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껄렁한 시
사내는 그림을 두고 떠났다
제 몸을 데워
닭이라도 되려는 듯
알이라도 낳으면
돈이라도 될 테니
이십여 년 전
사내의 마음은
어딜 헤매고 있을까
품어야 하는 것을 두고
떠난 사내
공부만이 살 실이라 믿던 시절이었다
첫째 아들을 향해 집안의 물길이 향했다
첫째가 잘돼서 아래를 살피길 바랬다
한 곳을 향한 물길에 홍수가 났다
제 스스로 수영하는 법을 익힐 틈 없었다
공부만이 살길인 시대에
그림만이 숨길인 둘째 아들에게
물길이 트일 리 없었다
둘째는 몰래 숨을 쉬었고
결국 그림이 살길이 되지 않음을 직시하고
붓을 내려둔채 떠났다
돈벌이만이 살길인 세계로
그들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조각들을
어린 동생이 주워 모아 가지고 놀았다
그들은 제 동생에게 우상이었다
그리고 우산이 되어 주리라 믿었다
그 우산이 세상 풍파를 막아서느라
찢길 줄은 몰랐다
찢어진 우산은 비를 막아내지 못했다
그들의 찢긴 우산 조각을 줍는다
언제고 다시 기워주리라며_
살길. 물길. 숨길 따위 둑을 갈아엎고
그저 안녕하길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