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대학원생]
영혼을 고이 담은 학업계획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고 나니 내 안에서만 살고 있던 나를 세상밖으로 던져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은 부끄러움과 자기비판 사이를 빠르게 칼치기하며 달리는 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았다. 한글 파일을 열고 면접준비를 위한 답변서를 작성하기 위해 컴퓨터에 앉았다. 깜박이는 커서를 바라보면서 머릿속에 BGM이 깔렸다.
' ~~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
김수희의 '애모'를 아는가? 이 노래는 1990년 발매되어 1993년에 매우 큰 인기를 얻은 곡이다. 어느 정도의 인기였느냐 하면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의 가요톱텐의 골든컵 수상을 저지하고 5주 연속 1위로 골든컵을 수상했을 정도였다. 가요계에서 최고의 이변이라고 말할 정도로 인상적인 사건이었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들은 음모론을 주장하며 패닉에 빠지기도 했다. 물론 서태지와 아이들이 KBS와 힘겨루기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기에 '애모'의 평가가 깔끔하지는 않았더라도 90년의 곡이 93년에 인기를 얻었다는 건 역주행의 시초로 놀랄만하다.
면접준비를 하면서 내 머릿속에서는 '애모'가 무한 재생되고 있었다. 면접관을 마주하고 있는 나를 상상하자 잔뜩 긴장한 어깨에 흔들리는 눈동자를 부여잡고 대답할 때마다 실제로 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렵게 타이핑을 해가며 예상질문 리스트를 정리했다. 답변을 고민하면서 자기소개서 작성과는 다른 자기 탐구가 필요했다. 자기소개서는 전략이 통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자기소개서 작성의 순간에 대응하는 대상은 TEXT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과 설계를 통해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면접은 예상할 수 없는 요소가 너무 많다. 그날의 만나는 면접관이 누구냐에 따라, 또는 면접관의 성향, 함께 들어간 지원자에 등 통제범위를 벗어나는 것들이 다양하다. 현장감이 주는 압박감까지 더하면 면접은 매우 까다로운 과정임에 틀림없다.
잘 준비하려고 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환기하고 싶었다. 나는 억지스러운 과대포장을 포기하고 가장 순수한 형태의 나를 보여줘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순수한 형태를 자기 확신으로 완성하고자 했다. 면접 답변으로 준비한 대답들은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불편했다. 아마 스스로 확신이 없거나 면접관의 의심이 신경 쓰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딱 하나, 내 능력에 대한 신념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 자기소개서 작성에서 면접준비까지 일련의 과정은 긴 여정에 가깝다. 어렵고 길을 잃기 쉽고 방황하기 일쑤다. 하지만 오직 하나, 내가 어디서도 누구에게도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하자 자연스럽게 답은 만들어졌다.
" 저는 스스로를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
큰 물길에서 작은 물줄기가 나온다. 나는 언제나 내가 다양한 관심사에 열려있고 경험하는데 집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확신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실제 경험했던 사실을 사례를 줄줄이 말할 수 있다.
- 연구원에서 공공기관으로 전직하면서 확장된 지식과 사고
- 디자이너를 통해 얻은 새로운 분야 적응방법과 융합에 대한 통찰
- 인력훈련분야에서 컨설팅을 수행하며 계발된 고객에 대한 호기심
- 다양한 연령과 업종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역량
전체그림에서 단편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자기 확신은 얻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본래 나의 것이기에 불필요한 수식이나 과장이 필요 없다. 가장 순수한 나를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게 면접의 준비는 진통을 겪는 과정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어가고 있었다.
누군가가 면접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일단 자신을 한 문장으로 만들라고 말하고 싶다. 함의적 한 문장은 절대 쉽게 나올 수 없기 때문에 깊은 고민이 수반되고 사실이 근거가 되어야 한다.
그 한 문장이 완성되고 나면 강점요소들은 얼마든지 흘러나온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큰 그림으로 관망해보라고 한다면 좀 더 쉬운 표현이 될까?
여기에 오기에 가까운 자신감까지 덧붙이면 면접은 두려울 게 없다.
" 누가 감히 나를 평가해? "
오기에 가까운 자신감을 충전해 보라! 이미 자기 확신이 완성된 자에게 이 자신감은 전투력을 더욱 향상시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고문과 가까운 엄격한 겸손을 잣대로 대하는 사람이라면 펜실베이나 주립대의 샘리처드교수 강의 영상을 보길 추천한다. 왜 자기에게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좋은지 문화적, 과학적 증빙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면접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충분히 당신은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