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대학원생]
" 배를 버려라!!! 최대한 빠르게 탈출하라!!! "
다급한 외침에 배에 탄 모든 선원과 사람들이 탈출할 때 배가 위험한 방향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끝까지 남아 타륜을 잡고 있는 조타수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며 영화의 한 장면이 바뀐다.
재난영화나 전쟁영화에서 볼 법한 흔하디 흔한 장면이다.
대학원 전공 결정에 이리도 많은 선택과 배열의 서사가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상담심리와 인적자원관리, 두 선택지가 사라지고 나니 폭풍우 치는 망망대해 한가운데 혼자 타륜을 잡고 비바람을 얼굴로 맞으며 울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나는 이제까지 해왔던 업무의 연장선에서 대학원 전공을 고민해 왔다. 과거부터 이어온 궤적에 전문성을 더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접근방식은 학부 졸업 후 바로 진학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일 것이다. 자신의 커리어에 발전성을 둔다면 과거의 경력을 분류하고 이어가며 대학원 전공으로 더 견고해지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려보는 대학원 이후의 모습은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경력으로 이어지는 예측선에서는 벗어나 있었다. 지금까지의 단순 진로취업분야를 벗어나고 싶었다. 인생의 긴 여정에 창업이란 선택지를 두는 것도 얼마나 의미 있는가를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다. 조직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하여 높은 기여도를 통해 얻는 성취감도 매우 의미 있겠지만, 자신이 중심축이 되어 가치를 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를 혁신으로 해결하고 나날이 새로워지는 노력의 길에 어깨를 함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이름이 CTO일수도, COO일수도 또는 VC(벤처캐피털)나 AC(액셀러레이터) 일지도 아니면 단순 매니저 일수도 있겠다.
도착하고 싶은 목적지와 현재까지 누적된 나의 경력으로 예측되는 경로에는 편차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 편차를 경로 수정으로 결정하고 두 손으로 꼭 잡은 타륜을 돌려 방향을 바꿔야 한다. 두 손으로 느껴지는 진동과 마찰력 그리고 묵직한 저항력은 아마도 그 전공이 진짜 원하는 미래를 가져다줄 수 있는 가에 대한 의심, 입학전형에서 진학의 목적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감일 것이다. 좀 더 수월한 방향으로 돌아가려는 안일함과 싸우면서 합격통지서를 받을 때까지 버티고 있어야 한다. 저너머 먹구름 뒤에 숨겨진 햇살과 간간이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을 느끼며 희망을 품고 나는 목적지를 향해 새롭게 간다.
타륜을 잡은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고통 없는 항해는 없었다.
그렇게 나의 전공은 기술경영으로 최종 선정되었다. 선택과 선택의 이어달리기를 하며 숨 가쁘게 도달한 결론에 대해 기쁘기 그지없었다. 우리가 선택을 힘들어하는 것은 그 선택이 과연 최고의 결과를 만들 수 있는가를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더 쉬워질 거라고, 나이만큼 성숙된 현명함으로 좋은 선택을 할 거라고 생각한 나의 상상이 산산이 부서지는 경험을 하였다. 최선의 선택 뒤에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선택이전이 아니라 선택 이후의 나의 행동과 의지가 결정한다는 걸 나는 생각하며 비장하게 웃어본다.
나와 비슷한 고민 그리고 유사한 미래 업무를 생각 중인 사람들이라면 창업대학원이나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을 후보에 올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모두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지만 기업의 성장과정에 따른 생애주기에 개입하는 범위와 사업 아이템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을 탄생시키고 시장진입하여 성장하는 단계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추어진 전공이 창업대학원이며, 이를 포함하되 기술에 특화된 창업과 혁신을 통한 문제해결에 초점을 두고 싶다면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이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창업대학원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적 지정으로 지원, 운영되고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 운영되는 점도 하나의 차이이며 시기적으로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이 먼저 시작하여 2024년까지 사업 2단계가 운영 중이다. 각자의 환경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정리한 내용이 모두에게 적합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소소한 가이드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