 돌아온 여인이라 하여 귀히 대접했어요. 강심이 죽자 사람들은 돌하르방이 된 고동지 옆에 당을 지어 주어 강심을 여돗할망이라 부르며 모셨어요. 이어도에서 온 여인이 할망이 되어 돌아가셨다는 의미였지요. 그 후로 사람들은 고기잡이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은 이어도에 가서 잘살고 있다고 믿었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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