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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Jan 26. 2022

_사내

시시껄렁한 시

알이 깨지기도 전에

사내는 그림을 두고 떠났다


제 몸을 데워 

닭이라도 되려는 듯


알이라도 낳으면 

돈이라도 될 테니


이십여 년 전

사내의 마음은 

어딜 헤매고 있을까


품어야 하는 것을 두고

떠난 사내



나다운 이야기 시시껄렁한 시 / 사내




개천에서 용이 나는 길은

공부만이 살 실이라 믿던 시절이었다


첫째 아들을 향해 집안의 물길이 향했다

첫째가 잘돼서 아래를 살피길 바랬다

한 곳을 향한 물길에 홍수가 났다

제 스스로 수영하는 법을 익힐 틈 없었다


공부만이 살길인 시대에

그림만이 숨길인 둘째 아들에게

물길이 트일 리 없었다

둘째는 몰래 숨을 쉬었고

결국 그림이 살길이 되지 않음을 직시하고

붓을 내려둔채 떠났다

돈벌이만이 살길인 세계로


그들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조각들을 

어린 동생이 주워 모아 가지고 놀았다

그들은 제 동생에게 우상이었다

그리고 우산이 되어 주리라 믿었다

그 우산이 세상 풍파를 막아서느라

찢길 줄은 몰랐다

찢어진 우산은 비를 막아내지 못했다


그들의 찢긴 우산 조각을 줍는다

언제고 다시 기워주리라며_


살길. 물길. 숨길 따위 둑을 갈아엎고

그저 안녕하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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