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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지 마! 정신줄!

by 반다정 씨


우리 가족은 주 3회 함께 운동하는 습관을 기르는 중이다.

6월부터 꾸준히 해오다가 한 여름 폭염으로 잠시 멈추고는

최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운동 시즌2를 시작했다.


시즌1에서는 아이들도 뛸 수 있을 만큼 가벼운 러닝을 했는데

너무 힘들었다는 피드백이 있어 가볍게 그러나 어느 정도 운동량이 될 수 있고,

재미있게 지치지 않고 운동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했다.


어찌할지 고민고민 하다가

시즌1에는 없었던 선물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집에서 우리만의 달란트 시장을 열고,

달란트 시장에서 사용할 달란트는 하루 운동을 완료하면 1개씩 지급하기로 했다.

달란트는 주고받는 재미를 살리기 위해 상평통보라 불리는

옛날 엽전을 구입하여 하나씩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주 3회 운동을 모두 완료하면 즉석 뽑기를 뽑아 1등~5등까지의 상품을 지급하기로 했다.


1등 원하는 가족과 데이트

2등 공부 하루 쉬기

3등 원하는 식사 메뉴권

4등 라면 1회권

5등 원하는 간식권


이렇게 선물에 대한 세팅을 마치니 아이들은 운동하고 싶다고 난리난리다!


이제 아이들의 동기가 만들어졌으니 적당한 운동강도를 만들어야 했다.

뛰는 것보다는 지속적으로 유산소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

30분 정도 자신의 속도로 걸을 수 있도록 운동 강도를 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시즌2 첫 운동날!

아내와 나는 각자의 속도로 러닝을 시작했고, 아이들도 각자의 속도로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 시작 후 30분이 다 되어가자 둘째 아이는

양손을 꽉 쥔 채로 팔을 허공에 펼치며 뭔가를 입으로 연신 중얼거렸다.


"놓지 마 정신줄, 놓지 마 정신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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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나 신기한 동작과 2학년 아이가 뱉어내는 말에 깔깔 배를 잡고 한참을 웃었다.

선물은 받고 싶고, 오랜만에 하는 운동은 힘들고, 이렇게라도 스스로를 위로하는 모습이 참 웃펐다.

집에 갈 때까지 정신줄을 놓으면 안 된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허공에 두 팔을 벌린 채로

"놓지 마 정신줄, 놓지 마 정신줄...."을 심각(?)하게 외치며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운동 첫날이니 특별히 뽑기 기회를 주었다.

둘 다 5등을 뽑았지만 엄청 신나 했고, 엽전 달란트 한 닢을 받고 나서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오늘 운동이 어땠는지 물어보니, 기분이 째진다는 아이들의 말!

아이들과 하는 것은 재미가 가장 중요하단 또 한 번의 배움을 얻으며

시원하게 씻고, 즐겁게 하루를 마감했다.


그리고 문득, 나에게 돌아온 질문 하나.


"온 마음을 다해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잠시 그 물음에 머무르며, 내 일상을 돌아본다.

아이들처럼 너무 심각하지 않게

익숙하고, 평범한 것들에 숨겨진 재미와 의미들을 만나는 나를 그려본다.

일상이 감사가 되는 순간. 이것이면 충분할 것 같다.

행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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