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의 세 가지 덕목
전 직장 동료들과 오랜만에 만나 길게 수다를 떨었습니다. '전 직장'이라고 하지만 3개월 만에 때려치우고 나온, 이력서에 굳이 쓰지 않을 이름이지만 그래도 하나 얻은 것이 있다면 좋은 사람들입니다. 처음으로 '입사 동기'를 가져 본 것이기에 더 애틋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같은 시기에 입사 한 우리는 서로를 도닥이며 지냈습니다.
같은 날 입사해, 같은 날 퇴사한 저와 옆지기는 이제는 다른 회사에 소속되었지만 옆 팀 동료들은 아직 그곳에 남아 있기에 모이면 아는 얼굴 A, B, C 등의 이야기를 하며 주로 시간을 보냅니다. 퇴사한 이들은 '아, 맞아 그랬었지'하며 짧지만 강렬했던 그곳을 다시금 느끼고, 아직 그곳에 몸 담고 있는 이들은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여러 이들 중에서 가장 많이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역시 회사의 '장'님입니다.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에 가까웠던 이사장은 제가 만나 본 장 중에서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회사를 이끌어 가는 수장으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말이죠. 늘 직장에서도 인복이 많다 생각하던 저였는데, '아, 이제는 운이 다했나?' 싶을 정도로 별로였습니다. 그러니 여기서는 굳이 견딜 필요가 없겠다 싶어 3개월 만에 회사 문을 박차고 나온 것이겠지요. 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으나 알지 못하는 이들이 알지 못하는 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 생략하고 넘어갑니다. 그렇게 이해되지 않는 그의 행동을 한참 풀어내고 난 후에 우리는 '그러니 좋은 사람, 좋은 어른이 되도록 부단히 노력합시다'라는 결심으로 서로를 다독였습니다.
나무는 나이테가 쌓이면서 단단해지는데, 사람은 그러지 못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사실 매일 조금씩 어른이 되고 있는 제 자신도 스스로가 좋은 어른으로 쌓아져 가고 있는지 확신하기가 쉽지 않지요. 그러다 때마침 읽고 있던 책 <아무튼, 명언>에서 '좋은 어른의 세 가지 덕목'에 대한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이는 만화가 '야마다 레이지'가 일본에서 자기만의 업을 일궈 존경받는 이들을 인터뷰하고 나서 정리한 덕목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불평하지 않는다.
2. 잘난척하지 않는다.
3.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
간단명료한 세 가지의 덕목을 읽고 나니 '아!'하고 머리가 상쾌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쓰여 있는 것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길을 알고 있을 때와 아예 모르고 있을 때는 다른 것이니까요. 사무실에도 잘 보이는 곳에 세 가지의 덕목을 써서 붙여 두었습니다. 자주 보며 기억하다 보면 조금은 나은 어른으로 커 갈 수 있겠지요? 몸과 마음을 살피며 단정하게 살아가고 싶다 생각했던 봄날의 회고가 다가오는 여름을 맞아 무르익은 느낌이라 기분이 좋은 한 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