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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Sep 18. 2021

누나! 삽질하고 살았어?

주먹 말고 보자기


누나! 삽질했어??!!


7년 전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기(동생)가 악수를 하며 꺼낸 말이다. 

급하게 손을 거두었다.

부끄러움에 주먹을 쥐었다.

내게 손은 주먹이었다.

누군가와의 악수는 나의 거칠고 투박한 손이 공개 무대에 처음 홀로 세워진 가수처럼 떨리게 하는 행위였다.


살포시 쥔 주먹은 거친 손바닥과 두꺼운 손가락 마디를 감추기에 제격이었다.


그래서 가위바위보를 하면 제일 먼저 주먹을 내게 되었던 걸까??^^

주먹을 더 오랜 시간 쥐고 있던 사람이 있다. 



엄마.


평생. 아니 결혼 후 바다 일과 밭일을 주업으로 하신 탓에 엄마의 손은 뜨거운 솥을 맨손으로 만져도 화상 따위는 입지 않을 것처럼 두꺼운 굳은살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엄마는 나보다 뜨거운 물건을 잘 만지신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엄마도 화상을 입는다는 것

뜨겁지만 아이에게 혹여 화상 입힐까 봐 견뎌내셨다는 것


내게 손은 '아픔'이다.

까맣고 거친 굳은살 가득한 엄마의 손

그 거친 손이 손녀의 여린 피부를 긁어 상처라도 낼까 봐 마음껏 안아보지도 못한 엄마의 손이 아프고 애틋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다양한 알바를 거치며 내 손은 엄마를 닮아갔다. 

여전히 계란을 쥔듯한 주먹 자세를 유지하는

 내 손은 애틋해져 갔다. 

삽질만 하며 사는 것처럼 거슬거슬거렸다. 












"야야~ 니 손은 왜 못하는 게 없노~??!!"


지난해 어머님이 꺼낸 말이다. 병마와 싸우시며 집에 잠시 함께하신 어머님은 내가 사는 방식을 보며 내 손을 애틋해하셨다.


그랬다.


내 손은 안 하는 거 말고는 못하는 게 없는 손이 되어있었다. 내 손은 주먹만을 유지하지 않고 새로운 것들을 만나고 있다. 맛있는 음식, 마음을 담은 글, 위로의 토닥임, 싸이월드 이후로 안녕을 고했던 sns로의 복귀,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로 놓고 있던 펜을 들었다. 


손 생김새의 가치는 지금 내게는 중요하지 않다.


손은 마음이 닿는 곳에서 펼쳐졌다. 


27개의 뼈로 구성된 손.

꽉 움켜쥘 수도 있고 적당히 거머쥐거나 놓아버릴 수 있는 손. 손의 열고 닫음이 나의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글을 쓰며 알게 되었다. 


꽃은 따사로운 햇볕과 바람, 적당한 물을 주며 애정을 통해 피어나 듯, 내 손에게도 꽃을 피워내듯 예쁜 마음을 전해 애틋하기만 하지 않은 매력 뿜 뿜 손으로 거듭나게 해 주어야겠다.


이제 가위바위보에서 보자기를 제일 먼저 내게 될 테지??


손에게 전하는 마음 - 애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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