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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회고 13

기록이 만든 나의 상반기

by 반나무

바람이 불면 훅하고 살아지던 눈꽃의 계절을 지나, 걸을 때마다 살랑살랑 마음을 흔들던 라일락의 계절을 지나, 태양의 힘을 이기지 못해 뜨겁게 시들어버린 장미의 계절까지 건너왔습니다.


“벌써 7월이야?”


이맘때면 어김없이 물음표가 머릿속에 두둥실 떠오릅니다. 퇴근을 바라며 걷는 출근길 걸음이 느릿느릿한 것처럼 사무실에서의 시간은 참으로 더딘데, 한 달 한 달은 왜 이토록 빠른지 모를 일입니다. 이 시기가 되면 연초에 계획을 세웠든 안 세웠든 그간 무엇을 했나 저절로 더듬어보게 됩니다.



상반기를 다독이고 싶은 마음에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평창으로 떠났습니다. 출발 전, 서울역 앞 스타벅스에 앉아 일주일 회고와 6월 회고를 하고는 노션에 적어 둔 2025년의 나름의 계획들도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각 바람이 저마다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니,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은 마음으로 기분 좋게 기차에 올랐지요.


2박 3일 평창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시원한 바람 속에서 숲의 풍경을 느끼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푹 쉬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상반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매일 머무는 집과 사무실, 그리고 그 사이의 익숙한 공간들로부터 벗어난 시간은 내가 지나온 길을 바라보기엔 더없이 잘 어울리는 배경이 되어주니까요.


다행히 매주 쌓아 온 기록이 있어 상반기를 돌아보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적어둔 26개의 일주일회고를 단순히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난 6개월의 시간, 그 살아냄의 시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 하며 어떤 고민을 하며 지냈는지, 얼마나 많은 감정의 변화가 있었고, 그 사이에 또 내게 어떤 변화와 성장이 있었는지를 말이죠. 상반기 회고를 할 수 있었던 건, 매주 적어둔 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겨우 한 칸으로 시작한 첫 일주일이 모이고 모여 저만의 한 계절이 되었습니다.




초록채집가 반나무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기록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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