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 설명회를 진행하다 보면 자주 접하는 질문이다. 대입전형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궁금할법하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대입 준비를 하고자 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나는 속으로 발끈한다. “당연하죠, 평가에 십분 반영됩니다.”
독서활동과 관련된 이 질문을 꼼꼼히 뜯어보면 2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선 대입전형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독서활동도 평가가 되는지 여부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이 질문의 저변 底邊에는 평가가 되면 독서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또 하나는 공부하기도 빠듯한 데, 평가에 꼭 필요한 책을 좀 더 쉽게 고르고 싶은 마음에서다. 효율적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나는 독서 예찬론자는 아니다. 다만 ‘자신의 생각을 만드는 데 독서만 한 것이 없다’는 말에는 적극 동의한다. 책을 읽으며 작가의 생각을 읽고, 그 가운데 무언가를 보고 느낀다. 종국에는 자기 생각을 만들어낸다. 그 생각이 동인 動因이 되어 다른 무언가를 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움직이게 된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요즘 내가 그렇다. 글 한편을 쓰기 위해 관련 분야 책을 읽는다.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빌려 내 생각을 정리하고, 만든다. 만들어진 생각이 글이 된다.
다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돌아와서 살펴보자. 독서활동 과정에서 드러나는 지적 호기심을 통해 평가자는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업역량을 들여다본다.관심이 생긴 분야의 책을 주도적으로 찾아 읽고, 그 내용을 토대로 실천하는 모습을 통해 자기 주도적 학습태도도 읽어 낸다.
책을 즐겨 읽은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서 관심분야가 확장되고 소위 ‘꼬리물기’ 독서로 이어지는 기록들을 종종 만난다. 이런 학생을 만날 때면 감미로운 전율과 함께 자기반성을 한다. 당연히 좋은 평가로 이어진다.
책 읽는 습관이 잘 형성되어 있는 학생은 대학에서 수학할 준비가 되어 있는 학생이다. 대체로 독서량이 풍부한 학생은 쓰기와 말하기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우선 자기소개서 내용이 남다르다. 깊이 있는 자기 성찰과 표현력에 감탄을 자아낸다. 면접에서도 자기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전달한다. 책을 즐겨 읽는 학생을 뽑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독서량이 많다고 해서 꼭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책을 읽는 학생들도 간혹 있다. 이런 학생들의 자기소개와 면접 장면의 모습은 대체로 실망스럽다. 깊이 있는 성찰 과정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관심분야에 대해 간접경험을 한다. 독서는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다. 독서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고 다양한 시각과 교양을 쌓는다. 다양한 저자의 책을 읽으며 다양한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보는 것이 ‘사는 것’의 다름 아니다. 대학 진학뿐만 아니라 삶의 이정표가 되는 독서를 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