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신입 식집사 이야기 [11]
: 중고 신입 식집사 이야기 [11]
월동(越冬)
우리 집 1평 남짓한 숲에는 지금까지 총 2번의 겨울이 오고 갔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3번째 겨울이 찾아왔다. 유난히 따뜻했던 가을의 끝 무렵 특유의 겨울 공기가 코끝에서 느껴지자 이제는 자취 숙련자가 된 독거 집사는 아주 능숙한 태도로 3번째 월동 준비를 시작했다.
여담이지만, 우리 집에서 처음 맞은 첫겨울에는 세탁기 동파라는 난생처음 겪어보는 불편한 현실에 맞닥뜨렸다. 평생을 부모님 그늘에서 아기 새처럼 살아오다가 나 혼자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아주 난감했지만, 그렇게 이 집에서 두 번의 겨울을 맞이하다 보니 아까 말한 그 아기 새는 어디 가고 혼자서도 척척, 프로 살림꾼이 되어있었다.
집에 필요한 월동 준비는 딱히 할 게 없었다. 뜨끈뜨끈하게 데워진 집에서 겉차 속따(겉은 차갑고 속은 따듯한) 오리털 이불을 덮고 누워 따스운 겨울을 나기만 하면 됐다. 다만 요즘 난방비가 많이 올랐다던데… 올겨울 난방비가 얼마나 많이 나올지 걱정은 되지만, 미래의 내가 잘 처리해주리라 믿는다.
올해는 홈가드닝에 푹 빠져 주로 식물만 바라보고 지냈다지만 그다지 유난을 떨 생각은 없었다. 비록 물경력이었던 3년이지만 그래도 헌내기들과 동고동락하며 사계절을 함께 보낸 경험도 있었다.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 식물들을 겨우내 실내로 들였다가 봄이 되면 다시 발코니로 내놓았던 게 전부였다. 그래도 다들 별 탈 없이 튼튼했다. 하지만 올해는 손 많이 가는 까다로운 신입생들이 많기에, 본의 아니게 유난을 떨며 녀석들의 월동 준비를 위해 이것저것 사들이기 시작했다.
*슬기로운 겨울철 실내 가드닝*을 위해 준비한 물품들을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가습기
- 선반
- 식물 등
- 간이 온실
- 그 외 (수분 측정기, 온습도계)
참고로 절대 협찬이나 광고가 아니라는 점. 순수한 의도로 정보 공유하는 바이니 그냥 가볍게 참고하시라.
본가 식구들도 겨울철 건조한 실내 공기를 불편해하거나 그에 따른 신체 반응이 있어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가습기를 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동안 굳이 가습기가 없어도 우리 집 인간과 식물들도 겨울철 건조한 실내에서도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잘 보냈다. 그런데 왜 이번에 가습기를 사게 된 거냐고 묻는다면, 이 녀석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루 종일 아무리 열심히 분무해줘도 이 녀석이 체감하는 실내 공기는 턱없이 건조했나 보다. 추위를 피해 실내로 들이고 나서는 자꾸 오나타 잎이 쭈글쭈글 말리더니 이내 잎끝이 타들어 가듯 계속 말라갔다. 아무래도 열대 식물이다 보니 겨울을 잘 보내려면 고온 다습한 환경으로 맞춰줘야 할 듯싶었다. 마른 잎끝을 잘라주고 잘라줘도 계속 타들어 가길래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가습기를 구매하기로 했다.
< 주파집 가습기 실사용 후기 >
- 4L 대용량
- 청소하기 쉬움
- 디자인이 깔끔하고 분위기 내고 싶을 땐 무드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 타이머 기능이 있는 것 (웬만하면 24시간 가동 중이라 사용은 잘 안 했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만족스러웠다. 가습기를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이것저것 비교해보며 고민 많이 했다. 종류도 많고 유명한 브랜드도 많아 선택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몇 년 전 가습기 이슈로 안타까운 소식들을 접했던 기억이 나서, 쾌적하게 관리하기 쉬운 제품을 찾았다. 물론 사람이 아니라 식물들을 위한 가습기이긴 하지만 한 공간을 사이좋게 나눠 써야 하니 이왕이면 가격 대비 용량이 큰 제품을 찾았다.
사실은 발코니에서 사용하고 있던 이케아 철제 선반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추가로 사들일 필요는 없었다. 작년 겨울에도 화분들이 올려져 있는 선반을 통째로 실내로 들여 겨울을 났다. 올해도 그냥 똑같이 하면 될 텐데, 우연히 ‘당근 시장’에 올라온 선반을 보고 또… 쿨 거래, 빠른 픽업을 해오고 말았다. ‘당근 시장’에서 건져 올린 거라 브랜드나 원래 가격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렴한 가격에 튼튼하고 디자인이 깔끔해서 실내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봄에는 다시 발코니 이케아 철제 선반으로 식물들을 내놓고, 나의 개인 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식물은 키워보고 싶은데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집이라서 차마 못 키우고 있거나 키워도 비실거리다가 금방 시들어버려서 ‘식물 킬러’가 된 경험이 있다면, 다시 용기를 내서 키워보길 바란다. 식물 등과 함께라면 그대도 식집사가 될 수 있다.
