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시장에서 건져 올린 올리브 나무

중고 신입 식집사 이야기 [10]

by 반년작가

1평 남짓, 작은 숲

: 중고 신입 식집사 이야기 [10]


당근 시장에서 건져 올린 올리브 나무




11월은 참으로 이상한 달이었다. 겨울의 문턱, 입동이 지난 지가 언젠데 날씨가 제법 따뜻했기 때문이었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 집 선반에 새로이 놓여있는 식물 중 아마 과반수가 이달에 데려왔을 것이다.



안개꽃, 수박 페페, 반딧불 크로톤 그리고 올리브 나무.



올리브 나무는 [1평 남짓, 작은 숲 : 중고 신입 식집사 이야기]에서 꼭 소개해주고 싶었던 우리 집 마지막 신입생이었다. 여름에 데려온 두 녀석을 포함, 물론 전부 다 내 선택으로 데려온 귀여운 새내기들이긴 한데, 다른 식물들에 비해 올리브 나무는 내게 특별했다.



올리브 나무는 내가 꼭 키우고 싶었던 식물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식집사들 사이에서 올리브 나무는 꽤 인기가 있는 듯싶었다. 특히 올리브 나무를 외목대 수형으로 키우는 게 대유행인 것 같았다. 올리브 나무는 가지가 제멋대로 뻗쳐 자라기 때문에 그냥 자라는 대로 놔두면 이리저리 가지가 삐쭉삐쭉 뻗쳐있는 수형이 된다고 들었다. 그래서 외목대로 키우려면 처음부터 아예 외목대 수형으로 틀이 잡혀있는 올리브 나무를 데려오는 것이 가장 편하고, 자라는 동안에도 적당한 가지치기를 해주며 수형 관리를 계속해야만 한다고 했다. 뭐, 사실 모양이 어떻든 간에 그래도 건강하게만 자라준다면 식집사들은 아마 행복해할 것이다.


가지치기에는 통 자신이 없어 아무래도 망설여지는데, 이미 내 손가락은 핸드폰 화면의 이곳저곳을 가볍게 터치하고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본격적인 탐색 활동을 시작했다. 인터넷에는 역시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외목대 수형부터 대형 크기까지 아주 다양했다. 그런데… 비쌌다.




그런데도 내 마음은 멈출 줄 몰랐다. 올해는 대체 왜 식물에 자꾸 설렘을 느끼는 건지. 짙은 녹색 잎에 쭉쭉 뻗은 은색 가지들이 매력적이었다. 아직 사지도 않은 올리브 나무를 외목대 수형으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관리해줘야 올리브 열매가 맺히는 건지, 혼자 열심히 상상의 나래를 펼쳐놓았다. 그렇게 찾다 찾다 흐르고 흘러서 도착한 곳은 바로 ‘당근 시장’.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사찰당한 것처럼, 때마침 방금 올라온 판매자의 글에 다급히 ‘저요! 저요!’를 외치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속도로 아주 쿨내 나는 거래와 재빠른 픽업까지 후다닥 한방에 마쳤다. 그리고 올리브 나무의 화분을 사러 바로 화원으로 향했다. 이제 더 이상의 신입생은 없다고 굳은 다짐을 하며 화분’만’ 사러 간 화원에서 아주 당돌하게 ‘반딧불 크로톤’을 집어 들었다.


못 말린다. 나란 녀석.





“아무래도 과습 온 것 같으니까 데려가서 흙을 며칠 말려주세요.”


평일 낮, 손님이 나밖에 없었던 터라 직원 분의 친절한 배려로 올리브 나무의 분갈이도 함께 마쳤다. 그리고 몰랐던 사실인데, 식물들은 자칫하면 ‘몸살’을 앓을 수도 있으니 분갈이할 때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직원분은 축축한 플라스틱 컵에 담겨있던 나의 올리브 나무를 조심히 꺼내 새 화분에 그대로 옮겨 주셨다.



분갈이 몸살이란?
: 분갈이한 식물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가는 동안, 원래는 건강하던 식물의 잎들이 갑자기 확 시들거나 우수수 잎을 떨구면서 비실거리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분갈이는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봄/가을에 해주세요.

뿌리에 붙은 흙은 최대한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흙을 털어내다가 뿌리가 다치면 몸살이 세게 올 수도 있어요!) 낡은 뿌리를 정리해줄 땐 아주 조심해서 잘라주도록 합니다.

식물에 따라 분갈이 몸살이 심하고 덜한 정도가 각각 다르고, 분갈이 시기와 방법들도 다르니 분갈이할 때는 미리 정보를 찾아 숙지해놓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식물의 분갈이 몸살을 피할 수 없을 땐, 식집사는 반드시 멘탈을 부여잡아라!!



