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
오랜만에 청소기를 돌리는데
아내가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어머~ 아빠가 청소기를 들었어!"
그 소리를 듣고는 아차차 싶어 나도 모르게
"아! 억울해~ 나 청소 자주 했는데.. 그리고 어제는 쓰레기도 버렸고...."
그 소리를 듣고 있던 아내는 여유롭게 한 번 씩 하고 웃더니
"알지~! 뭐라고 하는 게 아니야, 고마워서 그래~!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어"라고...
내심 잔뜩 억울함을 토로하려 했던 마음 한 구석이 머쓱해진다.
'오늘은 내가 좀 피곤하니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이 커질 때쯤
이런 기분 좋은 자극은 가사노동에 대한 태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만들게 된다.
마치 기계가 오래되면 닦고, 조이고, 기름도 쳐주듯...
"당신만 밖에서 일해?"
"나도 힘들고, 집에서는 쉬고 싶다고!"
"맨날 나만 집안일하는 사람이야!"와 같은 비난이 담긴 메시지는
상대에게 방어적 태도를 불러 본질을 흐리는 대화로 넘어가기 쉬워진다.
아내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일상을 바라보는 마음을 변화시키니
아이들도 덩달아 집정리를 시작했고
서로의 입가엔 미소가, 깔끔해진 집이 선물같이 다가왔다.
* 아내는 내가 집안일에 조금 소홀해질 때쯤, 이런 방식으로 나에게 메시지를 던진다고...
그러면 다시 되돌아온다고... 역시 기계나 사람이나 닦고, 조이고, 기름칠을 해야 한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