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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Feb 23. 2022

필사가 필살기

시세이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멀리 있었다.

끊임없이 어둠과 안개 거기다 미세먼지까지.


'꿈이 뭐였어요?'

'하고 싶은 일이 뭐예요?'


이 질문에 간결하고 싶었지만

장황한 설명으로 얼버무렸다.


뒤돌아 질문을 곱씹어 보지만

스스로에게조차 진실되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자신이 없었고,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신뢰가 없었다.


돈을 구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몽실몽실한 감상적인 꿈일랑 팔자 좋은 사람과

용기 있는 자에게 넘겨주고

그냥 나는 나를 돈이 될만한 사람으로 바꾸기 위해

블로그에 나를 반질반질하게 닦아

하나씩 내놓았다.


필 사


내가 닦은 상품은 필사였다.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구별 못하고 입 밖으로 꺼내기 창피한 내게

제격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필사는

마치 마녀가 내 앞에 몰래 던져둔 과자 같았다.


저 어둡고 막막한 내일을 자신 없어하는 내게

땅 위에 떨어진 과자는 당장 내 발끝만 신경 쓰게 했다.


그리고 나는 뒤를 돌아보고 옆, 앞을 봐도

그 길을 가늠할 수 없는 곳까지

걸어 들어갔다.


되돌아갈 수도 전진도 없는 상황에서

나는 구조요청을 했다.


'필사 모임'


함께 걷자 시야가 조금씩 열렸고,

마녀의 과자가 아닌

곁에 있는 이들의 의견들로 걸어 나갔다.


1년이 되어가는 중

12번째 필사 책(자기신뢰)에서 비로소 답하게 되었다.







나는 책방을 하고 싶어.
내 책방을 통해 한 인생이라도
경로를 수정할 수 있다면 좋겠어.
그런 책방을 만들고 싶어.


                                                              <나다운 이야기>




차마 발설하지 못했던 외로운 꿈이

몸을 빠져나와 소리쳤다.


책과 사업에 대한 지식도

없는 나라는 사람이 책방을 한다는 것.

누구나 알듯 책방은 돈벌이에 적절치 않는 것.

그저 혼자 좋아하는 한량 같다는 것.


아내와 엄마, 딸, 며느리인 나는

이 모든 것을 깨부술 용기가 없었다.

나를 달래서 다른 길로 가는 편이 낫다고 여겼다.


내가 품고 있었던 외로운 꿈이

필사와 함께한 이들을 통해

성취를 향해 달려간다.


사람들이 비웃을까 봐 발설하지 못한 내 공상이

모습을 드러내자 놓치지 않으려 글로 담는다.


그럼에도 뱉는다.


모임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함께 내면의 소리를 밖으로 꺼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러기엔 나는 모르는 게 너무 많고

마음만 앞선다.


그들을 위해 배우려는 것들이 생기고

나를 키워 도움이 되길 바랐다.

할 줄 아는 건 느끼는 게 전부인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여전히 어디에 얹어가거나 누군가 이끌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체내 80프로를 차지하지만

20프로는 자급자족하려 요동친다.


개혁하는 사람.

20프로의 피는 개혁 중.











저자는 그 책 보다 유능하거나
선량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왜냐고요?
그렇게 해야 실제 행동이 그가 써낸 책의 내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어 우스꽝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자기 신뢰 중>





내가 쓴 글이 곧 나이기를 바란다.

진지하고 바른 이야기들은 내가 아니라

그저 내가 바라는 이상이다.

닿지 않았기에 수없이 반성하고 다짐한다.


내가 쓴 글에 우스꽝스럽지 않기 위해

살다 보니 나는 글을 닮아가려 노력한다.


이러다 수 틀리면

또 에라 모르겠다 하겠지만

이 마음 역시 타인에게 선입견을 줄까

두려워 깔아 두는 밑밥임을 인정한다.


오늘도 나는 쓴다.

필사하며 저자가 책에 넣어둔 떡밥으로

낚아챈 마음을 끌어올린다.


어느 하나 잔챙이가 없다.

내 안에 이렇게나 많은 어종이 살고 있다니.

책방보다 횟집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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