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신입 식집사 이야기 [09]
: 중고 신입 식집사 이야기 [09]
홀린 듯이 이끌려간 내 발끝이 멈춘 곳에는 반딧불 크로톤
누군가에게 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초.
뭔가에 홀린 듯 첫눈에 반하는 그 순간,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상대에게 푹 빠져들기 시작한다.
홀린 듯이.
소리 내 단어를 입 밖으로 뱉었을 때, 단어의 음에서 왠지 묘한 기분을 느끼며 덩달아 낭만을 믿게 된다. ‘홀린 듯이’라는 단어의 뒤에 가장 자연스럽게 따라붙을 수 있는 말은 바로 ‘이끌리다’이다.
‘홀린 듯이 이끌리다.’
뭔가에 홀린 듯이 이끌려간 내 발끝이 멈춘 곳에는 어떤 사람도 아니요,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멋진 가게나 값비싼 물건도 아니요, 심지어 차마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작고 연약한 어느 생명체도 아니었다. 누가 봐도 굉장히 튼튼하고 건강하게 잘 자란 듯 보이는 ‘크로톤’이었다.
맙소사! 누군가에게 반한다는 둥, 첫눈에 반한다는 둥, 낭만이네, 어쩌네. 실컷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굴며 감성 글을 남발하더니 ‘홀린 듯이 이끌린’ 대상이 식물이라니. ‘어떻게 식물에 저런 마음이 들 수 있지’하고 내 글을 읽을 때마다 번번이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거나, 식물에 반하는 이 필자의 행동을 보고 ‘혹시 정상적인 사회생활 가능?’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겠다.
이전 화부터 누누이 말했지만,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사실 매번 같은 말을 글마다 반복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뭔가 구구절절 (안물안궁. 아무도 묻지 않은) 변명과 해명을 나 혼자 길게 늘어놓는 기분도 들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이 신기해서 그렇다. 단지 그뿐이다. 물론 멀쩡한 인간관계도 잘 유지하고 있고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하며 평범하게 잘 지내고 있다.
이 녀석의 이름은 반딧불 크로톤. 청목 크로톤 또는 점박이 크로톤이라고도 불린다. 노란 점박이가 어두운 숲 속의 밤, 빛을 내는 반딧불이 같아서 붙여준 이름인 듯싶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는 친근한 느낌을 더해 ‘금박이’라고 줄여 부르고 있다. 그 이유는 이 녀석의 영어 이름이 상당히 멋지기 때문인데, ‘Gold Dust Croton’, 즉 ‘별똥별 크로톤’이다.
이름 끝에 ‘크로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녀석은 크로톤의 한 종류에 속한다. 크로톤은 종류가 상당히 다양한데, 크로톤마다 다채롭고 강렬한 색채가 각기 달라서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식물이다. 뚜렷하고 선명한 잎 색깔 때문에 얼핏 보면 조화 같아 보일 때도 있지만, 그만큼 확 눈길을 끄는 매력적인 식물이다.
<다양한 크로톤 구경해 보기>
출처 : 네이버 ‘블랙걸’님의 블로그 ‘피카소의 작품인가? 공기정화 인테리어 식물, 크로톤 키우기!’
다른 크로톤들에 대해 공유된 정보들은 여기저기 많은데 ‘반딧불 크로톤’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의외로 많지 않았다. 몇몇 블로그나 사이트를 잔뜩 들락거리고 나서야 ‘금박이’의 특징이나 생육 환경에 대해 대충이나마 알 수 있었는데, 이 녀석이 가진 특징 중에는 꼭 참고해서 조심해야 할 부분도 포함되어 있어서 반드시 크로톤을 키우기 전에 미리 알아두고 것이 좋을 듯싶다.
(생육 환경과 특징에 대한 정보들은 글 아래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크로톤의 주된 강점이자 최고의 매력 포인트인 ‘강렬한 색채’에 반한 듯싶다. 생각해보면 여름에 데려온 ‘칼라데아 오나타’와 마찬가지로 뭔가 또렷하고 진한 인상에 주로 끌리는 편인 것 같다.
토분 사러 방문했던 화원에서 또 ‘홀린 듯이’ 데려왔다. 신기하게 생긴 식물들이 많은 터라 기웃기웃 구경하다 보니 또… 그리됐다. 더욱 화려하고 특이하게 생긴 식물들도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이 녀석이 내 마음에 쏙 들었던 이유는 뭔가 투박하면서도 화려했던 첫인상 때문이었다. 빳빳하고 광택이 나는 풍성한 잎 때문에 튼튼해 보이고 굉장히 건강해 보이는 게 맘에 들었다. 야리야리한 마오리 소포라와는 다른 정반대 매력이라 끌렸다. 반대라서 더 끌리나?
