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에 관하여
지나온 시간에 딱히 후회가 없다.
잘 살고 있다는 건 아니다. 잘못 살고 있다는 걸 인정하기 싫을 뿐. 누구나 그럴 때 있지 않나.
물론 앞으로는 좀 더 잘 살고 싶다. 더 이루고 싶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다시 열과 성을 다하고 싶다.
하지만 열성도 일단 재능의 영역 아닐까.
내가 이룬 것들은 그저 젊은 초심자의 행운 덕이 아닐까. 이미 오래전 마음부터 늙어 열성도 용기도 다 타버린 것은 아닐까.…
이런 부정적 감정들을 ‘후회 없다’라는 말로 회피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니 미래 역시 바꿀 수 없다는 생각, 어쩌면 후회보다 더 큰 독을 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단 하나의 후회라면 오랫동안 너무 자주 술을 마신 것이다. 방송 예술계라는 직업적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대학 때부터 그냥 술자리가 좋았다.
유순한 겉모습에 비해 속은 뻣뻣하고 예민하다 보니 맨 정신보다 취했을 때 사람 대하기가 한결 편했던 것 같다. 술자리에서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났지만, 덕분에 20년 청년기의 절반은 취기와 숙취 속에 있었다.
그동안 음주로 낭비한 돈과 시간, 심신의 에너지를 성장에 쏟았다면
BTS만큼은 아니더라도 요즘처럼 체력 달려 고생하는 개인 사업자는 되지 않았을 텐데....
그러고 보니 후회되는 일이 계속 떠오르네? 가격 맞춰 왠지 불길한 집을 샀던 것.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소리친 것. 바쁠 때 감사할 줄 몰랐던 것 등등.
하지만 이제는 후회할 바에 그냥 반성하고 웃어버리겠다. 후회가 아픔을 곱씹는 ‘감정’이라면 반성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사유’하는 행위니까.
더 이상 뒤돌아보며 주저앉아 있고 싶지 않으니까.
타인과의 관계, 술자리의 즐거움보다 나와의 관계, 나의 심신 건강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체득했으니 안 마시면 될 일이다. 이사했으니 된 일이고, 조금씩 나아지는 엄마가 되면 될 일이다.
후회한다고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반성과 행동은 미래를 바꾼다. 아주 미세하지만 정말 바꾼다. 그러니까 줄기차게 되뇌자.
지나온 시간. 후회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