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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May 01. 2024

시골 밤길을 달리며 아빠를 생각했다


의사가 부기가 빠지는 데 산책이 좋다고 신신당부를 했기 때문에 나는 아침부터 열심히 공원에 가서 산책을 했다. 지나가다 와! 하는 풍경이 있어 사진을 찍었다. 나는 보통 꽂히면 1초 만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편인데 나름대로 멋진 사진을 잘 건지는 편이다. ^^ (사진에 대해서는 1도 모릅니다..^^)


산책을 다녀와 낮잠을 한잠 잤다가 저녁에는 근교 저수지로 나갔다. 화려하진 않지만 맑고 밝은 풍경이 너무나도 예뻐 보였다. 오늘 꽃가루가 심해 더 이상의 산책은 포기하고 전망이 좋은 카페에 앉아 감동적인 글들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아직 음료수만 겨우 삼킬 수 있어 배가 고프다. ㅠㅠ


근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깜깜한 시골 도로를 운전해서 왔다. 도시의 도로와는 다르게 가로등이 없기 때문에 전조등으로 한 치 앞을 겨우 밝히면서 코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가게 된다. 나는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내게는 매우 익숙한 풍경이다. 어린 시절 깜깜한 시골 도로를 아빠가 운전하면 나는 옆에서 약간 무서우면서도 그런 도로를 거침없이 달리는 아빠가 있어 든든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앞이 보이지 않는 계속되는 고난과 역경의 절대 타협이 없었던 원칙주의자 시골 목사의 길을 아빠는 생때같은 자식들을 데리고 어떻게 감당해 내었는지 마음이 짠해졌다. 아빠도 이 캄캄한 길을 오직 하나님의 인도하심만 믿고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따라갔었던 것이다. 아빠는 평생 동안 교회를 옮겨 다니며 불합리와 싸우고 부딪히면서 사람들에게 외면당해 마음이 쓰러지면서도 다시 하나님께 엎드리고 지금까지도 엄마를 포기하지 않았고, 처가 식구들을 용서하고, 나와 동생들을 책임졌다. 나는 어린 시절 우리 아빠는 나중에 위인전에 나오게 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렇다고 아빠가 강철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칼로 잰 듯이 냉철하지만 마음은 너무나도 순수하고 여려서 항상 어린 내게 꽃반지를 만들어주고 나를 위해 가장 잘 익은 무화과와 송이버섯을 따다 주고 무엇보다도 농사를 지을 때 가장 행복해하는 농부였다. 그런데도 목숨을 내걸고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놈의 ㅇㅇ ㅇ씨 ㅇㅇㅇ파 사육신 후손의 내력이 아주 지긋지긋하다고 왜 그렇게 목숨을 초개와 같이 내던지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나는 내 목숨이 아주 소중하다고 했는데 아빠는 내게 너도 역시 내 딸이라 나랑 똑 닮았단다. ^^ㅎㅎㅎ 나는 목숨 잘 안 버리는데…


내가 하나님만을 섬기는 아빠의 딸로 태어나 나도 하나님을 섬기게 된 것이 얼마나 축복일까 ^^ 하나님을 사랑하는 아빠, 하나님께 의지하는 엄마,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동생들이 있는 나는 얼마나 축복받은 행복한 인생인가 ^^ 너무나도 감사하다. 아빠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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