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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Apr 10. 2024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

https://youtu.be/-p8O4ENLc0I?si=NBaOsw0Sd0ziMpZ2


어제 나는 이사를 했다. 이삿짐센터 분들이 너무 친절하게 잘해주시고 특히 엄청 무거운 침대 매트리스 때문에 고생을 하셔서 이사비를 조금 더 넣어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원래는 위험해서 잘 해주지 않는 것이라며 부엌 조명까지 갈아주셨다. 이사는 완벽했다. 모든 가구들이 집에 맞춤인 듯 딱 맞았다. 넓은 평수에서 25평으로 옮겨왔는데 집이 너무나 정답고 다정하게 느껴졌다.

나는 전날 커피를 마셔 잠을 거의 못 잤기 때문에 포장이사가 진행되는 내내 소파와 침대에 누워 쉬었다. 부엌 정리를 하시는 여사님이 없는 것이 없는 부엌 살림살이와 식료품들을 보며 내게 이건 젊은 사람 살림이 아닌 자기 나이대 수준의 살림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살림과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내게 전남편은 집안일을 안 한다는 이유로 이혼소송을 진행하려 했었다.


이사가 끝나고 나는 이전에 살던 집으로 마지막으로 다시 들러야 했다. 이삿짐센터 직원이 랙 선반을 조립하는데 선반을 얹어놓을 가로 기둥들이 보이지 않아서 내가 이전 집에 들러 확인하겠다고 했다. 또 짐을 정리하다 보니 전남편에게 미처 보내지 못한 물건들도 눈에 띄어서 물건을 두고 와야 할 것 같았다. 차가 밀리는 저녁시간을 통과해 이전 집에 도착해 보니 완전히 텅 빈 집이 너무나 쓸쓸하게 보였다. 내가 변호사를 통해 이사를 간다는 소식을 전하며 가전을 내 의견대로 나누는 것에 동의하는지 답을 달라고 했을 때 전남편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내 짐작으로는 내가 집을 떠나는 것에 아마도 충격과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본인은 집을 나가고 내게 이혼소송을 걸고 심지어는 형사 고소까지 했지만 나는 집을 지키고 있기를 바랐을 것이다. 전남편은 내게 두어 번 아무 말 없이 택배를 보내기도 했다. 내가 빌려주었던 책들과, 남편에게 보낸 짐들에 딸려 들어간 내 물건과 심지어는 본인의 물건을 자신의 것인지 기억을 못 하고 내게 택배를 보내기도 하였다. 전남편은 나와 냉전 상태일 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거실에서 공연히 소리를 내며 서성거리거나 괜히 안방 근처의 화분에 물을 주었던 행동들이 내게 화해를 신청하는 제스처였다고 설명했었다. 전남편은 내게 싸늘하게 대하며 등을 돌리고 냉혹한 마음을 품고 있을 때가 많았지만 내가 먼저 손을 잡아주면 곧바로 마음이 스르르 풀려서 내게 애정표현을 하고는 했었다. 내가 집을 나갔을 때 내게 흐느끼며 내가 없으니 너무 힘들다고 연락을 하던 그는 친정아버지의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말에 곧바로 시댁에 가서 이틀간 이혼소송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내가 집에 돌아오자 잠시간 내게 화를 냈을 뿐 곧바로 얘기를 하자며 나를 붙잡고 한참 동안 통곡을 하였다. 내가 일이 너무 커져버려서 시어머니 때문에라도 명목상으로라도 소송을 해야 한다고 말하자 전남편은 이후 3일간을 죽도록 서럽게 통곡을 했다. 우리는 전혀 문제없이 같이 살고 여행도 가고 함께할 수 있고 절대 너를 버리는 것이 아니고 1년 뒤에 다시 혼인신고를 하자고 약속했는데도 그랬다. 전남편의 마음에는 아마 본인이 소송을 진행하고 나와 친정아버지까지 고소를 했지만 내가 본인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미안하다고 말하며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며 안아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한다. 전남편은 나를 잘 알고 있다. 나는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끝까지 용서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남편은 알고 있다. 내게 억지로 누명을 씌워 억지를 쓰는 것도, 그렇게 하면 내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본인을 계속해서 사랑해 줄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도 모른다. 나는 나의 마음을 최선을 다해 밝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집을 떠나 텅 비어버린 집을 바라보면 분명히 전남편은 자신이 버림받은 마음으로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집을 둘러보다가 방문 뒤편에 숨겨져 있던 선반 기둥들을 찾았다. 내가 가져온 전남편의 물건은 거실 장식장 아래 넣어 두었다. 훠궈 양념이다. 우리는 거실에 버너를 올려놓고 내가 좋아하는 푸주와 옥수수면, 전남편이 좋아하는 고기와 새우완자를 잔뜩 넣어서 훠궈를 만들어 먹곤 했다. 우리는 그 집에서 정말 행복했다. 파라솔을 세워놓은 베란다에서 캠핑용 의자에 앉아 전구 조명을 켜 놓고 갈비를 구워 먹으며 영화를 보고는 했다. 전남편은 나와 살면서 정말 행복해했다. 나는 전남편이 퇴근을 해서 현관 비밀번호를 치는 소리를 들으면 바로 달려 나가 문이 열리는 순간 깜짝 놀래키기를 좋아했다. 전남편은 아침이든 저녁이든 내게 뽀뽀와 포옹을 실컷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사람처럼 살았다. 아침에 뽀뽀를 실컷 하지 못하고 출근하면 오늘 뽀뽀를 제대로 못 해서 힘이 없다고 연락을 하며 난리를 부렸다. 전남편은 자다가도 깨면 나를 껴안고 뽀뽀를 하며 사랑한다고 말하고, 지나가다 내 발바닥만 봐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도저히 뽀뽀를 하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행복했던 순간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앞으로 누구를 만나더라도 내가 주었던 것과 같은 사랑을 어떻게 받을 수가 있을까? 나는 전남편이 한 잘못들을 모두 다 알고 있으면서도 전남편을 절대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모든 것을 속인 것에 대해서도 원망하지 않았다. 누구를 만난다 하더라도 내가 주었던 사랑을 주는 사람은 만나지 못할 것이다. 설사 만난다 한들 내게 했던 행동들을 어떻게 후회하지 않고 견딜 수가 있을까? 어떻게 나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당연히 후회할 것이다. 전남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은 이제 모두 끝이 났다. 그래서 내 눈에서 눈물이 시냇물처럼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이다. 하나님, 당신은 가끔은 정말 이토록 잔인하시네요. 전남편은 너무나 악한 엄마에게서 태어나 아기 때부터 고통스러웠을 텐데 죽을 때까지 후회하며 마음 아파하는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하니 그 운명이 정말 너무 안쓰러워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물론 죽을 때까지 나를 원망하며 살거나, 죽을 때까지 나를 그리워하며 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후자의 길로 가기를 소망하고 기도하고 있다.


