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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칼렛 Nov 12. 2021

6. 원나라의 횡포

이어도 설화 동화 _여돗할망 이야기

고려 관리들의 핍박과 몽골인의 착취 속에서 탐라인의 삶은 점점 피폐해졌어요. 몽골과 기나긴 전쟁이 끝나고 고려는 독립국의 지위를 얻긴 했지만, 고려의 세자는 원나라 황실의 공주와 결혼을 해야 했어요. 고려왕은 원나라의 사위가 되어 원의 간섭을 받게 된 것이지요. 

고려는 매사냥을 즐기던 원나라 황실의 요구에 따라 응방을 두어 사냥 능력이 뛰어난 해동청을 키워 공납해야 했어요. 고려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원나라에 처녀를 보내는 일이었어요. 고려에 사신으로 오는 자들은 모두 고려의 아리따운 여인을 욕심내었고, 마음에 드는 젊은 여자를 끌고 가려고 전국 방방곡곡의 집을 샅샅이 뒤졌어요. 원나라가 고려를 지배하는 동안 40여 차례에 걸쳐 2000여 명의 처녀가 인간 공물이 되어 원나라로 끌려갔어요. 

공녀로 뽑히면 부모와 친족들이 너무나 서러워 통곡했는데, 그 울음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담장을 허물고 나무뿌리를 흔들 정도였어요.

공녀로 뽑혀 떠나는 날이면 부둥켜안고 울부짖으며 생이별을 하는 사람들로 길거리는 아수라장이 되었어요. 비통하고 억울한 마음에 스스로 목을 매 죽는 여자들도 많았어요. 지배를 받는 나라의 백성들이 겪어야만 했던 비애였지요. 이때부터 아홉 살도 안 된 딸을 시집보내는 조혼 풍습이 생겨났어요.     

 원나라는 제주에 그들의 전투에 쓸 말을 키우기 위해 목마장을 설치하고 일본 정벌을 위해 탐라총관부를 설치하였어요. 해전에 약한 그들이 배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고 바닷길을 잘 아는 탐라 사람을 이용하려고 한 것이지요.                              

고동지는 새벽 일찍 일어났어요. 하늘엔 아직도 별이 총총했고, 아내 강심은 이미 바닷가에 나가고 없었어요. 부엌 찬장에는 정갈하게 씻어 엎어놓은 그릇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어요. 

고동지는 강심이 새벽에 가득 채워놓은 물 항아리에서 물 한 그릇을 떠서 마시고 마당으로 나와 근심스러운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어요. 그때 아내 강심이 바닷가에서 뜯은 톳이 가득 담긴 구덕을 지고 마당으로 들어왔어요.

“벌써 나가시게요? 금방 캐온 톳을 넣어 톳 밥해드릴게요. 한술 뜨고 가세요.”

강심은 아이를 가진 탓인지 전에 없이 마르고 수척해졌어요. 희고 고운 손등은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졌어요. 고왔던 뺨에는 시커먼 기미가 내려앉았고요. 동백기름을 발라 참빗으로 곱게 빗어 삼단 같던 머리는 바닷바람에 윤기를 잃고 푸석해져 흐트러졌어요.

“오늘은 수산리 목마장까지 가야만 하오. 아버님을 잘 봉양하구려.”

고동지는 힘없이 돌아서서 말 등에 올라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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