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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Feb 09. 2022

_쏟아내다

나다운 위로 시

'엄마~ 토하기 싫어~ 무서워~'


일곱 살 아들은 작은 배 안에서 거세게 밀어 올려지는 것에 겁을 먹었다. 거대한 태풍이 몰아치듯 아이를 훑고 지나간 불쾌함은 입과 코로 쏟아져 나왔다. 아이는 구토를 멈추어 엄마를 안고 싶지만 제 몸이 마음과 달라 요동친다. 모든 것을 쏟아내고야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품에 안긴다.


'괜찮아.. 괜찮아.. 잘했어..'

아이의 등을 살며시 쓸어내렸다.


'엄마는 왜 자꾸 괜찮다고만 해..?'

축 처진 몸과 그 사이 작아진 얼굴로 힘을 끌어모아 아이가 물었다.


'괜찮기를 바라니까..'

말을 꺼내고 나니 새삼 이 작은 존재가 더욱 소중해 조금 더 당겨 안았다.


'엄마.. 그런데 왜 토하는 게 좋은 거야..?'

아이는 토하면 괜찮아질 거라는 엄마의 응원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몸안에 나쁜 것들이 빠져나오려고 그렇지~


아이는 그런가 보다 하는 나른한 표정으로 잠이 들었다.

잠든 아이를 보며 아이에게 건넨 마지막 답이 맴돌았다.

나쁜 것들을 쏟아내고 나를 지켜내는 일이 아이가 토를 해서 속을 편하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아이는 변기에 대고 나쁜 것들을 쏟아냈다.


나는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을 어디에 대고 쏟아내고 있나 생각하다 이렇게 자리에 앉았다. 나는 종이에 토하고 있었다. 종이에 쏟아진 검은 것들을 쓰다듬으며 생각한다.


'괜찮아.. 괜찮아..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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