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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Mar 23. 2024

세상에 이런 일이

이 넓은 지구 한복판에서 ㅠㅠ

오늘에서야 겨우 시차 적응이 된 듯하다. 그동안 계속 새벽 2시에 깨고 새벽 4시에 깨고 하더니 오늘에서야 드디어 새벽 6시에 잠에서 깨게 되었다.


대학생 때 혼자 유럽배낭여행을 계획하며 비행기 표까지 다 끊어놓았다가 너무너무 외로워 여행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취소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남자친구도 있었지만 내 깊은 고독과 외로움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혼자서 여행을 하면서 아무런 외로움도 없고 오히려 너무너무 신나고 재밌다. 예쁜 기념품도 맘껏 사고, 같이 간 일행들과도 거진 다 친해져서 수다도 떨고, 막내라 예쁨도 받으며 다니고 있다. 내 얘기를 들은 어른들이 소송이 언제 끝나냐며 본인이 수의사, 교수를 소개해 주겠다고 살만 좀 빼라고(ㅜㅜ) 하시며 연락처를 달라고 하기도 했다. 나는 원래 어른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ㅠㅠ 유일하게 우리 엄마와 (전)시어머니만 나를 미워했다. ㅜㅜ




지난번 새벽에 여행기를 쓴 날, 그날은 아주 기절초풍하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날 일정은 프랑스 에즈마을 선인장 정원에 가는 것으로 시작됐다. 나는 프랑스를 좋아하지만 솔직히 에즈마을? 평생 살면서 듣도 보도 못했다.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일정표에 따라 가는지도 모르고 가게 된 마을이었다. 니체가 산책을 자주 했던 정원이라고 했다. 나는 당시 아는 사람이 너무 심각한 일이 있어 변호사님께 이 사건을 좀 맡아주시라고 부탁하는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긴 카톡 문장을 다듬으며 정신도 하나도 없이 올라갔다. 근데 솔직히 에즈 선인장마을은 진짜 너~~~~~무 이뻤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프랑스 남부 투어를 꼭 해보실 것을 추천드리는 마음이다.


선인장 정원은 높은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꼭대기에 올라가서 돌 의자에 앉아서 계속해서 카톡을 다듬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일행분들이 사진을 찍어줄까 물으셔서 나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사양했더니 그러면 본인들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셨다. 나는 또 의기양양하게 “ㅎㅎ 제가 사진은 좀 찍습니다.”라고 하며 휴대폰을 받아 들어 멋진 배경을 바탕으로 사진을 찍어드리려 하였다. 옆에 사람이 나오니 조금 이동하시라 말하며 나도 뒷걸음질을 치다가 다른 사람과 부딪히게 되어 “죄송해요~ 저희 사진만 좀 찍을게요.“라고 말을 주고받으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뒤를 돌아다보았는데, 세상에………………

믿을 수가 없었다. 내 눈앞에 계신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저분은…??? 바로 내가 6-7년 전 첫 직장에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신경과 원장님이었다. 우리 엄마 또래 나이이지만 너무나 소탈하고 유쾌하고 나의 직장생활을 너무 재밌게 만들어주셨던 원장님!! 지난번에 보호관찰소에서 만났던 반장님을 만나게 된 평생교육원도 이 원장님의 권유로 매주 함께 다녔던 것이었다. 내가 당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며 함께 고민 상담도 하고.. 본인은 과거 스스로가 가장 똑똑한 줄 알고 살았어서 젊은 나이에 암이 걸렸을 때 지인들이 가져다준 성경책의 말도 안 되는 오류들을 다 잡아내리라 생각하며 성경을 펴 들었다가 말씀에 감화되어 신앙심을 가지게 된 얘기를 하셨던 원장님.. 개신교의 세속적인 분위기가 싫어 천주교를 선택했다며 ‘만일 아버지의 뜻이어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라고 기도하셨던 예수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하시던 원장님.. 내게 구하기 힘든 것이니 힘들 때 들으라며 떼제 음악 CD를 선물하셨던 원장님이 바로 내 눈앞에 있었다. 나는 당시 그 직장을 나오고 나서 한두 번 말고는 연락을 하지 않아 결혼식 때 초대하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 마음에 걸렸었는데.. 세상에 무슨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프랑스 에즈마을에서 2024년 3월 19일 오전 9시 반에 그분을 마주치게 된 것이다. 그분도 다른 직장에서 아직도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이고 나도 원래 일을 하는 몸이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도 아닌 프랑스 구석에 있는 마을에서 만난단 말인가?? 이게 말이 되나?? 나는 너무 놀라서 선인장 언덕이 모두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방방 뛰면서 감격의 해후를 했다. 심지어 아까 내가 사진을 찍다가 부딪힌 분은 원장님과 함께 온 사촌동생으로, 예전 직장에 있을 때 자주 오셔서 뵀던 분이었다. 악~~~ 어쩐지 눈에 익더라~~~!!! 그날 버스에 돌아오니 인솔자님이 오늘 내 비명소리에 에즈마을이 다 떠나가는 줄 알았다고 했다. ㅋㅋㅋ


반가움과 놀라움과 함께 결혼을 했냐는 질문을 받아 나는 30분 만에 나의 기막힌 사연을 폭풍같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여기에서 만나냐고 기절초풍할 일이라고 난리를 치길 반복했다. 원장님도 내 얘기를 듣고서 무슨 이런 일이 있냐고 기절초풍을 했다. 우리는 일정 때문에 급히 헤어지면서 한국에 가서 만나기로 했다. 어떻게 된 게 여행 기간도 나랑 똑같았다. 같은 날 출국을 해서 같은 날 입국을 하는 일정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여기서 그것도 그 시각에 딱 마주치게 된 것인지 너무 기가 막혔다. 친구들에게 이 얘기를 전하자 진짜 인연은 인연이라며 결혼하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이건 뭐 나이스 타이밍 정도를 넘어서는내 인생의 기가 막힌 드라마 같은 일들 중에 또 하나가 추가된 것 같다. 나는 나중에 할머니가 되어서도 얼마나 재밌는 얘깃거리가 많은 사람이 될까 싶을 정도로 신기한 일이 많았는데, 이 날은 진짜 TOP 5 안에 들 것 같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은 정말 드라마나 영화같은 일들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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