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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칼렛 Dec 04. 2021

내 이름은 현정화

4.3  삶의 기록

나 이름은 현정화.

18살에 함덕으로 시집을 갔는데

신랑은 서울에서 중앙중학교 나오고 제주 농고 다니다가

말 들어 산에 들어간

그때 먹물 든 사람들은 너나없이 산에 들어간.

그래서 열아홉에 조천리 신흥리 친정집에 가서 살아.


우리 아버지는 조천서 청진 왔다 갔다 한 무역선 선장이었어.

일본 고베서 나 노래 잘 부른 댄 축음기를 사다 주셨지.

아버지 나에게 큰 밭 하나 사준다고 약속했어.


10월 마당에서 조 수확하는 날 아버지가 집에 오셨다가 총 상당핸.

그날 신흥리에서 서른 명도 더  죽언.


그래서 친정이 망 해분 거라.

말 못 해.

나 우리 아버지가 제일 그리워.

신랑은 신랑인지 뭔지 말도 하기 싫어.

우리 아버지 돌아가시고

그 많던 밭 다 팔고 집안 망한 게 제일 원통해.


친정아버지 성함은 현찬규

나 이름은 현정화.

나 이름 안 잊어 불 잰 달력에 만날 이름 써봐.

나 이름은 현정화.


올해 92세라는 양 팀장님네 어머니

사실 양 팀장님은 자신의 아버지 양정하 옹에 대한 드라마틱한 이야기 채록을 원했지만

할머니의 기억은 사건 당시에 머물러 있었고

남편에 대한 기억은 원망하는 마음이 밑바닥에 있을 뿐

오로지 친정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뿐이었다.


이후 살아온 세월에 대한 얘기를 해달라고 했지만

말도 하기 싫고

기억하기 싫어서

 다 잊어버렸다고 했다.

오직 친정아버지에 대한 기억만 새록새록하고

1년에 한 번 오고

3년에 한 번 오는 아버지가

가족들 걱정되어 왔다고 배 못 타고

군인들 총에 맞아 돌아가신 것이

너무 원통하다 하셨다.


4.3 채록하다 보면 아무리 늙어도 기억이 그날에 머물러 있음을 느낀다.


할머니의 기억은 선주의 막내딸로

조천 신흥리 친정집에 해산하러 온 새댁에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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