(2022.11) 반딧불 크로톤과 올리브 나무



중앙에 곧게 뻗은 가지를 보니 이대로 쭉 키워서 따뜻한 봄에 가지치기해주면 외목대 수형이 될 것 같았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올리브 나무의 건강 상태였다. 구매하기 전 이미 사진으로 보긴 했지만, 과습이 온 듯 노랗게 변한 잎들을 보고는 짧은 찰나에 많이 고민했다. 예쁜 수형의 건강한 식물들을 데려와도 한바탕 대머리로 만들어버리는 나인데, 과연 내가 과습이 온 이 녀석을 건강하게 잘 살려낼 수 있을까?




(before) 과습으로 인해 노랗게 변해 있는 잎들과 휘어져 있는 가운데 가지



(after) 삐딱하게 휜 가지를 예쁘게 고정해 주었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올리브 나무의 성장이 아예 멈춘 듯싶었다. 자라지도 시들지도 않고 그저 처음 상태를 똑같이 유지 중이었다. 기분 탓인지, 아직 흙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내가 물을 너무 일찍 준 건지, 잎들이 점점 더 노래지는 것 같았다. 흙 깊숙이 손가락을 넣어 확인해 보고, 수분 측정기로 이중 확인을 해서 물을 준 건데도 내가 너무 자주 준 걸까?


에라 모르겠다. 노래진 잎들을 다 떼어주고는 애써 외면했다. 우리 집 식물들이 호소해오는 불편 사항들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기에는 나는 아직 아는 것이 많지 않았고, 이렇게 위기가 올 때마다 내심 신경이 쓰여서 은근히 스트레스받았다. 매일 들여다보고 틈틈이 분무도 해주면서 아무리 정성을 쏟아도 눈에 띄는 결과가 없으니 항상 애가 탔다. 게다가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고 썼다. 그런데도 뭐 하나 자기 맘에 안 든다 싶으면 우수수 잎을 떨어뜨리거나 까맣게 말라버리곤 했다.




유치하게도 제가 좋아 잔뜩 데려온 식물들이면서, 나보다 덩치도 한참 작은 연약한 식물들에 엄청나게 서운해하고 녀석들의 성장을 기다리다 제풀에 지쳐서는 갑자기 등을 돌려 녀석들을 외면하기도 했다.


다른 식물들에 비해 특히나 아무런 소식도 없었던 올리브 나무가 드디어 나에게 성장의 신호를 보내온 건 11월 마지막 날이었다. 따뜻한 실내의 식물 등 아래, 올리브 나무의 가지 끝이 점차 길어지기 시작하더니 연두색 작은 잎이 펼쳐졌다.




11월의 마지막 날, 연두색 작은 잎이 펼쳐 졌다.



게다가 물 주기가 적당했는지 잎들은 더 이상 노래지지 않았고 과습 증상은 거의 없어진 듯싶었다. 따뜻한 실내여도 겨울이라 성장이 더딜 거로 생각했는데 식물 등의 효과가 어마어마했던 걸까? 올리브 나무는 갑자기 쭉쭉 성장하기 시작했다.






올리브 나무는 평소 내가 키우고 싶었던 식물이다 보니 그저 존재만으로도 내겐 특별했던 터라, 그동안 내가 들인 정성에 대한 확실하고도 명확한 녀석의 성장 신호가 너무나도 기뻤다. 그동안의 내 노력을 올리브, 너라도 알아주는 것 같아서 올해의 끝자락에서 한시름 마음을 놓았다.





식물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 애정 어린 손길로 쓰다듬어주었다면, 그다음에 내가 할 일은 그저 믿고 잠자코 기다려줘야만 한다.



나의 브런치 북 <날것? 날것>의 ‘행보’라는 글에서도 쓴 적 있지만, 들인 내 정성만큼 새싹이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불안해하고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새삼 깨닫고 다시금 되새길 수 있게 해 준 것은 나의 올리브 나무였고, 다른 식물들에 비해 유독 더 마음고생하게 만들었던, 내 아픈 손가락 ‘마오리 소포라’와 ‘올리브 나무’는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싱그러운 초록빛을 뿜어내며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마도 자기에게 맞는 자리를 드디어 찾은 거겠지. 사람과 마찬가지로 식물들도 성장의 시기가 제각각 다르게 찾아오는 건가 보다.


나도 얼른 나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계속




물을 듬뿍 주고 햇볕을 잔뜩 쬐어 줘도 한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만. 들인 정성만큼 새싹이 빨리 나오지 않아 불안하고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는 날도 있겠지만. 이번만큼은 급하게 뛰다가 일찍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멀리 내다보고 오래 걸어보려고 한다. (…) 밤처럼 느껴지는 시간, 내가 별을 보고 따라가다 보면 결국에는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브런치 북 <날것? 날것!> ‘행보’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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