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표현하기
둘째 녀석이 갑자기 아침 몇시에 출근하느냐 묻는다.
7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하니
"아! 다행이네. 나 7시 25분에 일어날거니까 아빠랑 아침인사 할 수 있겠다."
자세히 보니 체크리스트 판에
기상부터 자기 전까지 일일 스케줄을 작성하고 있었다.
그 스케줄에 떡하니 들어가있는 감동스러운 한 줄!
'아빠 인사하기!'
그 이야기를 듣는데 어찌나 고맙고 기특한지...
오늘 아침에도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문 앞까지 배웅해줬는데...
아빠 생각해줘서 고맙다며 옹동이를 토닥토닥 하고는
서로 씨익하고 웃는다. 피곤이 스르륵 풀린다.
태어날 때 부터 사랑받는 방법을 알고 있는 아이처럼
둘째는 다정하고, 자신의 감정표현이 확실한 아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표현한다.
가끔은 확신에 차 거침없이 표현하는 녀석이 참 부럽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런 모습으로 태어났으나
세상을 살아가며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두려워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며 성별, 사회적 지위, 경력, 학벌 등
세상이 힘을 부여한 수많은 기준들에
위축되어 나를 드러내지 못한채 말이다.
그냥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 당신이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듣고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거및세상이 부여한 '힘'은 잠시 내려두고,
마음과 마음으로 ...
서로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니까...
내 삶을 살아온 나는 이 세상에 나 한 사람이니까...
그것만으로 충분히 귀한 존재이니까...
아침인사가 기대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