(장사꾼 말투 같지만, 다시 말하지만, 광고나 협찬받은 게 아니라 실사용 후기이니 가볍게 참고만 바란다)
사용하기 전에는 식물 등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 ‘굳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우리 집은 실내 깊숙이까지 햇빛이 잘 드는 남서향 집인 데다가, 뭐니 뭐니 해도 인공적인 조명 빛은 햇빛을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식물 등을 구매하게 된 까닭은 대머리가 되다가 겨우 이제 새잎을 내며 자리 잡아가고 있던 마오리 소포라가 바뀐 환경에 불만을 호소하며 내 멘탈을 다시 탈탈 털어버릴까 봐 두려웠다. 게다가 겨우내 실내에서 자란 월동자의 잎 상태와 햇빛을 듬뿍 받았을 때의 잎 상태를 다르다는 걸 몸소 배웠기에, 이번 겨울에는 한 번 사용해보기로 했다.
< 브루이 LED 바형 식물 등 실사용 후기>
- 식물 등 효과가 진짜 있다는 점
- 타이머 설정할 수 있어서 자동 시스템화를 할 수 있다는 점(현재 12h 간격으로 사용 중)
- 디자인이 깔끔. 약간 노란빛 도는 혼합 광을 사용하기 때문에 집안 무드등처럼 사용해도 좋다.
- (감성 후기)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면 깜깜한 방에 홀로 켜져 있는 식물 등이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아서 좋다.
(타이머 기능은 쓰다 보면 내가 처음에 지정한 시간보다 몇 분 밀리거나 앞으로 당겨지는 것 같은데 오차가 딱히 크지 않아 나는 만족해서 쓰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식물 등 효과가 진짜 있는 듯싶었다. 감감무소식 성장할 기미도 안 보였던 올리브 나무도 폭풍 성장하기 시작했고, 우려의 대상이던 마오리 소포라도 이에 질 새라 고사리 같은 새잎들을 내기 바빴다. 정작 아까 언급했던 월동자는 다른 칸에 올려두어 식물 등 효과를 전혀 못 받고 있지만 말이다.
겨울철 실내에서도 식물들이 따뜻한 봄 햇빛을 받아 무럭무럭 크는 것만큼 잘 커 주어서 식집사는 보람찼다.
간이 온실이야말로 진짜! 진짜! 이번 겨울에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온실 없이도 강하게 잘만 키웠는데 이 또한 굳이 필요한가 싶어서 전혀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가습기를 구매하게 된 이유와 같은데, 이게 다 ‘칼라데아 오나타’때문이었다.
가습기 바로 코앞에 놓아주면 이번 겨울은 괜찮겠지 싶었는데,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녀석의 잎은 계속해서 타들어 가듯 말라갔고, 결국은 하… 정말 불가피하게 녀석을 위한 간이 온실을 마련하기로 했다. ‘안개꽃’과 ‘수박 페페’ 새싹들도 함께 관리해줄 겸 이왕이면 나의 로망, 유리 온실장을 만들어보자 마음을 먹었다. 식집사들 사이에서 온실장으로 유명한 이케아 유리장도 보고 이것저것 비교해보며 찾아보기 시작했다.
과한 검색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점차 올라왔을 때, 내 눈에 띈 건 ‘이케아 리빙 박스’였다. 얼마 전 옷 정리를 하다가 리빙 박스가 하나 남았다. 당장은 무얼 담아놓고 쓸 일이 없어서 일단은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일부 식집사들이 리빙박스를 식물 온실로 사용하고 있다는 포스팅을 보았기에, 유리 온실장이고 뭐고 일단은 그들을 따라 해 보기로 했다. 칼라데아 오나타가 건조함 때문에 대머리가 되기 전에 말이다.
결과는 성공적! 어떻게 선반 칸 높이랑 리빙 박스랑 딱 맞지?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가 하기 편하게 선반에 리빙 박스를 가로로 눕혀주었다. 미닫이문처럼 여닫을 수 있었고 안에 넣어 둔 온습도계로 확인해보니 내부 습도도 잘 유지되었다. 그리고 그 위로 식물 등 하나를 배치해주니 여타 온실장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꽤 괜찮아 보였다.
과연 쭈글쭈글 말린 잎이 쫙 펴지고, 잎끝이 타지 않을 것인가?
사용한 지 약 15일 차, 확실히 칼라데아 오나 타의 말린 잎이 펴졌고 잎끝이 덜 탔다. 꼬박꼬박 환기도 해주고 분무도 자주 해주니 리빙 박스 안이 습해져서 녀석의 불만이 해소된 듯싶었다. 이미 어느 정도 타들어 가던 잎이라 그런지 그중 한두 개 잎은 그래도 계속해서 타들어 가길래 아예 잘라주기로 마음먹었다. 온실을 만들어주고 나서는 녀석 또한 다른 애들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잘 커 주고 있고, 지금도 화분 가득 빽빽한 느낌인데 아랑곳없이 흙에서 새로운 줄기가 쭉쭉 뻗어 나왔다.
온실을 함께 이용 중인 ‘안개꽃’과 ‘수박 페페’, ‘금전수’도 역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이렇게 나의 세 번째 월동 준비는 끝이 났고,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열두 달이 훌쩍 지나더니 이제 올해도 이틀밖에 안 남았다.
앞으로 연재할 이야기들과 목차를 재정비하고
공지 글로 1/13(금)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