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박지세다. 마지막 여론지수도 일할 다툼이니 백중지세 아닌가. 오차권내 박빙지수는 이중재명을 초조하게 흔들었다. 모든 비책을 총동원해 철수만수 단일대오를 하급책으로 만들어야 승기를 잡는다는 장자방실(민주연구원)의 첩보 아닌가. 모든 정황을 만기친람한 통부의 안색이 칠흑지수로 깊어가는 것은 불안지수의 반영이었다. 허나, 대산의 밀지는 마지막에 승산필책이 두가지 적혀 있었다. 적묵세필(赤墨細筆)을 한참 들여다보던 통부는 입을 꾹 다문채 잠저내실로 향했다. 비책을 만지면 보검적멸(와대에 전하는 귀문)이 훼를 칠 것이 뻔한 이치 아닌가.
# 결전의 밤, 대산이 던진 마지막 밀지
고경지이오사 교지이계(故經之以五事, 校之以計)인 바 일절, 이급, 삼혁, 사정, 오함(一切, 二急, 三革, 四正, 五含)이라. 현중거사는 와대권좌 선발전을 일주일 앞두고 신불토굴을 나섰다. 구중둔갑술로 학익진을 펼치며 북서풍을 타고 날아오르더니 두루미 분장술로 우성합사에 종이학을 펼쳤다. 도읍은 영세만세(권영세)에게 현중거사의 밀지를 전했다. 한식경을 밀지와 씨름한 영세만세가 결국 도읍을 불렀다. “오사를 살펴도 함의(숨은뜻)를 모르겠소.” 영세만세는 손무의 병서에 따라 현중거사의 밀지를 풀었지만 오사의 짐작이 어렵다고 도읍에게 실토했다. 도읍은 한참 밀지를 살피더니 영세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정과 급은 절박함이고 혁과 정은 대의를 지키라는 경구입니다. 마지막 함자는 그릇이니 철수만수를 품고가라는 경구로 보입니다.” 결국 철수는 대의에 굴복할 터 제대로 품어야 대권을 쥔다는 현중거사의 밀지 아닌가.
이제 결전의 날이 밝았다. 철수만수가 인제망신(이인제)의 신내림을 받았다는 설이 파다할 때 석열은 심야밀회로 철수의 손을 움켜쥐었다. 현중거사의 밀지대로 해답을 찾은 석열의 안광이 번쩍였다. “화장지세 수류개화 말중지생(華裝之勢 水流開花 末中之生) 끝났다고 보일 때 살아나야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모양이 화려한 법.” 현중의 주문은 극적반전 바로 이 문구였다. 철수만수의 대권출전은 춘삼월 여의합사에 지분을 만들어 유월지방무사 선발전의 포석을 위한 배수진 아닌가. 그 세를 통해 21대 대권무림을 노리는 전략을 제대로 읽는다면 답이 나오는 법. 이를 알고 자리를 까는 것이 삼분지계를 푸는 급소인데, 상응한 수로 적을 품지 못하면 필패지세 아닌가. 모두가 끝났다고 고개를 돌릴 때 합일지수로 손을 집는 것이 바로 반전지책이다.
# 비장검(飛藏劍), 와대에 전하는 비밀
와대의 비장검으로 알려진 전가보도는 급살비검(한칼에 열두 목을 벤다는 와대가보)과 일휘멸검(한번 휘두르면 천하가 잠잠해진다는 전설의 검) 두가지다. 문제는 급살비검은 와대주인들이 대대로 사용법을 전했지만 일휘멸검은 존재만 알 뿐 아직 손에 쥐어 본 자가 없었다.
검의 무게가 구천근이라 감히 들어 올리는 것도 불가인 터라, 화온지책(墷熅之策·만사를 품고 안을 수 있는 도량)을 팔장정법으로 탐독한 도사라야 근접이 가능하다는 주석이 달린 보검이었다. 육참골단(肉斬骨斷)해야 용법을 발견할 보검이지만 건국이래 지금까지 와대가 묘서동처(猫鼠同處)로 전락하는 통에 비장검의 한쪽은 접근불가였다.
천태권사가 광복직후 외대를 통수권자의 안가로 낙점할 때 금강골 묘향산방과 지리골 계룡암거에 숨겨진 비장검 두쌍을 인왕 혈자리에 깊이 자리하게 한 뜻은 화온지책과 육참골단을 구사할 무림대권을 기다리겠다는 비장술 때문이었다. 날이 밝아 와대 주인을 가리는 혈전이 시작될 때 일휘멸검이 고래후(귀신고래가 뿜어내는 물기둥)를 토해낼지 강호민초들은 인왕오봉의 월색만 응시하고 있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