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수의 비장암수, 단일대오 흥정담판
대권무림 선발전 본선 아침이다. 스무날, 강호 도장깨기를 마치면 와대입성전이 열린다. 이중재명이 진보적통을 걸개로 부산마방을 흔들며 경부마차를 타고 상경하자 보수석열은 무림대권 수장교체 걸개를 흔들며 청계광장에서 적멸기를 휘날렸다. 대권가도가 본선전에 일사불란이지만 좌우합사 졸개들의 뒷담화는 여전했다. 종인대부는 석열이 지천태 패를 쥔 날부터 용모와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일각에서는 석열이 종인의 밑바닥을 보았기에 평가절하 했다는 후일담도 나돌았다. 석열과 주월부인에 모욕감을 느낀 종인이 육두문자로 보수석열을 회를 치자 평론나발들은 일제히 종인이 “못먹는 잔치에 침을 뱉은 꼴”이라 혀를 찼다.
입춘지절이 지나 만월완대(정원대보름)가 차오르자 상황이 급변했다. 원단 연휴부터 서초안거(석열의 자택)와 상계진루(철수의 자택)를 몇차례 오가던 전서구가 이중재명의 첩자에 발각돼 화로구이형을 당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임인년 무림대권의 급소비책인 단일대오 찌라시가 한성 곳곳에 뿌려졌다.
# 손오공상 펼친 준석, 단일대오 무용론
춘기서설이 폭설로 바뀐 아침, 철수만수가 여의나루에 걸개를 걸었다. “무림대권 교체여론이 강호를 울리고 있다. 작금의 무림은 정체불명의 내로남불 권법 정법서로 돌아 강호 질서가 금지지탄이다. 나 철수는 이번 무림에서 절대 신수로 도덕지수를 올렸으나 재야무림 절대수가 석열수하에 운집했다. 허나, 대의는 철수에 있다는 재야 여론이 비등하니, 지금부터 여론지수를 공정관리하여, 무림교체 단일무사를 선발토록 주문한다”재명의 선물공세와 석열의 굳은맹세 사이에서 고민하던 철수만수가 단일대오 깃발을 꽂았다.
철수만수와 견원지간인 준석신예가 발끈했다. 철수의 단일깃발에 부처손 안의 손오공을 그려넣은 삽화를 오려넣고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 적었다. “단일대오는 없다며 부인부정 손사래로 팔뚝이 골절 상태인데 호시탐탐수로 몸값만 올리려 수작”이라는 조롱을 꼬리에 달았다. 준석신예가 달포전, 신불암거에서 현중거사를 독대할 때, 거사는 철수의 단일비책을 암시했다.
문제는 시기였고 고비는 설 연휴였다. 연휴를 넘기면 철수의 상승지세가 꺾일진대 사승지세가 승압기류를 탈 때 철수의 단일대오 제안은 보수석열을 곤궁지세에 빠뜨릴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거사는 준석에게 무시일관으로 철수를 눌러라고 주문했다. 자존지수에 민감한 철수만수의 단일 깃발을 쓸모없게 만들라는 복심이었다. 상승세가 꺾인 뒤, 단일깃발을 흔들어야 철수만수를 주저 앉힐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런 사정을 꿰뚫은 철수의 책사가 진석철학(최진석 선대위원장)이다. 진석이 누군가. 노장를 꿰고 주역을 일만번 독파해 한강 위를 맨발로 걷는다는 마지막 도사 아닌가.
선전자 승어이승자 승이패자(善戰者 勝於易勝者 勝已敗者) 진석은 철수에게 열두자의 단일권법을 일러주었다. 원단 무렵, 상계진루에서 철수는 진석에게 두가지를 물었다. “도사께서 경계를 이야기 할 때, 저를 지목했다고 여겼습니다. 이번 무림대권에서 절대열세인 제가 단일권법의 주인이 될 묘책이 뭡니까” 그 답으로 내놓은 열두글자였다. 초딩철수가 직역으로 열두자를 풀어 만든 비책이 본선무사 등록전 단일깃발이다. 진석의 이마에 삼자주름이 깊어졌다. “싸우기 전에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라 했거늘 견주는 상황에서 먼저 패를 던지니 수습이 불가지로다” 함평안거(최진석 선대위원장 안가)로 발길을 돌리는 진석철학의 등짝에 춘설이 분분했다.
# 석열의 적폐신공 통부 역린 건드렸나
‘지산겸(地山謙)' 괘다. 현중거사는 급히 도읍에 전서구를 띄웠다. 땅이 위에 있고, 산이 아래에 있다. 산의 웅대한 기세가 땅속에 숨었다. 그래서 겸(謙)이다. 산중유산겸 부다익과칭물평시(地中有山謙 裒多益寡 稱物平施) 과하면 망동이 움직인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 적은 곳에 보태라. 스스로 몸을 낮춰 겸허를 입어라는 전언이다.
명성과 공로가 하늘을 찔러도 겸손을 유지해야 만민이 복종한다는 화두패를 동봉했다. 도읍의 진언이 석열에게 전해졌는지를 알수 없는 아침, 비보가 여의나루에 걸렸다. 재인통부의 결사항전이었다.재인통부는 와대참모 훈시시찰에서 모처럼 목청을 돋았다. “보수석열의 적폐몰이가 와대로 향했다면 이는 곧 본인과 전면전을 포고한 것, 나 재인은 석열의 석두잔꾀를 관망하지 않을 것이다. 석열의 와대앞 석고대죄가 없다면 와대의 전가보도 급살비검(한칼에 열두 목을 벤다는 와대가보)을 이중재명에 하사할 수 있음을 명심하라.
기습이다. 와대가 대권무림 선발전에 뛰어들었다는 평론나발의 왁자지껄에도 석열의 적폐권법은 때를 잘못 선택했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허나, 적폐권법은 재인과 이중재명의 십팔지략 아닌가. 적폐계책으로 권좌에 올라 천하를 호령했건만 내로남불 잡수에 강남좌랑(조국)과 대구추녀(추미애) 공덕으로 석열을 우성마방 대권무림 천하무사로 키운 쪽이 누군가. 통부의 발끈지수나 석열의 적폐신공 모두 실기라는 진단이 나돌 무렵, 철수와 석열이 며칠째 수락산 팔부능선 암자에서 깊은 밤 독대한다는 소문이 강호를 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