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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의 마음

by 반다정 씨

지하철을 타면 눈에 띄는 자리가 있다.

핫핑크로 무장한 채 무채색 공간에서 독보적으로 보이는 자리 ‘임산부 배려석’


대부분은 잘 비어 있고,

비워진 자리에 임산부가 앉는 모습을 보면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어쩌다 어르신이나 몸이 불편하신 분,

어린아이들이 앉는 것을 보면 그 또한 약자에 대한 배려이니 그럴 수 있단 생각이 드는데

많은 사람의 배려의 마음이 무시되는 모습을 보면 살짝 화가 올라온다.


가서 자리를 비워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또 그 정도의 용기는 없어서 홀로 속앓이하기도 한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서서 지하철을 이용할 때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 있다면그 앞에 떡 하니 서있기 시작했다.


아내가 임신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지하철, 버스 등

사람이 많은 교통을 이용할 때였고,

아직 배가 부르지 않은 임신초기엔 더더욱 조심해야 하니

자리를 비켜달라 말하기 어려운 상황들에서

뭔가 나만의 정의를 실현하는 중이랄까?


그럼에도 자리에 앉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그럴 땐 이 자리가 왜 비어 있는지 한 번은 생각해 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은 눈이지만 힘을 주어 최선을 다해

그분과 눈을 맞추고자 하나 지금껏 눈을 마주친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 앉자마자 눈을 감는 모습을 보인다.

아마 그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도 작은 불편감이 있었을 것이라 위안으로 삼으며

많은 이들이 배려한 마음을 서로가 잘 지켜가면 좋겠다 싶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며느리

또 누군가의 귀한 손녀일 수 있는 그녀와


태중의 귀한 아기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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