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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회고 08

라일락 향기가 좋은 이 계절이 사랑스러워

by 반나무

퇴근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집에 가는 길에 라일락 향기가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계절입니다. 다시 겨울이 된 것 같기도 하다가 급 여름이 된 것 같기도 했다가 날마다 날씨가 오락가락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꽃들은 피어나고 지는 중입니다. 그리하여 저도 부지런히 짧은 봄을 즐기는 중입니다.


비바람에 금방 사라져 버릴까 봐 부랴부랴 점심을 먹고 벚꽃 산책을 다녀왔는데,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고 요즘은 점심 식사 후 에어팟을 꽂고 회사 주변을 한 바퀴씩 걷습니다. 오늘은 오른쪽 방향으로, 내일은 왼쪽 방향으로 매일 조금씩 변주를 주면서요. 춥다고 점심 먹고도 사무실 의자에 가만히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던 제 생활에도 새로운 활기가 찾아왔습니다. 덕분에 저물어 가는 꽃과도 피어나는 꽃과도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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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면서 매일 다른 풍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장거리 연애 중인 저는 늘 바쁜 애인의 연락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전보다 배로 늘어났습니다. 연락이 언제 오나 기다리며 쓸데없이 SNS에 들어가 광고나 잔뜩 보기도 하고, 기다리다 지쳐 서운함이 폭발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연락이 오면 활짝 웃게 되고요. 누구보다 독립적인 인간이라 생각했던 제 자신이 누군가의 연락에 연연하며 감정의 롤러코스터 타는 모습이 재미있고 귀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합니다. 이 시간에 해야 할 다른 일을 하자 마음 먹지만 벌떡 일어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겨울을 보냈는데 봄바람이 이불에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저를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푸릇푸릇하게, 알록달록하게 피어나는 봄의 풍경을 보고있자니 이 계절을 지금 즐기지 못하면 그냥 지나가버리겠구나 싶어 산책을 하고, 사진을 찍고, 향기를 들이마시고 있는 것처럼 나의 오늘도 지금 이 순간뿐이니까 지금의 나에게 더 집중해 보자 자연스레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균형을 조금씩 찾아나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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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양껏 즐기는 중입니다


아, 봄의 맛도 잊지 않고 챙겨 나가는 중입니다. 대저토마토 한 알을 욕심 내어 입 안 가득 먹기도 하고, 친구가 처음 만들어 보았다는 미나리무침으로 비빔밥을 해먹기도 하고, 유튜브에서 본 참나물레몬국수도 만들어 먹었습니다. 봄이 지나기 전에 두릅도 먹고, 시금치 주먹밥도, 냉이 김밥도 만들어 먹어야겠다 생각 중입니다.


제철은 참 향도, 맛도 깊습니다. 저 또한 저의 제철을 잘 뽐내며 살아가고 싶다 생각한 한 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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