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칼렛 Nov 12. 2021

1.말테우리 고동지

이어도 설화 동화 _여돗할망 이야기

글 최미경 /그림 김도현

옛날 바닷가 마을 조천리에 고동지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고동지는 늙은 아버지를 모시고 살며 말을 키우는 말테우리였어요. 따뜻하고 습한 날씨 덕분에 제주에서는 한겨울에도 새파랗게 풀이 자라났어요. 햇살을 받은 동백잎은 반질반질 윤이 났어요.

 말을 잡아먹는 맹수도 없어 드넓게 펼쳐진 초원은 말들이 살기에 너무나도 좋은 땅이었어요. 그래서 제주는 고려 때부터 국마(國馬)를 기르는 목마장이 있었답니다.

 고동지의 아버지도 말을 키워 고려에 말을 진상하는 일을 했어요. 대를 이어 말을 키우는 고동지는 자연스레 말을 잘 다루게 되었지요. 

“동지야. 네가 키우는 말에는 고(高)자를 새겨 두었다. 안개가 자주 끼니 순식간에 말들이 눈앞에서 사라지곤 하지. 말이 보이지 않아도 걱정하지 말아라. 안개가 걷히면 말들은 다시 초원으로 내려온단다. 이 낙인이 네가 키우는 말을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될 거다.”

“네. 아버지. 잘 알겠습니다.”

고동지는 말갈기를 쓸어 주며 대답했어요.   

고동지는 육척장신으로 기골이 장대했어요. 한 손으로 번쩍번쩍 말을 들어 올릴 만큼 힘이 셌지요. 달리는 말에서도 고삐를 잡지 않고 한달음에 한라산을 오르내렸어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말들과 늘 함께했어요. 

하늘이 높고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날, 말들은 중산간 오름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었어요. 고동지는 먼발치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들을 지긋이 바라보며 피리를 불었어요. 

“여아 어려령! 어헝 어려려 허엇” 

말들은 고동지의 피리 소리를 들으며 평화롭게 풀을 뜯었어요.

“워러려려려 이녀리 말 엉어엇! 워러려려!”

 여기저기 흩어져 풀을 뜯던 100여 마리의 말들은 피리 소리를 듣고 고동지 곁으로 모여들었어요.         

봄이 되면 바다에서 올라온 습기가 한라산에 부딪혀 안개가 끼었어요. 순식간에 말들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곤 했어요. 산허리에 안개가 잔뜩 끼어 앞을 가리기 때문이었죠. 고동지는 한라산 자락 깊은 곳까지 말을 찾아 달렸어요. 따라비 오름, 저지 오름, 산방산까지 한달음에 내달렸어요.     

  고동지는 온종일 말을 돌보다가 해가 바닷속으로 빠져들어 하늘이 붉게 물들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왔어요.

고동지의 집은 바람이 송송 들어오는 매우 작은 돌집이었어요. 탐라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돌을 주어다가 집을 지었어요. 산굼부리에서 베어온 억새를 숭덩숭덩 썰어서 흙에 버무린 후 바람벽으로 쌓은 돌 틈 사이에 이겨 넣어 바람을 막았어요.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는 한라산에서 큰 나무를 베어 와야 했는데 고동지와 마을 사람들은 좋은 나무를 가져다 쓸 수 없었어요. 좋은 나무들은 고려의 관리들과 원나라에서 온 목호들 차지였어요. 

“우리 탐라 사람들은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정직하게 살아왔어. 땅은 척박해도 먼 바다로 나가 다른 나라들과 무역을 하며 배곯지 않고 살아왔지.”

“맞아. 뛰어난 항해술 덕분에 해상왕국 탐라는 천년을 이어올 수 있었지. 탐라는 한반도는 물론 중국 일본과도 교역을 통해 물자를 교환했었지. 언제부턴가 고려인들이 내려와 활개를 치더니 이제는 몽골인들까지 쳐들어와 서로가 주인행세를 하고 있으니. 쯧쯧”

“고래 등에 새우 등 터진다고 애먼 우리 탐라 사람들만 고생길이 늘어졌지 뭔가”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동글동글한 돌을 주우며 두런거렸어요.     

작가의 이전글 여돗할망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