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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오 Feb 13. 2022

해파랑 3코스, 비릿함 질척이는 해변

입춘이 지났다...     

지인이 보내온 통도사 홍매화가      

토요일 아침, 빨리 오라 손짓했지만     

태화강역으로 달려 광역전철에 몸을 실었다.     




부산의 동쪽 끝 해파랑 3코스다.     

17.5km     

대변항부터 임랑해수욕장까지 바닷길을 따라 걷는 미역과 멸치의 길이다.     

봄철, 너무나 자주 찾은 대변항은 겨울철 내내 바다를 말리고 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동해에서 건진 해물들은     

대변항 억센 사내들의 불끈한 근육질에      

퉁실하게 살이 올라 육질 끈끈한 쫄깃함으로 바뀌는 중이다.









기장역에서 대변으로 가는길은 갈맷길과 겹친다.     

대변항을 지나 기장군청을 가로지러 일광으로 가는 길.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 다소 지루하지만     

신앙촌 방향의 바닷길이 막혀 불가피한 진로변경이다.     

3km정도     

자동차 소음과 풀풀 날리는 미세먼지를 털고 가다보면     

일광해변과 만난다.                         









일광해변은 겨울햇살이 만선이다.

바닷길 따라 이어지는 갯가 해녀들의 물질은

살얼음처럼 굳어지지만

테왁 물고 올라오는 망사리 가득

미역과 성게를 보면 꽁꽁 언 시선이 금새 풀린다.




그 억척스런 삶을 새겨둔 동상 앞에 잠시 기념촬영을 하면서

일광해변에 얽힌 서사의 기억들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일광에서 이동항으로 가는길에는 오영수 선생의 기념비가 서 있다

갯마을의 작가....

울산출신 소설가로 한국 현대문학에 한 획을 그은 작가다.




바다를 따라가다

문득, 지금 나는 왜 이길을 걷고 있는지...

쓸데없는 반추가 머리 속을 맴돌았다.


걷는다는 것

어쩌면 온몸이 나와 하나가 되는 시간이다.

육체와 정신이 온전히 유기적 관계라는 사실을 만나는 순간.

바로 그 원초적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사내가 해안의 끝에서 낚시줄을 던진다.

땅과 바다의 경계에서 저 사내의 간절함이 무얼 건져올릴지 알수 없지만

바다는 거저

물살만 일렁일 뿐이다.





철강왕 박태준의 생가다.

임랑...고리원전 바로 아래 갯마을이다.

청암 박태준은 여기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의 생가가 지금은 기념관으로 단장돼 있다.

임랑으로 오는 길에 정훈희 김태화의 유명한 카페가 있다. 바로 옆을 지나는데

정훈희의 꽃밭에서가 라이브로 흘러 나온다...

해파랑 3코스의 보너스다.



5시간...

입춘을 지나선지 이번 코스는 중간중간 외투를 벗어던질만큼 날이 좋았다.

3코스도 열심히 함께 걸어준 아내가 있어 무탈했다.





“내가 이해한 것은, 이 조르바야말로

내가 오랫동안 찾았으나 만날 수 없었던

바로 그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어머니 같은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살아 있는 가슴과 따뜻한 목소리,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남자.

이 노동자는 나를 위해 예술과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순수함, 열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단순하고 인간적인 말로 끄덕이게 한다. ”       

   

비로소 자유를 찾게 됐으나

모든 것을 잃고 난 뒤의 일이었다는 카잔차키스.

그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우리에게 자유의 한정상속을 이야기 한다.   

5시간 내내

한정상속 받은 자유를 만끽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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