하나님은 전남편에게 분명히 이러한 일이 벌어질 것에 대해서 미리 경고하고 당부를 하신 것 같다.


아래는 전남편이 30살 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쓴 글이다.


제가 20살 때 DVD 가게에서 바닐라 스카이라는 이름의 DVD를 샀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집어 들었을 때, 저는 이것이 액션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포스터는 액션에 관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완전히 로맨스(사실은 스릴러 로맨스)였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미션 임파서블을 연기한 톰 크루즈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영화가 더 액션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가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저는 영화를 끄고 싶었지만 불행히도 리모컨이 저와 멀리 떨어져 있었고 리모컨을 집어드는 것이 귀찮아서 이 영화를 계속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영화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진정한 사랑은 찾기가 매우 어렵지만, 일단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게 되면 그것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심각하게 후회하게 될 것이고, 죽거나 미치기 전까지는 그 후회를 멈추지 못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네, 소름 끼치게 들리지만 이 영화는 이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제가 생각했던 사랑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저는 단지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를 좋아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영화를 본 이후인 지금, 저는 아름답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 제 영혼과 연결되어 있는 여자가 좋습니다. 아마 그래서 제가 아직 싱글이지만, 저의 진정한 사랑을 언젠가는 만날 수 있고 그녀와 영원히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것 같습니다.


나는 그 영화에 대해서 설명하고 분석하고 싶지 않다. 분명히 그 영화는 지금의 전남편의 행동을 소름 끼치게도 똑같이 보여주고 있다. 나는 그전에 전남편에게 한번 물었었다. 오빠, 만약 그 영화에서처럼 나를 만나서 지금 이렇게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 다 꿈속의 환상이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오빠는 꿈에서 깰 거야? 아니면 환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꿈속에 남아있을 거야? 나는 전남편이 내가 없다고 하더라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꿈에서 깨겠다고 말하기를 바랐다. 전남편이 환상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닌 용기 있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바랐기 때문이었다. 전남편이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본인은 내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도 없으며 절대 나를 포기할 수 없다고 했던 것 같다.


