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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 Ban Aug 17. 2024

도파민에 대하여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을 고민하며

어렸을 때, 어떻게 하면 많은 것을 모으고 채울 것인가 고민했다. 그 감정은 끊임없는 갈증과 욕망이었으리라. 그리고 이것들의 원초적인 기작은 도파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파민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한동안 미디어에서 도파민 디톡스에 대해 많은 글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도파민에 대한 책도 여러권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마치 도파민은 위험한 존재이자 부정적인 존재로 느껴진다. 근데 우리 몸에 호르몬은 각자의 역할이 있지 않던가? 그리고 모든 호르몬은 항상성이 중요했었지 하는 배움이 떠올랐다.


우리 몸에 도파민은 왜 필요했을까?


먼저 생존이다. 수렵, 채집 사회에서 사람은 한 곳에 계속 머무를 수만은 없다. 외부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밖으로 나가야했다. 먹을 것을 찾아헤맸어야 하며 그 과정이 두려움만 가득하다면 반복하기 어려운 행동이 된다. 적절한 보상회로가 동작해야 한다. 마치 아래처럼.


"오구 잘한다. 올치, 그거야. 그렇게 더 해봐."


이렇게 새로운 것을 찾고 모험하는 것은 곧 배움이다. 소위 우리 스스로 강화학습을 하는데 최고의 보상은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일으키는 쾌감 또는 행복감이라고 한다.


"도파민이 과하면 어떻게 될까?"


도파민은 보상회로의 핵심인 보상 그 자체이다. 그 도파민이 실제 몸에 반응하는 것은 도파민 수용체를 통해 느낀다. 지속적으로 도파민에 노출되면 소위 도파민 수용체가 망가진다고 보면 된다. 같은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게 되어 더 높은 자극을 추구하게 된다. 이것이 과장되게는 소위 마약 중독과 비슷한 기저이다. 일상 생활에 소소한 행복감에 대한 역치는 높아지고, 더 큰 자극이 있어야 행복감을 느끼는 몸이 만들어지는 원리이다.


"개인의 이성과 절제로 스스로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소위 사바사. 이쯤되면 내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결국 난 더 좋은 삶을 살고 싶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나 도파민 디톡스 해야겠구나."


대학 시절, 나는 운동을 무척 좋아했다. 대학교 2학년, 농구를 잘하고 싶어 중간고사 하루 전날까지 공을 던지며 연습했다. 당시 공부보다 농구가 더욱 내게 도파민을 채워준 것 같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도 여전히 축구와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을 하며 끝없이 도파민을 쫓았다. 축구 동호회는 3개씩 뛰었고, 1주일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축구하다 피로골절을 얻기도 했다. 그렇게 몸이 지치거나 다치면,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여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밥도 거르며 게임했다. 꽤 오래 이런 시간을 보내고 깨달았다. 운동과 게임이 아닌 대부분의 일상이 참 무미건조하다는 생각.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찾아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재미가 곧 더 좋은 삶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까지.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한 확률을 높이자."


어쩌면 나는 원초적인 욕구에 충실한 사람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럼에도 지나친 쾌락을 쫓으며 엇나갔던 적은 없으니 또 그렇게 최악은 아니기도 하다. 그럼에도 확률을 높이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안간힘 쓰지 않고도 숨쉬듯 편히 절제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도파민을 일으키는 행위의 강도와 횟수를 줄이자."


축구를 끊었고, 게임을 끊었다. 그렇게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참 힘겨웠다. 끊었다고 생각했는데 잠깐 쉬었던 것이었고 또 다시 했다. 그래도 오랜 경험을 통해 잘 끊어내는 방법을 체득했다. 그렇게 끊어낸지 1년이 지난 지금, 참 평온하고 좋다. 물론 한동안 도파민을 일으키는 행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어떠한 욕구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 부작용을 만나기도 했다.


단순히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남는 시간은 붕 뜨게 되고, 담배를 끊으면 빼빼로도 담배처럼 붙잡듯이 몸과 정신은 삐걱거리게 된다. 그래서 이런 시간을 대신 채울 행위에 대해 생각했다. 여러 이유와 더불어 책을 읽기 시작했고,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 중 하나이다. 하나, 둘 루틴으로 만들고 자주 시간을 쏟으며 자리 잡으면, 또 운동과 같은 좋은 루틴을 추가하는 식으로 시간 사용을 채워나갔다.


좀더 즐기면서 사는 삶도 충분히 괜찮다. 근데 나는 좀 덜 즐겨도 괜찮을 것 같다.

나의 삶은 책임지는 삶, 보람있는 삶이고 싶다.




Reference

https://youtu.be/IoSfVI6gmZI?si=Cgvlj_C7Y-cMpo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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