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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오 Mar 05. 2022

해파랑6-울산의 절경을 품은 속살

해파랑길 6코스               

덕하역 - 선암호수공원 - 울산대공원 -      

고래전망대 - 태화강전망대     

15.6km. 6시간 30분 소요





지인의 딸 결혼식이 있어 늦게 출발했다.

전체 구간을 걷는데 6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라

출발이 늦은 만큼 마음이 급했지만 금방 고쳐 먹었다.

시간에서 벗어나려고 걷는 것인데

오히려 속박으로 조이는 것은 참 어리석다.

오늘 걷는 해파랑길 6코스는

해파랑길 50 코스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은 길로 알려진 코스다.     

덕하역에 내려 지난주 종착지였던 옛 덕하역에서

기념사진 다시 찍고 출발이다.





지난 2010년쯤으로 기억한다

프랑스 남부 보르도지방에서

틱낫한 스님이 이끄는 수행공동체인

플럼빌리지의 걷기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다.

수행이라 이름 붙였지만 딱히 수행의 걸개에 얽매이지 않는 공동체였다,

이들은 단지 걸었다. 걷는 것만으로 평화를 느끼는 사람들이었다.                    

걷는 것 자체로 생각이 일어나고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얻는다는 니체의 이야기는

직접 걸어본 사람에겐 무용하다.

걷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언제나 어제의 걱정이나

내일의 조바심에 끌려 다니고 있다.

그런데도 주말이면 다시 신발끈을 졸라매고

생각을 흐르게 하고 삶의 의미를 풍요롭게 한다는

우렁찬 생각으로 길을 나선다.











함월산 정상이다.

경주 기림사를 품은 함월산과 울산 중구의 함월, 그리고

석유화학단지의 지독한 공해를 온몸으로 막아선 함월이 바로 여기다.

함월의 정상에서 70대 어르신을 만났다.

매일같이 함월의 정상에 오른다는 어르신은

걷기를 하면 사이토카인이라는 암세포 죽이는 물질이 분비된다고 귀뜸이다.

울진과 삼척의 산불이 을 지나

온 종일 금강송까지 위협한다는 뉴스를 보고 나와선지

산불 감시초소가 예사롭지 않다.               














선암지다.

선암호수공원은 출발이 울산공단 조성에 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목적용 댐이었다는 이야기다.

1962년 울산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후

울산과 온산공업단지에 비상공업용수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일반 저수지였던 선암제를 확장해 선암댐으로 넓혔다

그 이후 오랜시간

수질보전과 안전을 이유로 철조망이 설치돼

사람의 공간과 단절됐지만

2007년에 철조망을 걷고 생태호수공원으로 바꾼 스토리를 가졌다.     











울산대공원은 오늘의 울산을 생태도시로 만든 첫걸음이다.

60년전 울산의 산하를 파헤진 관과 기업은 이심전심으로

울산을 해체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산하는 파괴되고 공기는 숨이 막혔고

태화강과 동해는 먹빛이 됐다.

산업수도의 지위에 우쭐했던 리더들은

태화강에서 떠오르는 죽은 물고기에 아뿔싸,

어쩔줄을 몰라 했다.

그 때부터 울산의 재건 작업이 시작됐다.

강을 리는 작업과 함께

울산의 대표적 기업 SK주식회사가 통큰 기부를 했다.

울산시가 556억원을 투자, 공업탑 로터리 주변 신정동과

옥동 일대 364만여㎡의 부지를 매입했고

SK가 일을 벌였다.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동안 총 1,020 억원을 투자했다

완성된 울산대공원은 울산광역시에 무상 기부했다.

바로 그 기념비가 징표다.     

내 딸아이가 다니는 회사여서 애착이 더하다.


















솔마루 하늘길을 넘어 삼호산을 따라가는 코스가 6코스 마지막 구간이다.

솔마루정과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태화강은 압권이다.

물고기가 수천마리씩 떼를 지어 죽어나가던 강이

이제 세계인들이 놀라는 생태 복원의 강이 됐다.

숨이 막히는 풍경 앞에 놀라는 순간,

십리대숲부터 휘어져 돌아가는 굴곡이

탄성을 자아낸다.

울산이 자랑스러워지는 해파랑길 6코스의 끝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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