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ㅂ ㅏ ㄹ ㅐ ㅁ
Mar 23. 2022
순대볶음
감자탕
쭈삼 볶음
무엇을 먹든
볶음밥이 들어갈 배는 남겨뒀다.
하얀 밥에
상추, 김치, 콩나물, 참기름, 김가루가
뜨거운 철판 위에서 노곤노곤 힘을 빼고
서로를 받아들였다.
타닥타닥 소리와 밥알 사이사이
작은 화산처럼 불룩거리면
불을 끄고 먹기 시작했다.
뜨거운 기운은 이 사이로 내빼고
먹다 보면
검은 철판을 가로막고 납작 붙어있는
누룽지.
드르륵드르륵
숟가락을 짧게 쥐고 밀어붙인다.
소리가 요란하지만
체면 차리며 놓칠 수 없는 맛이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철판 위에
일을 마친 숟가락이 놓이고
식탁을 향해 쏠렸던 몸이
한껏 의자 등받이에 기대 숨을 고른다.
뭘 이리 전투적으로 먹었나 싶다가도
뭘 이리 전투적으로 끝맺음해본 적 있나 싶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마지막 순간까지
몸과 마음이 달려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체면 차릴 것 없이_
기대하는 바를 위해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