언젠가는 전남편은 내게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상처는 받은 사람보다 준 사람이 더 힘들다. 상처를 받은 사람은 하나님께 위로를 받고 보호를 요청할 수 있지만.. 상처를 준 사람은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이미 지난 시간을 돌이킬 수도 없고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고통 속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우게 되는지.. 상처받은 사람은 하나님의 위로와 사랑이 함께하기 때문에 괜찮다. 성경에도 심령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나는 그것을 알기 때문에 항상 내게 잘못한 사람이 속으로 얼마나 미안할까 싶어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남편이 나를 잃어버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잔인한 벌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송을 하고 싶은 생각도, 싸우고 싶은 생각도 없다. 솔직히 나는 정말로 다 그만두고 싶다. 나는 이혼소장을 받고도 소송에 대해 망설였다. 내가 본인의 잘못을 다 밝혀버려서 너무 충격을 받게 되면 전남편이 혹여나 미쳐버리거나 자살을 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내 행동에 격분하여 더 악하게 타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결과적으로 소송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시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께서는 전남편이 죽거나, 미치거나 하여 내가 평생 가슴 아파하는 일을 절대 만들지 않으실 것이다. 하나님은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이 소송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남편과 시누이의 영혼을 하나님께로 이끄는 길을 만드실 것이다. 아마 앞으로 소송 중에 전남편은 내게 더 잔인하게 굴 확률이 높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나를 원망할 확률이 높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내가 조금은 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며 내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후회하는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죽는 것보다 더 힘들어도 죽어서 천국에 가는 것이 낫다. 이 소송은 내가 전남편의 영혼을 끝까지 사랑하는 방식이다.


나는 전남편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 나도 마음에 깊은 상처가 많을 시절에는 내가 정말 심하게 상처를 주어도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내 마음의 상처를 누군가는 이해하고 끌어안아 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나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솔직히 말해 이 세상 사람 모두 내가 상처주어도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에 대한 환상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사람 모두가 아기 시절에 내 멋대로 울고 불고 엄마 가슴을 깨물고 물어뜯으며 엄마에게 상처를 주어도 엄마가 나를 사랑해 주는 것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되지 않았는가?

나는 여기서 전남편은 안타깝게도 본인의 어머니에게서 그런 사랑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을 확실히 밝혀 짚고 넘어가며,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전남편에 대해 아주 깊이 안쓰러운 마음을 가져주시기를 소망한다. 전남편의 어머니는 전남편에게 단 한 번도 모유수유를 한 적이 없으며, 아기가 울어도 전혀 안아주지 않고 방치하는 육아방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런 육아법이 유행이었다고 얘기했지만, 실제로 내가 본 시어머니는 단지 유행이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실제로 타인을 전혀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나는 시어머니에게서 정말 단 한 조각의 인간성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분에게는 자신의 남편도, 아들도, 딸도, 며느리도 모두 다 본인이 마음껏 이용하는 물건과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 그분이 하는 모든 행동과 말들은 전부 극도로 연극적인 거짓말 그 자체였고, 나는 겉으로 나를 지극히 사랑하는 말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시어머니가 나를 대하는 행동 하나하나에서 나를 완전히 삼켜버리려는 극도의 증오심이 숨어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진심으로 두려웠었다.


전남편은 하루빨리 나와 아이를 가지고 싶어 했으며 아이를 낳으면 너무 예뻐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하고 쳐다보기만 할 같다고 말했었다. 아이가 다칠까 봐 웬만큼 크기 전까지는 밖에 데리고 나가지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아이에게 나의 사랑을 빼앗기게 될 것에 대해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계속해서 걱정했었다. 내가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하게 되면 나를 빼앗기게 될까 봐 걱정하고 너무나 속상해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남편이 정말 안쓰러웠다.

시누이는 착하고 순수하고 붙임성이 있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상처를 받아 눈물을 쏟는 일들이 여러 번 있었다. 시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어머니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살고 있었다. 나는 시누이가 이토록 연약한 자아를 가진 것이 안타까웠고 행여나 잘못된 길로 갈까 봐 걱정스러웠다.


나는 전남편과 시누이가 비록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할 정도로 큰 상처와 결함이 있는 사람이지만 그 영혼이 완전히 타락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는 순수한 면이 있었다. 특히 전남편이 나에 대해 깊은 사랑에 빠졌던 것은 사실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영혼이 갈 데까지 가 버린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사랑을 믿지도 않고 냉소적으로 사람을 아무렇게나 대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전남편과 시누이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전혀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일방적인 조건들이 달려 있기는 했지만 분명히 그들은 사랑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사랑에 빠지는 것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기회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는 사랑에 빠지는 신비한 경험을 통해 나만을 위한 사랑에서 진정한 사랑을 배울 수 있는 황홀한 교육을 시작하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능력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전남편은 나와 사랑에 빠졌고, 나를 사랑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시어머니에게서 받은 깊은 영혼의 상처 때문에 전남편은 스스로의 모습을 도저히 있는 그대로 돌아볼 수가 없었고, 그렇게 너무 아픈 상처가 건드려지자 내게 악한 시어머니의 모습을 덧씌워 보게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전남편은 전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남편이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긴 여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이 될 것이다.



