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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다정 씨 Nov 06. 2023

첫째 아이의 눈물,

갈등 속에서 서로의 마음 돌보며 회복하기

아내도 나도 바쁜 일정들을 소화하다 보면

아이들끼리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일들이 생긴다.

식사와 간식들을 미리 챙겨두고 일정을 보내고 오면

어느 날은 깨끗하게 정리된 집을 보며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첫째 아이가 둘째 아이에게 하는 반응이 심상치 않아

곰곰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 모습을 계속 보다가는 크게 화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저녁식사 이후 이때다 싶어 긴급 제안을 했다.


"지금 시간 괜찮으면 우리 잠깐 모여서 가족회의 했으면 좋겠어요."

모두들 의아해하며 식탁으로 모였다.

우리 집 규칙 중 한 가지, 

누구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가족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더 이상 아이들의 날 선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분노감이 아이들에게 가 닿을 것 같아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방법들을 함께 찾아보기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 했다.


먼저, 지금 기분 상태가 어떤지 돌아가며 이야기하는데 

역시나 첫째의 마음은 짜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둘째가 식사를 하고 뒷정리를 하지 않는다던지,

자신의 이야기를 무시한다던지 하는 행동들이 마음에 걸려있던 것이다.

특히 우리 부부가 집을 비운 사이 이와 같은 갈등은 더 커지겠구나 하고 이야기를 듣는 내내

첫째의 마음이 공감되었다. 



그 공감의 마음을 전하니 툭하고, 그동안 견뎌온 마음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한참을 서럽게 우는 첫째 아이를 침묵으로 바라보며 

그동안 그 마음들을 참으며 엄마, 아빠를 위해 버텨왔구나 하는 생각에 

아직 어린 녀석에게 많은 짐을 지워준 건 아닌가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첫째 아이는 엄마가 집에 왔을 때,

잘 정리정돈 된 집으로 엄마의 애씀에 보답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것이 첫째 아이의 엄마를 향한 사랑의 표현법이다.

그것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성향이 정반대인 둘째의 행동들이었을 것이다.


우린 첫째와 둘째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들으며

나름의 방법들을 찾아 나갔다. 서로가 다름을 이해하고, 그럴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화가 나면 어렵지만 멈춰보기로 했다.

그럴 때 몸이 보내는 신호도 알아보고, 홀로 멈추지 못할 때는 

다른 가족이 '잠시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자.'라는 신호를 전해주기로 했다.

침대 잠시 누워 있거나, 식탁에 앉아 물을 마시기 등 방법도 함께 이야기 나누며

가족이 서로를 돌보는 방식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나누게 되었다.


첫째 아이의 눈물,

그리고 서로가 원하는 것을 나누고,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이야기하며

아이들은 다시 초롱초롱한 생기 가득한 아이들로 다시 돌아왔다.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서로에게 표현하며 자리로 향했다.


내가 희망을 거는 것 중 하나는

우리의 마음이 연결된다면 그 어떤 갈등의 순간 속에서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생각한다.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우리 가족의 순간을 잘 기억해두고 싶다.

오늘은 모두 푸~욱 잘 잠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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