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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나무 Oct 16. 2023

다이버들의 환대

바다를 닮은 사람들

성인이 된 후, 새로 시작하는 무언가에 대해 이토록 환대받은 적이 있었을까요?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필리핀 세부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교육과정이 진행되는 때만 해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저 숙소는 어떨지, 수업은 어떻게 진행될지, 과연 내가 딸 수 있을지, 이퀄라이징이 잘 안돼서 귀가 많이 아프면 어쩌지, 전에 지인은 귀에서 피가 났다던데…와 같은 기대와 걱정이 반반씩 섞여 오고 갔을 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까맣게 놓치고 말았습니다.


무사히 다이빙 교육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꼬꼬마 다이버로 일주일, 이주일, 한 달, 두 달… 세부와 주변 섬 곳곳을 다니며 다이빙을 하기 위해 보트에 올랐습니다. 보트 위에는 언제나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토록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매번 놀라지 않을 수 없을 만큼요. 다양한 나라, 다양한 연령대가 모이는 것은 비행기를 따라갈 수 없겠지만, 보트는 압축된 관심사로 모두를 친구로 만들어 주는 마법의 공간이었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이곳에서 얼마나 지내는지와 같은 통성명으로 예열을 한 후, 첫 번째 다이빙이 끝나고 나면 즐거운 시간이었는지, 흥미로운 거 봤는지 인사 나누다 서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좋았던 다이빙 스팟을 공유하는 장으로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그러다 어느 날은 함께 저녁을 먹기도 했고요.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생명이 어디선가 튀어나옵니다.


인간이 우주보다도 바다를 모른다 하죠. 그만큼 심오하고 넓은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럴까요? 처음에는 낯선 것이 당연하다며 자신들이 쌓아 올린 지혜를 한 조각씩 기꺼이 나눠주었습니다. 초보자이니 잘 봐달라 조심스레 건넨 인사에 선배들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새로운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한다 화답했습니다. 어떤 이는 모든 것이 새로움일 저의 상태를 오히려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오래전 처음을 생각하는 듯 그의 얼굴에는 주름 사이사이까지 미소가 번졌죠. 누군가는 다이빙을 언제 시작했느냐보다 얼마만큼 바다에 들어가 봤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꾸준히 계속 즐겼으면 좋겠다 응원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힘이 되는 환영을 받을 줄 알았으면 더 일찍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보트에서 처음 인사 나눈 모든 이들에게 묻습니다. 언제 다이빙을 시작했느냐고. 어떤 이들은 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를 취미로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럼 저는 다시 묻습니다. 이토록 오랫동안 바다를 계속해서 들어가는 이유는 뭐냐고. 누군가는 바다는 언제나 새로운 얼굴로 자신을 맞이해 주어 좋다 했습니다. 같은 바다, 같은 다이빙 스팟이라 하더라도 바닷속 풍경은 늘 새롭다고. 어떤 이는 질문을 듣자마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한참을 생각하고는 이리 답했습니다. 깊음. 바다의 그 깊음이 그저 감동이라고요. 이들처럼 오랫동안 바다를 좋아하고 감사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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