마치 밤하늘에 떠 있는 별과 같아서, 노란빛이 도드라지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빛났다.
“얘는 키우기 쉽나요?”
역시나 오늘도 초보자 티 팍팍 나는 질문을 던졌다. 그에 돌아온 대답은,
“아뇨. 얘는 물만 주면 잘 크는 애예요”
직원분의 말은 정말 사실이었다. 정말 물만 줘도 별 탈 없이 잘 크는 것이었다. 소포라 양을 처음 데려왔을 때는 정말 예쁜 얼굴값(?) 하는구나 싶었는데, 금박이는 예쁘게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순둥순둥했다. 겉흙이 마르면 물을 주고, 틈틈이 분무기로 물을 촉촉하게 뿌려줬다.
이게 평화로구나. 순둥이가 최고로구나.
약 두 달 동안 금박이가 얌전히 잘 커 준 덕분에 오랜만에 평화를 느꼈다. 다만 그래서 딱히 할 말이 없다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됐지만, 말 안 듣는 형제들 사이에서 순둥순둥 잘 커 주는 금박이가 우리 집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꼽는다면 가끔 사이사이 잎이 시들기도 해서 ‘혹시 뭐가 잘못됐나?’ 시든 잎은 떼주면서 걱정도 했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몇몇 잎이 시든 걸로 결론이 났다. 아니면 실내로 옮겨오면서 아마 좀 건조해서 그랬던 것 같은데 잎 분무를 해주고 가습기 옆에 두었더니 훨씬 줄어들었다.
그나마 고민이 되었던 건, 금박이에게 물을 주고 하루만 지나도 하얀 솜털 같은 곰팡이 같은 게 흙에 올라왔다. 물을 주고 난 후라서 습해서 하얗게 올라오는 것 같은데, 며칠 동안 통풍을 안 시켜줘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적어도 한 번씩 꼬박꼬박 환기를 시켜주는 데도 불구하고 바로 곰팡이가 올라오는 것이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흙은 화원에서 분갈이해올 때 거기에 있는 흙을 사용했다.
하얗게 일어나는 흙 표면을 걷어주고 그냥 금박이를 아예 밖에다가 놔둘까 고민도 했는데, 아무래도 추위를 싫어하는 크로톤은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새로 흙을 갈아줘야 하겠다… 하던 찰나, 블로그에서 꿀팁을 발견했다.
< 화분 곰팡이 제거하는 법 > 참고 사이트
출처 : ‘바다야크’님의 홈페이지 - 화분 곰팡이 제거 방법 -
집에 있던 소독용 에탄올을 흙 표면에 뿌려주었더니 삽시간에 고민 해결.
이렇게 또 하나의 지식과 깨달음을 얻어갑니다.
사람도 누구나 각자의 매력이 다 다르듯이 식물들도 각자 다른 매력을 뽐낸다. 그리고 나는 녀석들의 각기 다른 매력에 푹 빠져 번번이 집으로 데려오고야 말았다. 올여름에만 해도 올해 신입생은 딱 두 녀석뿐이라고 단언하였고, 식집사 이야기를 처음 기획했을 때만 해도 ‘9 plants’로 시작했다. 그런데 자꾸 ‘홀리는 게’ 문제다.
드디어 다음 화는
22학번 우리 집의 마지막 신입생이다.
계속
(청목 크로톤, 점박이 크로톤, 별똥별 크로톤)
학명 : Codiaeum variegatum, Variegated croton, Garden croton
꽃말 : 교염
적정 온도 : 21~25°C (반드시 15°C 이상. 추위 싫어해요!)
물 주기 : 겉흙 마르는 기준 주 1~2회 (겨울 : 주 1회) 물을 아주 좋아합니다!
특징 1) 변엽목 : 반음지, 반양지 어디서든 잘 자라지만 햇빛을 많이 볼수록 노란색 무늬가 예뻐짐.
특징 2) 잎과 가지 독성 주의 : 하얀 액 같은 게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음. 가지치기할 때 장갑 필수! (특히 반려동물, 아이 키우시는 분 주의 필요)
특징 3) 새집 증후군 제거 및 전자파 차단 효과
특징 4) 미국 나사(NASA)에서도 인정한 공기 정화 식물.
#변엽목 #물아주좋아함 #물만잘줘도잘자람 #추위아주싫어함 #새집증후군제거 #전자파차단식물 #공기정화식물 #초보식집사추천

금일 업데이트가 늦어 죄송합니다 ㅠㅠ
다음 주에도 원래 일정대로 업로드될 예정이고,
추가로 수요일(12/28)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응원과 관심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