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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 두번째, 길에서 길을 만나다
by
테오
Feb 7. 2022
프랑스의 사회 교화단체인 쇠이유라는 단체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특별한 의미로 만들었다
쇠이유를 설립한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개인적인 체험이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쇠이유로 인해
순례길은 교화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이 단체의 교육 프로그램에는
프랑스의 청소년 소년원에 수감된 15세∼18세의 범죄자가
성인 동행자와 함께
언어가 다른 외국에서 3개월 동안 2,000km 이상 걸으면
석방을 허가를 하도록 했다.
모든 참가자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온전한 회복을 경험하진 않지만
재범율이 15%로 떨어진 결과는 걷기의 유용성을 잘 말해 준다.
너무나 단순하고 원초적인 행동인 걷기는
과연 왜 이런 결과로 나타날까?
흔히, 걷다보면 온전한 나와 대면한다고 하지만
굳이 걷는 행위 말고도 스스로와 대면하는 길은 수없이 많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자신과 만나느냐에 있다.
두번째 해파랑길이다.
지난주 해파랑 1코스를 걷고난 직후
저질체력에 허벅지 대퇴부 일대가 홍역을 치른 탓에
이번주 호언장담한 2코스 강행은 설마했다는 아내의 반응
그럼에도 근육통은 걷기로 풀어야 한다는 허풍을 곁들여
2코스 출발지 해운대백사장에 섰다
해운대 미포에서 출발해 기장 대변항까지 14km의 여정이다
이번에도 동해선 열차를 타고 신해운대역에서 해운대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중독자라는 뜻이 강한 홀릭이 매니아를 누르고 있다.
미치는 정도로는 만족을 못해 중독이 대세가 된 시대 탓도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으로만 보면
홀릭은 여러 가지 에너지를 가져다 준다.
주말, 하루는 사우나를 하고 또 하루는 시장이나 마트를 도는 반복된 날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걷고 싶어졌다.
어디를 어떻게 걸어야 한다는 계획 보다는
그냥
무작정 걷고 싶어졌다.
한 때는 반구대암각화 가는 길을 중심으로 태화강까지
참 많은 길을 걸었다
목적을 가진 걷기였다.
길을 걸으며 이길과 저길에서 만나는
울산의 역사
그리고 옛이야기를
주머니에 채우고 가슴에 담았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한참,
걷는 것을 잊은
듯 지낸 시간이 흘렀다.
걷는다는 것...
어디를 향해 걷다보면
흠뻑 젖은 몸과 거친 호흡이
하나가 되는 묘미가 있지만
걷기 뒤의 풍경과 쾌청함은 묵은 생각을 털어낸다.
어쩌면 이런 기분 때문에
많은 이들이 주말이면
등산화의 끈을 동여매는지도 모른다.
이름 모를 해변의 풀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엄동의 차디찬 경계에서 온몸으로 쌓은
내공이 전해지는 견고한 생명력이다
풀잎에 손을 대면 그 엄청난 기운이
내 몸을 공중부양 할지 모른다는
망상에 빠졌다가
다시 동해바다 막막한 첨벙거림에
눈빛을 애써 모으고
괜히 돌멩이 툭 발로 찼다.
돌멩이 하나를 던졌을 뿐인데
동해바다와 나는 잠시 마주하며 웃는다.
거친 숨소리가 멈추는 순간 바다와 나 사이에 슬핏
묵혀둔 찌거기들이 떨어져 나간다. 마치 비듬처럼...
시랑대와 오랑대를 지나
연화리를 더듬으면 바다냄새가
접시에 올라와 있다
오만가지
해산물이 달려드는
연화리 해변 가게...
2코스 막다른 길의 보상치고는
별미가 가득하다
바람이 장난이 아닌 토요일 낮시간...
바닷길이 끝없이 옹알대는
해파랑
두번째길은 쏠쏠하다
벌써 3코스가 기다려 진다.
속도의 시대다.
산업혁명의 기술과 생산력의 성과에 있어서
최종적인 완성은 철도의 출현으로 가능했다.
철도의 초기 역사는 석탄 수송으로 시작되었는데,
G. 스티븐슨이 발명한 증기기관차는
인류의 삶은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철도와 자동차, 항공기가 이동 수단의 혁명이었다면
지난 1940년대 등장한 컴퓨터는 생각의 혁명을 가져왔다.
몸이 빨라지고 정보가 초를 다투면서 인류는 초단위까지 나누는
속도경쟁을 벌이다 아차,
이제 뒤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바로 느림의 담론이다.
광역철도가 길을 열고 바다가 갑자기 가까워진것은 아닌데
기차역에 서면 쓸떼없는 생각이 다시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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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시를 쓰는 사람입니다. 그동안 써온 여러가지 글을 브런치에 내놓습니다. 시사문제와 짧은 글, 그리고 울산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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