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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칼렛 Nov 12. 2021

7. 또 하나의 공물 공녀

이어도 설화 동화 _여돗할망 이야기

몽골사람 반, 탐라 사람 반이 된 제주에서는 목호들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제주에도 원나라의 관리들이 나타나 말총, 전복은 물론 어린 여자아이까지 진상하라고 난리를 쳤어요. 고동지가 사는 이웃마을에도 그들이 들이닥쳐 집마다 돌아다니며 처녀를 찾느라 혈안이 되었어요.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굴묵이나 메밀대를 쌓은 눌 속에 숨어있던 어린 여자아이들이 끌려 나와 공녀로 잡혀갔어요. 이후 이들의 소식은 들을 수가 없었어요. 

“딸이 셋이면 일 년에 밭을 한 뙈기씩 마련한다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어.”

“그러게 말입니다. 육지와 달리 우리 탐라에서는 딸을 살림 밑천으로 여겼지요.”

“아무렴요. 우리 친정아버지도 내가 태어났을 때 돼지를 잡아 가문잔치를 열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제는 딸을 낳을까 봐 전전긍긍해야 하니 원.”

“세상이 이리 변할 줄 어찌 알았겠소.”               


 조천마을의 처녀들도 언제 원나라의 공녀로 끌려가게 될지 몰라 두려움에 떨었어요. 고동지는 어떻게 하면 마을의 어린 처녀들을 지킬 수 있을까 궁리를 하였어요. 

인근에 사는 부 서방이 고동지를 찾아왔어요.

“여보게! 동지! 마을 앞 팽나무에 붙은 방을 보았는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부 서방은 고동지 손을 이끌고 방이 붙어 있는 곳으로 데려갔어요.

원나라 관리를 따라 국마 진상을 다녀오면 그 마을에 사는 처녀는 공녀에서 면해준다고 쓰여 있었어요. 

“국마진상 가는 길에 우리 탐라인을 왜 데려갈까요?”

“그게 다 우리 탐라 사람들이 배를 잘 다루고 바닷길을 훤히 꿰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예부터 중국으로 가는 바닷길은 멀고도 험해서 열에 아홉은 물귀신이 되지 않았나. 탐라 사람들 도움 없이 몽골인들이 무슨 수로 바닷길로 배에 말을 싣고 가겠는가?”

“그러고 보니 목호 석다시만도 뱃길로 말을 데려갈 수 없어서 제게 거문돌이를 주고 간다고 했어요.”

“배에 말을 싣고 떠나는 길이 오죽 험하겠는가. 목숨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지. 그러니 뱃길을 잘 아는 우리 탐라인의 도움이 필요한 게지.”

마을 사람들은 방이 붙어 있는 팽나무 아래 모여서 한마디씩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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