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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Apr 15. 2022

밑 줄


'엄마! 엄마는 그 머리가 예뻐! '

아들이 말했다.




'이 사자머리가 예뻐? 그럼 머리 묶은 건 별로야?'

집요한 엄마다.




'그것도 예뻐! 다 예뻐!'

새빨간 거짓말이래도 좋다.







'엄마! 덕질이 뭔지 알아?'

딸아이가 물었다.




'좋아하는 거 모으는 거 아니야?'

휴우! 다행히 아는 거다.




'어~ 맞아! 난 엄마를 덕질해! 엄마가 하는 것들이 좋아'

시커먼 거짓이래도 좋다.




아이들이 내게 건내는 말에 밑줄을 긋고 싶다. 그 말을 기억하고 싶어서다. 이곳에 기록되는 일상과 달리 샤우팅과 무표정으로 신경전을 벌이는 날들이 많다. 나는 늘 그 두 일상 사이에서 이곳에 기록되는 핑크빛들이 쇼윈도처럼 느껴져 불편하곤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우당탕탕 일상 속에서 기억하고 싶은 순간에 밑줄을 긋기 위해 기록하고 있었다. 기억하고 싶어 찍는 사진에도, 사진에 담길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눈에도 밑줄을 긋는다.






밑 줄



밑줄은 글 아래 긋는 선이다.

중요하거나 기억하고 싶어서 긋는다.

선을 긋는 사이는 적당한 거리에서 당신과 나를 제대로 바라보려는 것이다.

선을 긋는다는 건 나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거리다.




밑줄은

'당신의 마음이 나와 같구나!'

'당신의 마음은 이렇구나!'

'이 마음 기억해 둘래.'


당신과 나의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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