오빠, 나는 오빠를 미워하지 않아. 나는 오빠를 사랑해. 나는 ㅇㅇ이(시누이)도 사랑해. 오빠를 남편으로서 의지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둘 다 사랑했어. 오빠와 ㅇㅇ이도 나를 순수하게 좋아했다는 것을 나는 분명히 알고 있어.
나는 오빠의 순수한 마음, 처음 만났을 때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잘 되지 않아 힘들었다고 얘기했던 마음, 내게 사랑에 빠졌던 마음, 나를 원했던 마음, 내게 멋있어 보이고 싶었던 마음, 나를 보호하고 싶어 했던 마음, 나를 아프게 할까 봐 조심했던 마음, 나를 기쁘게 해 주고 싶었던 마음, 칭찬받고 싶었던 마음, 내게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 나를 믿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일을 털어놓았던 마음, 어린 여동생을 위해 오빠가 고생하며 희생했던 마음, 즐겁고 장난기 있고 천진난만한 모습, 행복하게 웃는 얼굴, 어린아이를 보고 기뻐하고 아기를 사랑했던 마음, 기도하며 흘렸던 눈물들, 나를 아내로 하나님께 응답을 받았다고 말하며 흘렸던 그 눈물, 내가 오빠를 만난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오빠가 감동해서 흘렸던 눈물, 하나님께 저를 불쌍히 여겨달라고 호소했던 마음, 나를 잃는다고 생각했을 때 평생 이렇게 힘들어 본 적이 없다며 그토록 서럽게 울며 일그러졌던 그 얼굴과 눈물을 사랑했어. 그것 때문에 오빠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내 인생의 소망이었던 아이를 가지는 것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절대 오빠를 버릴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오빠에게 분명히 선한 마음이 존재했었고, 지금도 반드시 존재한다고 믿어. 오빠가 정말로 악한 사람이었다면 나는 오빠를 사랑하지 않았을 거야.
이제 우리는 이 땅에서는 죽을 때까지 이별해야 해. 천국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제발 잘 버텨야 해. 하나님, ㅇㅇ이에게 끝없는 은혜와 축복을 베풀어주셔서 끝까지 버티게 해 주세요. 오빠, 내가 너무 보고 싶어도 밥 잘 먹고 끝까지 버텨. 하나님께서 도와주실 거야. 너무 힘들어도 내가 오빠를 이미 앞으로 일어날 일들까지 전부 다 용서했다는 것을 꼭 기억해. 오빠와 함께하는 동안 나도 정말 행복했어.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내가 정말 고생했다고 안아줄게.

하나님, ㅇㅇ이와 ㅇㅇ이를 불쌍히 여기셔서 그 어머니의 지배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제 나는 다시 하나님이 나를 이끄시는 길로 가야 한다. 이번 달에는 전남편과 나의 이혼소송 첫 기일이 잡혀 있다. 그런데 날짜가 대학원 수업과 겹쳤기 때문에 나는 대학원 수업을 불참하고 법원에 출석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오늘 그날 대학원 수업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나님께서도 내가 아무 차질 없이 법원에 가기를 원하시는 것 같다.


어제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신이 세를 든 집에 어떤 사람을 월세를 내고 살게 해 주었는데, 작년부터 방세를 하나도 내지 않은 데다 집에 어마어마한 폐기물과 산더미 같은 짐을 두고 연락처를 바꾸고 잠적을 해 버렸다고 한다. 집주인이 그 사람을 찾아내지 않으면 청소비용 등으로 엄마에게 보증금 천만 원을 고스란히 청구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사람을 찾아내려고 해도 상당한 비용이 들고, 보증금 천만 원을 빼앗기게 될까 봐 걱정이 되고, 짐을 치우거나 옮기자니 잠적한 사람이 꼬투리를 잡아 문제제기를 할까 봐 불안하다고 한다. 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천만 원을 날릴 일은 없으니 내가 특수청소를 알아보든 짐 보관을 알아보든 법적인 문제의 소지가 없는지를 다 알아보고 조치할 테니 사진과 전후상황 설명을 보내라고 했다.


엄마, 내가 엄마를 용서하고 절대로 버리지 않겠다고 했잖아.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지 엄마가 도움이 필요할 때 내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잖아. 내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내가 다 알아서 해 줄게. 불안해하지 말고 제발 나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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