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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회고 03

감사를 기록하는 나만의 방법

by 반나무

얼마 전 유퀴즈에 나온 송혜교 배우의 이야기를 찬찬히 보았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이토록 길게 들어본 적이 없어 신선했고, 와닿는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노희경 작가와 5년간 ‘하루에 감사한 일 10가지 적기’를 수행처럼 했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수행 첫날, 감사한 일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며 그녀는 그때를 회상했습니다. 그런 자신에게 오늘 날씨가 좋은 것도 감사하고, 굶지 않고 밥을 먹는 것도 감사하고, 반려견이 건강하게 있는 것도 감사하고, 예쁜 꽃을 보는 것도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 정말 많지 않냐며 노희경 작가가 답을 건넸다며, 그 이후로는 감사한 목록에 적을 것이 너무 많더라며 말을 이어갔죠.


매일은 아니지만 저 또한 감사한 일들을 잘 기록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여러 방법 시도 끝에 지금은 '카카오뱅크 기록통장'에 정착했습니다. 일명 '최애적금'이라고도 불리는 기록적금은 기념/기록하고 싶은 순간을 쉽고도 재미있게 남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지인은 좋아하는 연예인이 군대에 갔을 때, 그가 다시 컴백할 날을 기다리며 돈을 모았습니다. 또 누구는 아이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는 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저도 연애의 순간을 기록하는 것으로 이 통장에 발을 들였는데, 지금은 감사한 일이 있을 때마다 기록을 남기고 500원씩 저축합니다. 부답스럽지 않은 금액 덕분에 하루에도 몇 번씩 감사한 일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더 큰 금액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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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금액도 50번, 100번이 쌓이니 꽤 큰 금액이 됩니다. 그래서 벌써 중도인출을 몇 번이나 해 필요한 일에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모으다 보면 자신을 위한 선물을 살 수도 있고 또는 의미 있는 곳에 돈을 쓸 수도 있을 테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싶어 주변에도 자주 기록통장을 추천합니다.


일주일회고를 하기 위해서는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기록을 모아 살핍니다. 어플에 써 둔 일기, 메모장에 기록해 둔 스쳐가는 생각, SNS를 보다 저장해 둔 것 그리고 감사일기. 지난번에는 먹고 싶었던 짜장을 드디어 만들어 먹은 것에, 첫 번째 PT를 무사히 마친 것에, 아픈 저를 위해 음식을 사주는 동생이 있다는 것에, 편히 누워 쉴 수 있는 방이 있는 것에 감사를 느꼈습니다. 이번 주에는 다이어트가 잘 진행되고 있는 것에, 여행을 즐겁게 다녀온 것에, 사다리에서 떨어진 아빠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에, 장거리 연애 중인 애인과 500일이 된 것에 감사하며 500원씩 저금을 했습니다.


'감사'라는 단어는 너무 익숙하고도 흔한 말이지만 단어 자체로 보면 무거운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어떤 물건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니 너무 추상적이기도 하고요. 추상적인 말은 가까이 들여다보기도 하고, 쪼개어 보기도 하면서 구체적인 이름을 계속 붙여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냥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러니 시작되는 한 주도 감사한 순간을 잘 기록하고, 곱씹고 또 그 마음을 표현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지난 한 주, 어떤 감사한 일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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