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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Mar 25. 2022

나섬


섬에 살았고

섬이 싫었다

섬은 좁았고

섬에 갇혔다

섬을 나섰다


나섬


'나라는 섬'




우리는 누구나 고요한 섬이고 싶어 하지만 고립된 섬을 원하진 않는다. 4차선 도로를 연결해 버린다면 육지화가 되어 버린다. 섬이고자 했던 건 밤낮 상관없이 불쑥 들이치는 헤드라이트에 눈을 뜰 수 없어서다. 

육지였던 우리는 섬이고 싶어진 걸까_

섬에서 나고 자란 나는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곳에서 벗어나는 길은 없었다. 시간 맞춰 연결되는 철부선이 바다를 건너 줄 뿐이었다. 누군가는 섬이 되고 싶어 했고 누군가는 섬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이들의 섬은 같은 곳일까? 

나는 섬을 도망치지 않고 나섰다. 

나섬.

진짜 섬을 떠나 '나라는 섬'으로_

각자 자신을 향해 나선 불안한 눈빛의 나섬 들을 만났다. 바닷바람 앞에서 곧 꺼질지 모를 불빛을 지켜낸 그들의 눈빛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빛났다. 서로의 불안전한 빛이 의지가 되었다. 

나서야 찾아지는 것들이 있다. 

나, 너, 우리, 오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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