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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오 Feb 20. 2022

해파랑4- 한반도 해양문화의 시작

기습한파에 낮시간에는 비가 온다는 예보까지..

다음주로 미루려던 해파랑길 걷기가 

아내의 재촉으로 강행군이다...


오늘 걷는 길은 특별하다.

임랑해수욕장부터 진하까지 19.5km

6시간 강행군이다.



이 구간은 초입부터 고리원전과 만나고 

신고리 건설 현장과 겹쳐

난코스의 연속이다. 

초반부 5km 정도는 불편한 길이 이어지지만 그길도 

잠시, 다르게 바라보면 원전 건설의 웅장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재미가 있는 길이다.




원전을 비켜가면 바로 만나는 곳이 신암리다.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슬쩍 지나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사실 신암리는 엄청난 땅의 역사를 가졌다.

바로 한반도 해양문화의 출발지다.



구석기시대나 신석기 시대의 한반도 문화를 이야기할 때 

쉽게 떠올리는 것이 동삼동 패총과 남해안 유적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다 합쳐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유물이 

신암 바닷가에서 나왔다

바로 신암리비너스상이다



한반도 석기시대 유물 가운데 단연 독보적인 것을 여럿 이야기 하지만

신암에서 출토된 여인상(사진 왼쪽)은 탁월하다. 

일명 '신암리 비너스상'로 불리는 이 여인상은 

울산시 서생면 신암리 유적 제2지구에서 1974년 출토됐다. 

바로 해파랑길 4코스 중간에 있다.


세계 고고학계에서는 오스트리아에서 출토된 

빌렌도르프(Willendorf)의 비너스(사진 오른쪽)를 

여인상의 으뜸으로 친다. 

가슴과 엉덩이를 과장해서 표현하고 있는 

이 여인상을 두고 생식과 출산 등을 상징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빌렌도르프와 신암의 여인상은 

구석기와 신석기를 대표하는 종교적 상징물이었을 것이라는 것이

고고학계의 정론이다.   


울산의 석기유적은 구석기부터 신석기까지 다양하게 출토되고 있다. 

하지만 울산의 석기시대 유물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물론 한반도 지역의 석기유적이나 유물이 

고고학계에 보고되기 시작한 것도 따지고 보면 

얼마 되지 않은 일천한 역사를 가졌다. 

이는 일제강점기 때 시작된 어용 일본 학자들에 의한 

한반도의 고고학적 발굴이 임나일본부설을 짜맞추기 위한 

고분 발굴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장이다. 이 엄청난 땅의 역사가 팻말 하나로 풍파를 견디고 있다

초라하고 안쓰럽지만 우리나라 문화유산 관련기관의

인문학적 안목이 딱 이 정도다.




이제 본격적인 해안길이다.

나사부터 간절곶을 거쳐 진하까지..

이 해안은 바닷길 자체가 예술작품이다.






울산의 바닷길을 걷는 일은 감탄과 회한, 

절망이 어우러지는 묘한 시간이다. 


한반도의 동남쪽 척추의 아랫도리를 받치고 있는 울산은 

천혜의 지리적 요충지다. 

지리적 거점이자 대륙의 통로였던 울산이기에 

선사문화의 원류가 이 땅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울산처럼 오래된 과거가 

퇴적암처럼 켜켜이 쌓인 도시는 드물다.



간절욱조조반도艮絶旭肇早半島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새벽이 온다


          

간절곶은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28-1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지도상으로 동경 129도 21분 50초, 북위 35도 21분 20초

매년 새해 첫날

해 뜨는 시각은 거의 대부분 07시 31분 26초다. 

참고로 가까이 있는 포항 호미곶은 07시 31분 31초로 

간절곶 보다 5초 늦고 해맞이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강원도 강릉시의 정동진은

07시 40분으로 무려  9분여나 차이가 난다.


간절곶은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교차지역으로 

유속이 매우 빨라 배가 지나다니기에 아주 위험하다

이 때문에 동해남부 연안을 지나는 배를 위해

1920년에 등대가 섰다.



쭉 뻗어 나온 지형이 마치 긴 간짓대처럼 보인다하여 

간절곶(艮絶串)이라 부른다는 게 대체적인 지명의 유래다.


   


간절곶 돌면 저멀리 온산공업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진하해수욕장이다

4코스의 종착지다. 늦은 출발에 허기진 배가 

바다냄새에 끌려 들어간 할매횟집

해녀가 갓 잡아온 해산물이 

5시간의 여정을 한꺼번에 녹여버린다.







진하는 대중교통이 느리고 여유롭다

한참을 기다려 버스로 이동한 망양역은 어둠이 

조명처럼 흐르고 있었다.

무사히 4코스를 마무리하고

다시 5코스 예습공부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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