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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Feb 25. 2022

묻고_ 묻힌

시시껄렁한 생명시

무덤이 보인다.


'안녕하세요~'


6살 아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무덤을 보게 되면 인사를 하고 

지나가라는 엄마의 말을.

기억하고 있는 아이가 신기했다.


친정 가는 길은 산이 온통 무덤이다.


'안녕하세요~

행복하게 지내세요~

안녕하세요~'


수많은 무덤에 인사를 하다 지친 아이는 물었다.


'엄마 그런데 왜 인사를 해야 해요?'


'소중한 사람이 그곳에 계시니까.'


동생과 엄마의 대화를 듣던 딸이 다르게 물어왔다.

'엄마 무덤에 인사는 언제부터 한 거야?'



나는 초등학생 시절 집으로 돌아가던 

길을 떠올렸다.

날이 어느새 어둑해졌고 

평소 눈에 들어오지 않던

무덤이 으스스하게 느껴졌다.


그때 곁에서 걷던 친구가

대뜸 큰소리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그러곤 설명했다.

'우리 엄마가 무서우면 인사하면 된데~ '


그날 이후로 나는 무덤을 지날 때 

입 밖으로, 마음속으로

인사를 하게 되었다.



'엄마 어렸을 때 친구에게 들은 거니까 그보다 

더 오랜 시간 전부터 이어져 오지 않았을까?'


딸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친정에서 돌아오고 하루가 지난밤.


'다롱이 어디 있어?'


나는 딸아이의 햄스터가

보이지 않아 아이에게 물었다.


'숨어서 자고 있나 봐~'


딸은 내게 다가와 잠들어있을 다롱이를 찾았다.

나는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 죽음을 느꼈다.


고요함.

눈으로 확인 전에 마음이 알아차리는 

그 시린 느낌이 본능적으로 다가왔다.


'미안해... 다롱아 미안해..'

'엄마 미안해..'


딸은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에

눈과 코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깜깜해진 밤.

다롱이와 슬픔을 묻으러 모두 집을 나섰다.


다롱이 하늘로 가는 거냐며 아들도 울먹였다.


'엄마 우리도 하늘나라 가면 다롱이 볼 수 있어?

다롱이는 너무 작아서 사람들한테 밟히면 어떡해?'


여섯 살이 받아들이는 하늘 세상이었다.


다롱이를 묻고 꽃잎을 올렸다.


딸은 처음에만 관심 두고 무관심했던 

자신을 자책하며 미안해했고

나는 엄마의 일이 더 추가되어 번거로운 마음에

햄스터들이 내심 못마땅했던 

마음에 미안해했다.


남아있는 아들의 햄스터 '아롱이'에게는

후회되지 않게 사랑해 주자며 

'미안함'과 '다롱이'를 묻고 돌아왔다.


'지난번에 무덤에 왜 인사하냐고 했지?

소중한 다롱이를 묻고 나니 인사를 하게 되지?

묻혀있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니까 인사해야 하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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