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대 대선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원전재개를 주문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단순한 원전 재개를 넘어 “향후 60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電源·Power Supply)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원전을 추겨세웠다.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단계적 정상 가동을 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주문까지했다.
어찌된 일인가. 임기 5년 내내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해온 문 대통령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책 전환에 나선 것은 사실일까. 원전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 말은 ‘대선용’이라고 평가 한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건설 중이던 신한울 3·4호기 취소 등 임기 내내 탈원전 정책을 펼쳐온 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탈원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이미 예정된 원전을 내세워 ‘립서비스’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정부는 불과 4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2020년 기준 29%인 원전 비율을 2050년까지 6.1%로 축소한다는 계획을 담은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한 바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지난 25일 원전 관련주들은 시간 외 거래에서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일제히 급등했다. 일부 보수 인사들은 문 대통령의 원전재개 발언이 원전관련주를 사모은 친여권 세력에 신호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할 정도로 폭등세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5시 50분 기준 일진파워는 시간 외에서 가격제한폭(10%)까지 올라 1만8550원을 찍었다. 이날 마감 전에 전날보다 6.62% 오른 1만6900원에 마감했는데 마감 후에 주가가 더 오른 것이다. 이날 정규장에서 1870원에 마감한 우리기술도 시간외거래에서는 9% 넘게 올라 2045원에 거래됐다. 두산중공업도 시간 외에서 7% 넘게 상승해 2만300원을 기록했다. 한전KPS도 시간 외 거래에서 5%대 상승세를 보였고, 한전기술 역시 마감 후 시장에서 7%대 상승해서 거래됐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대로 탈원전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사용했고 반대 목소리를 감안해 공론화위원회라는 미증유의 기구를 만들어 여론정치에 나섰다.
그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예상과 달리 공사재개로 기울어졌지만 발표 이후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와 탈원전 정책은 별도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탈원전 지속을 정책방향으로 몰아갔다. 어떤식으로든 자신의 임기내 원전 재개는 없다는 신호였다. 공론화 과정에서 공사재개 결론이 나오자 정부는 "공론화위의 권고 가운데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뿐 아니라 원전을 축소해가고 안전기준을 강화하며 신재생 에너지 비중 늘리고 사용 후 핵원료 해결방안 빨리 마련하라는 등 에너지 정책관련 보완 권고를 충분히 수용하겠다"는 말로 아전인수식 해석을 했다. 국민들의 의사가 어떻든 탈원전 대오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었다.
안전한 에너지를 얻고 이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는 환영할 일이다. 이는 어느 정부에서나 함께 추구해야할 궁극의 가치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해 있는 문제와 원전에 대한 안전성의 객관적 검토는 분명히 다른 문제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앞으로의 에너지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순리다. 탈원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원전산업을 무력화하는 편가르기식 정책 추진은 우리 에너지 산업을 왜곡시켰다. 그 결과 원전 산업의 생태계는 붕괴됐고 거덜난 한전과 한수원의 적자구조는 국민들의 부담으로 남게됐다.
그런데도 5년 내내 귀를 닫고 원전공포라는 검증되지 않은 영화같은 이야기를 신봉한 정부는 탈원전을 밀어부쳤다. 그런 정부가 이제와서, 그것도 불과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원전을 지속가능한 에너지 운운하며 건설에 속도를 내라는 주문은 코미디다.
문재인 대통령의 원전 찬양 립서비스가 어리둥절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